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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9. 새로운 무대로 (2) 10. 사각관계의 시작 11. 검술 대회 12. 관계의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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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이젤린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골목에서 로베르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그에게서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내게서 벗어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신나게 뛰놀던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순식간에 뒤바뀐 분위기에 이젤린의 눈빛이 혼란스럽다는 듯 흔들렸다. “왜 이래? 우린 친구잖아.” “친구?”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 웬만한 사람은 얼어붙게 만들 서늘한 미소였지만 이젤린에게는 소용없었다. 어릴 때부터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봤는데 이런 분위기는 곤란했다. 안 그래도 미카엘이랑도 어색해졌는데, 로베르와의 관계까지 변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녀는 다다다 말을 뱉었다. “밤에 무섭대서 토닥토닥 재워 주고, 과자 먹여 달래서 먹여 주고, 목욕까지 같이 하며 자란 사인데, 뭘 어째?” “…….” “뽀뽀해 달라고 조르던 시절을 잊은 거야?” “또 졸라도 돼?” “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잇새를 벌리고 들어오는 말캉한 혀의 감촉에 이젤린의 심장이 이상하게 반응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단언컨대 이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느낄 수 있는 가장 이상하고도 오묘한 감각 중 하나였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느냐고? 십년지기와 키스해 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말라. “하아…….” 잠깐 떨어진 입술 사이로 이젤린은 뜨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섹시한 입술이었다. 맹세로 로베르의 입술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섹시라니……. 머리가 미쳐 버린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사고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아무래도 미쳐 버린 모양이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뺨에 닿는 로베르의 숨결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잔잔한 떨림이 그녀의 심장, 아니 온몸의 세포에 파문을 일으켰다. 굳은살이 박인 단단한 손이 이젤린의 턱을 잡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공기 중에 맞물린 시선 사이로 소리 없는 대화가 오고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