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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사는 동안의 역사와 죽은 다음의 연극
[1부] 연극의 기억: 멀리서인 듯이 1. 오류에서 진실로, 죽음에서 삶으로 -〈오이디푸스 왕〉에 나타난 눈의 이미지 연구 2. 기억의 시학을 통해 본 한국 현대 연극의 글쓰기 -〈태〉와 〈봄이 오면 산에 들에〉를 중심으로 3. 기억과 공간 -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사막으로의 귀환〉을 중심으로 4. 슬픔을 넘어서는 응시 - 피나 바우쉬와 타데우즈 칸토르 작품의 시각적 이미지 연구 5. 죽음과 애도의 글쓰기 - 윤영선 희곡 연구 6. 한국 현대 연극과 죽음의 언어 - 기국서 연구1 7. 연극과 글쓰기의 실험 - 기국서의 미발표 희곡을 중심으로 [2부] 기억의 연극: 저주받은 몫 8. 목소리의 숨결에서 빛으로 - 관객의 역할과 의미에 관한 연구 9. 연극의 미래 - 연극, 인간, 자연 10. 현대 연극과 연극 소통의 문제 - 몸과 언어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언어로 11. 연극치료에서 기억의 문제 - 기억공간과 극장공간 12. 교육연극의 제도화를 위한 연구 - 허구와 재현, 그리고 은유를 중심으로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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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보다 글 잘 쓰는 연극인
서랍에서 잠자던 글을 꺼내놓다 니체는 글은 모름지기 피로 써야 한다고 했다. 시인 장정일은 안치운을 두고 “그는 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그래서 그의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것이 비단 장정일만의 평가는 아닌 모양이다. 그에게 ‘문인보다 글 잘 쓰는 연극인’이라는 근사한 별명이 붙어 있으니 말이다. 젊은 시절 연극을 공부했으나 ‘생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배우가 될 수 없었다고 고백한 안치운은 몸에 텍스트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배우들과 다른 방식으로 연극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텍스트를 읽고 또 읽어 무대 위 공연을 거울처럼 비추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방식을 택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연극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소극장 어두운 객석에 앉아 무대에 오른 텍스트를 곱씹으며 시대의 갈등과 염원을 글로 한 장, 한 장 채워오기를 30년, 그는 무대가 주는 벅찬 감동과 허구 속에 감추어둔 우리 시대의 초상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촘촘한 글로 거울이 되어 연극을 비추어왔다. 이제 인생의 후반부를 앞두고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바,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고 가슴에 새기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책 『연극, 기억의 현상학』은 안치운이 연극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둔 그간의 연극론이자, 위기를 맞은 우리 연극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기도 하다. 연극, 과거이면서 언제나 지금 여기로 다가오는 현재 삶과 연극에 대해 안치운은 “삶이 빵이라면 연극은 술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빵은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연극은 술처럼 시간 속에서 썩지 않고 변모하여 삶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과거형으로 쓰인 연극이 현재의 모습으로 삶을 재현하면 관객들은 술을 마신 것처럼 몸과 정신이 황홀경에 빠진다. 연극은 과거를 단순히 저장하고 재연하는 것이 아니다. 늘 새롭게 기억하고 재생산하는 장르의 예술이다. 이런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면서 기억의 변증법을 완성해간다. 기억의 고리가 하나씩 새롭게 형성될 때마다 삶의 사슬은 과거와 이어진다. 연극에서 기억의 저장장치는 극장이고, 희곡에서 기억의 저장장치는 글이며 배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극을 형성하는 이러한 장치들이 모여 기억의 공간을 생성한다. 연극은 과거에서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떠오른 기억을 통해서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인식하는 창이 된다. 연극은 시간을 통해 삶과 관계 맺는다.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등과 염원을 허구를 빌려 극장에서 맺고 풀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시대의 축소판이며 짧은 연대기”인 것이다. 기억, 연극이 되다 연극, 다시 기억이 되다 『연극, 기억의 현상학』은 작품을 분석한 연극론과 이론을 토대로 한 연극론으로 나뉘어 있다. 1부 “연극의 기억”에서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신의 위대함을 찾는 그리스 비극의 여정을 따라간다. 또 현대 연극의 문법에 큰 영향을 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작품 분석을 통해 기억이 현실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살핀다. 이어서 우리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두 작품, 오태석의 〈태〉와 최인훈의〈봄이 오면 산에 들에〉를 통해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돌아본다. 윤영서의 희곡집과 기국서의 〈관객모독〉 등의 대표작들을 통해서는 삶의 기억으로서의 글쓰기가 어떻게 희곡이 되고 연극이 되어, 무대에 올랐는지 분석한다. 2부 “기억의 연극”에서는 연극을 완성하는 주체로서의 관객의 문제,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맞는 연극의 언어는 무엇이고 어떻게 소통의 문제를 풀어낼 것인지 고민한다. 여기에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극의 치유 능력과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연극의 새로운 미래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개별 작품들을 분석한 연극론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기억에 기대어 있다. 연극평론가 안치운이 무대를 바라보며 작품에 빠져 독백을 읊조리던 관객으로서의 기억이다. 하지만 이 기억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삶으로서의 기억이며 역사이다. 책 곳곳에 이런 개인적인 기억과 공동의 기억이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다. 그래서 책에서 다룬 연극을 본 독자라면 아마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은 즐거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