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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일상의 편린들을 통해 우리 사회 평범한 장애인으로 겪은 기록과 내면의 세계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장애인으로의 삶, 가족로서의 삶, 사회 여러 위치에서의 삶들 속에서 그의 글에는 나이 듦에 대한 인생의 회귀와 회향을 향한 울림이 크다. “늙는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처음 이 세상에 나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간다는 것일 거예요. 분명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건만 어머니는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나 또한 어머니를 따라서 가는 것 아닐까요? 이렇게 늙어갑니다. 〈중략〉 지난 한 해 ‘늙어 아프다’는 이야기를 주로 썼는데, 올 한 해에는 ‘늙어 행복하다’라는 글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글을 쓴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요즘엔 우리 한글이 점점 멀어져 가는 그런 추세이고 이렇게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이 참 할 일 없이 보이는 감도 있는 세대이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며 늙어갈 것입니다. 잘 쓰든 못 쓰든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든 없든 글을 쓰는 일이야말로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거꾸로 오르며 가는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가려 합니다.” 〈본문 11쪽 회귀(回歸) 중에서〉 □ 그의 작품들은 자신의 삶을 관조하면서 부대끼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긍적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우리 식구 셋 다 그리 건강치 못한 사람들이나 각자 인생에 모나지 않게 살아갑니다. 산다는 건 이렇게 순간순간을 잘 받아들이면서 둥굴둥굴 살아가는 게 세상의 그 어떤 행복보다 훨씬 가치 있는 행복이라는 걸 알지요. 어제는 억수갈이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뭉게구름이 평화롭게 떠갑니다. 네~ 똑같은 하늘에서요. 똑같은 하늘 밑에서는 지금도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비, 오늘은 맑음, 내일은 어떨까요. 세월은 이렇게 쉼 없이 흐르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겠지요”. 〈본문 73쪽 모란 동백 중에서〉 □ 글을 쓰는데 있어서만큼은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삶을 살고파 하는 작품에서 저자의 마음속에서 한번도 떠나지 않은 나타샤를 누구나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여행의 노래를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여전히 어수선하고, 서로 간의 믿음마저도 붕괴 되어버린 이때.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맑은 영혼이 기지개를 켜는 아침이 또 선물처럼 내 앞에 주어졌다. 이른 아침, 나에게는 정녕 보석 같은 친구가 소식을 보내왔다. 내가 목 보조기를 푸는 날, 작년처럼 어디론가 떠나자고. 그리고 또 한 친구는 가을엔 멋진 글상(文想)이 떠오르지 않느냐며 들녘에 부는 잔잔한 바람처럼 내 마음에 속삭인다. 그래. 이 조용한 아침에 전도몽상을 묵상하는 나는 결코 헛된 삶을 살진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내 영혼마저 욕되지 않게 살고 싶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대들이 곁에 있는 한 내 인생 또한 아름다운 삶이리라.”〈본문 181쪽 영혼까지 아름답게 중에서〉 □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마의 35킬로미터 지점에 선 마라토너가 주위를 돌아보듯 “얼마나 왔을까?를 되뇌이며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온 삶의 길 위에서 저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신에게 묻고 벗에게, 혹은 뭇 사람에게 물으며, 작가 자신에게 물으며 지나온 시간 속에 삶은 늘 기승전결로 다듬어지고 인생의 책 한 권이 되었다”는 답을 얻었다. 작가는 자신을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 생애 처음으로 책을 냈는데, 출간한 책만 300여 권이 넘는다는 어느 소아마비 동화작가보다도 내가 더더욱 행복하거늘, 일생을 통해 꿈꿔오던 일을 이 나이에 이뤘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행복하기를 원한다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아는데 지금 이런 행복을 품으니 한편으론 더없는 축복이다.”〈본문 들어가는 말 중에서〉 □ 저자 윤정열 작가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88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축구선수, 뇌성마비장애인축구 국가대표 코치, 전국장애인체전 축구심판으로 활약하였고 SNS를 통해 장애인축구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게재해 왔다. 2015 장애인인권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2016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여 장애인체육에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2020 월드컵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2017년 한국방송통신대 통문제 소설부분 우수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자 머리글 얼마나 왔을까? 생각해 보니 이 몸으로 인생길을 참 멀리도 왔는데 이제 거의 다 온 듯싶게도 여기저기 아프다. 어쩌면 여태까지 잘 뛰다가 마의 35킬로 지점에 이르러 힘겹게 걷다시피 하는 마라토너처럼 혹시 오버페이스를 한 건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 쓰러져 포기할 수 없었기에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았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이름으로 산문집, 〈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나타샤가 있어〉 한 권을 엮었다. 사는 동안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나의 아름다운 나타샤를 위하여 한 권을 엮은 셈이다. 살면서 끊임없이 길을 물었다. 여기 이곳은 인생의 어디쯤일까! 신에게도 묻고, 친구들에게도 묻고, 때로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도 묻고, 또 나 자신에게도 물었다.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글로 써가지고 물었다. 그곳으로 가려면 어디로 어떻게 가는 거냐고. 계속 묻다 보니 나름 기승전결이 다듬어지고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 생애 처음으로 책을 냈는데, 출간한 책만 300여 권이 넘는다는 어느 소아마비 동화작가보다도 내가 더더욱 행복하거늘, 일생을 통해 꿈꿔오던 일을 이 나이에 이뤘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행복하기를 원한다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아는데 지금 이런 행복을 품으니 한편으론 더없는 축복이다. 보는 것만큼 알고 아는 만큼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 느낀 것을 글로 썼다. 남들처럼 말을 잘 못하니까 남들보다 더 많이 느끼고 이렇게나마 쓸 수 있었고 책까지 내게 되어 정말로 행복하다. 이젠 이 몸이 뇌성마비장애로 많이 늙어 그동안 목이며 허리 수술도 여러 번 하여 거동하는 데도 불편한 몸이건만...... 세월이 가면 누구라도 늙음을 피할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으나, 몸이 그렇다고 어디 정신까지 똑같으랴. 나의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지만 힘이 닿는 한 글은 계속 쓰고 싶고, 글을 쓰는데 있어서만큼은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성원을 아끼지 않은 나의 40여 년 친구 최명숙 시인께 감사한 마음이다. 2021년 8월 윤정열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