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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의 비가와 낯선 운명 望鄕の悲歌と不慣れな運命
고독한 그림자 孤獨な影 렌과 류타카 蓮と龍鷹 연못가에서 만난 두 사람 池近で會ったふたり 깊고 푸른 우월의 밤 아래 深くて靑い雨月のさ夜の下 흔들리는 사내의 마음 搖れる男の心 인연이 아닌 인연 緣ではない緣 서러운 초야 悲しい初夜 얽매인 정과 여인의 눈물 かまけた情そして女人の淚 여심 女心 홀로 번민하는 사내 獨りで煩悶する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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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너무나 애틋한 두 남녀의 사랑이 시작된다 소설 〈렌〉은 작가 지영이 텔레비전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던 중 임진년 전쟁의 포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 슬쩍 지나치며 본 일본 도쿠시마의 옛 성터에 있는 한 가신 집안의 묘지에 ‘朝鮮女之墓’라고 적힌 비석을 보고 구상하게 된 소설이다. 4백여 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그 비석을 보면서 작가는 문득 ‘그 주인공은 어떤 삶을 살다 갔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조선인 포로들은 험난하고 고달프게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설연(일본 이름 렌)이라 정하고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임진왜란의 끝 무렵. 본국으로 도망가던 왜병들은 닥치는 대로 조선양민들을 관선(船:배)에 싣고 노비로 끌고 갔다. 그 속에는 요양 차 강릉에 머물다 붙잡혀온 윤이규 도지사 영감의 처와 그의 무남독녀 딸 윤설연(렌) 모녀가 있었다. 당시 11살이었던 그녀는 병든 어머니를 구환하며 일본에서 말 그대로 천비의 신세로 연명하게 된다. 그러다 강릉 산사에 있을 때 인연이 닿아 목숨을 구해주었던 일본의 무사 신겐을 만나 그의 양딸이 된다. 그런데 렌의 나이 18세 때 신겐이 주군으로 모시고 있던 가토 당주(지방수령정도)의 눈에 띄게 되어 정략적 목적으로 히타치의 다이묘(수령) 키타가와 류타카의 측실로 바쳐지게 된다.가토 당주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간자 역할이었고, 그녀의 거부할 수 없는 족쇄는 일본에 같이 끌려왔던 사촌오빠의 목숨이었다. 류타카가 처음 본 렌은 사람을 잡아끄는 맑음과 탄복할 만한 영민함, 아무나 무시할 수 없는 당당함을 지닌 어린 계집애였다. 하지만 가까이 본 그녀는 너무나 따스하고 고와 보여 문득문득 옛적 어미의 품속을 떠올리게 하여 마침내 그녀를 일곱 번째 측실로 삼는다. 렌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작가 지영은 주인공 렌의 삶을 꿰뚫는 통찰력과 감칠맛 나는 묘사,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장인이 직조하듯 써냈다. 작가 지영이 오랜 산고 끝에 내놓은 작품 〈렌〉은 우리나라 로맨스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철저한 자료 조사와 세밀하고 정교한 구성, 풍성하고 능란한 성격 묘사, 아름답고 빼어난 문체 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