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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해솔 저
가연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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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rologue. 중독
1. 그 남자
2. 조우
3. 그 여자
4. 삼자대면
5. 보이지 않는 진실
6. 그 여자의 욕망
7. 그 남자의 욕망(1)

저자 소개 1

때로는 바다 같은 글을, 때로는 솔바람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출간작으로 『네가 내 곁으로』, 『나를 품어 줘』, 『탈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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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98g | 148*210*19mm
ISBN13
9788968970948

책 속으로

멋모르던 시절에는 정말로 제게 선택권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택한 순간, 어떤 그림이 펼쳐졌던가. 폭력보다 아픈 냉대와, 무생물 취급하는 듯한 제원의 무감한 시선이 시시때때로 숨통을 조여 왔다. 그제야 서화는 깨달았다. 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뱉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건 옳지 못한 행동이자 아주 몰상식한 짓이라고.
“어? 서화야.”
호텔에 막 들어선 참이었다. 로비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서화를 알은체했다. 주인공의 얼굴을 확인한 서화가 작게 탄식하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 조교님.”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남자가 하얀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얼마 전, 서화를 학과 사무실로 불러낸 이상원 조교였다. 유한 인상과 안경 너머의 부드러운 눈매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잘생긴 교회 오빠’로 불리곤 했다.
“이야, 너 이렇게 차려입은 거 보니까…….”
상원은 감탄을 잇지 못하며 엄지를 척 세웠다.
“예쁜 애가 작정하고 꾸미면 진짜 장난 없구나. 아, 이런 말은 실례인가? 기분 나빴으면 미안.”
서화는 작게 웃었다. 칭찬하기 무섭게 수습에 나서는 상원의 모습이 어리숙하면서 친근했다.
“조교님은 어떤 일로 오신 거예요?”
“아, 나? 아는 녀석이 이 호텔에 며칠째 묵고 있거든.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려고 했더니,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안 하네. 서화, 너도 알 거야. 오늘…….”
서화의 시선이 문득 상원의 어깨너머로 닿았다. 수많은 승강기 중 가운데 것의 문이 활짝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앞머리를 부스스 털어내는 모습이 왜인지 낯설지 않았다.
“그 서지한이라고 겸임교수로 온 녀석인데, 아씨 깜짝이야!”
상원이 소스라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언제 다가온 건지 지한이 떡하니 등 뒤에 서 있었다.
“야! 넌 쫌……! 하, 뭔 말이 필요하겠냐. 연락도 제때 안 받는 놈이.”
“미안. 깜빡 잠들었어. 근데 여긴 누구?”
서화는 두 귀를 의심했다. 방금 자신을 향해 누구냐고 물어본 사람은 지한이 분명했다.
“아, 인사해. 오서화라고 조소과 4학년생. 강 교수님이 말씀 안 하셔? 서화, 우리 학교에서 평판 좋기로 유명한 애인데.”
“본 것 같긴 한데.”
곱씹는 남자의 말투가 꼭 재미난 놀잇감을 둔 것처럼 모호했다.
“잘 모르겠네.”
……거짓말.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마주쳤으면서.
“이번 기회에 잘 기억해둬. 서화, 너는 이 자식이 사고 칠 것 같으면 바로 나한테 일러바치고. 실력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은 녀석인데, 문제는 그게 전부야.”
신랄하게 지한을 비판하면서도 상원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그것이 두 사람의 관계가 스스럼없다는 걸 증명했다. 서화는 옅게 웃으며 말머리를 돌렸다.
“실례지만 제가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 봐도 괜찮을까요?”
“어, 그래그래. 괜히 귀한 시간 뺏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니에요. 그럼 학교에서 뵙겠습니다.”
두 사람을 스쳐 가는 서화의 발걸음이 초조했다. 등 뒤로 지한의 시선이 따라붙는 게 느껴졌지만,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상원의 한 마디가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요새 서화 같은 애도 드물지. 애가 모난 구석이 없어. 가끔은 그게 좀 안쓰러울 때가 있지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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