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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소년에서 중년으로 헤세와 함께한 성장 이야기
조창완
달아실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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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제1장. 수레바퀴 아래서
1. 『수레바퀴 아래서』 스토리
2. 『수레바퀴 아래서』와 헤세
3. 『수레바퀴 아래서』 산책

제2장. 크눌프
1. 『크눌프』 스토리
2. 『크눌프』와 헤세
3. 『크눌프』 산책

제3장. 데미안
1. 『데미안』 스토리
2. 『데미안』과 헤세
3. 『데미안』 산책

제4장. 싯다르타
1. 『싯다르타』 스토리
2. 『싯다르타』와 헤세
3. 『싯다르트』 산책

제5장. 황야의 이리
1. 『황야의 이리』 스토리
2. 『황야의 이리』와 헤세
3. 『황야의 이리』 산책

제6장.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스토리
2.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와 헤세
3.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산책

제7장. 유리알 유희
1. 『유리알 유희』 스토리
2. 『유리알 유희』와 헤세
3. 『유리알 유희』 산책

제8장. 헤세로 가는 길
1. 헤세의 길을 같이한 사람들
2. 부르크하르트
3. 괴테, 노발리스, 니체

제9장. 헤르만 헤세 가상 인터뷰
0. 인터뷰에 앞서
1. 헤르만 헤세의 삶
2. 헤르만 헤세의 소설
3. 헤르만 헤세가 읽는 ‘지금’

나가는 글

저자 소개 1

조창완(曺暢完)은 1969년 전남 영광의 벽촌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디어오늘]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1999년에 중국으로 건너간 후 중국을 중심 소재로 활동해온 중국 전문가다. [오마이뉴스] 등 많은 매체에 글로, KBS [세계는 지금] 등 다양한 방송을 통해 중국을 소개했다. 2008년에 귀국한 후 외래교수(한신대), 중국 전문 공무원(새만금개발청), 편집장(차이나리뷰), 기업 임원(보성그룹)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질적조사 기반 리서치&컨설팅 기업 채인지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프리랜서 컨설턴트(투자유치, 관광, 연구)로 일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조창완(曺暢完)은 1969년 전남 영광의 벽촌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디어오늘]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1999년에 중국으로 건너간 후 중국을 중심 소재로 활동해온 중국 전문가다. [오마이뉴스] 등 많은 매체에 글로, KBS [세계는 지금] 등 다양한 방송을 통해 중국을 소개했다. 2008년에 귀국한 후 외래교수(한신대), 중국 전문 공무원(새만금개발청), 편집장(차이나리뷰), 기업 임원(보성그룹)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질적조사 기반 리서치&컨설팅 기업 채인지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프리랜서 컨설턴트(투자유치, 관광, 연구)로 일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자본시장연구화(사단법인) 사업담당 부회장, 문화산업상생포럼(사단법인)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으며, 전문 강사 등으로 뛰고 있다.

저서로는 『노마드 라이프』,『달콤한 중국』,『오감만족 상하이』,『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중국여행지 50』,『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알짜배기 세계여행 중국『중국도시기행』,『차이나 소프트』 등 14권이 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국회 중국포럼, 한중청년지도자포럼, 지역 CEO포럼, 무역아카데미 등에서 공개강연을 했으며, 방송(KBS, EBS, KTV, CBS 등), 언론(동아일보, 경향신문), 기업(우리은행, SK) 등에서 다수의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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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00g | 133*200*13mm
ISBN13
9791191668131

책 속으로

그런데 그런 모습이 나는 더 좋았다. 만약 헤세가 성자처럼 고고하게 사는 모습이었다면 나는 그를 인간이 아닌 성인으로만 만나야 한다. 하지만 그는 짝사랑에 빠져 여인들에게 차이고, 젊은 애독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성적(性的)으로 고뇌하는 모습도 있었다. 말 그대로 나랑 별반 다르지 않은 동네 형님 같은 사람이었다. 나이에 따라 책이 다시 온다는 말도 그르지 않았다. 이십 대에 읽은 『유리알 유희』와 오십 대에 읽은 그 책이 같을 리 없다.
--- 「서문」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좌절할 수 있고 방황하는 존재라는 실존적 문제를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것은 헤세가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을 배웠던 니체가 말한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만약 헤세(곧 주인공 한스)가 신학교에서 중퇴하지 않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면, 정치가가 되었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히틀러에 부역하는 정치인이 될 수도 있었다.
--- p.31, 「『수레바퀴 아래서』 산책」 중에서

이 소설을 쓸 당시 서른일곱 살 창창한 나이였던 헤세는 왜 ‘죽음’이라는 화두를 소설에 투여했을까. 그 까닭을 눈치 채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린 시절 신학교를 중퇴한 뒤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고, 또 평생 어느 한 순간도 고독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보지 못했던 헤세이기에 죽음은 항상 가장 가까운 벗이었을 것이다.
--- p.53, 「『크눌프』 산책」 중에서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 헤세의 마음은 상당히 불안정했다. 1916년 아버지가 사망하고, 부인 마리아와 아들 마르틴이 심리 치료를 받았다. 자신도 아버지의 사망 이후 형편없이 무너졌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그의 옆에는 지속적으로 심리 치료를 해주던 랑 박사가 있어서 그나마 도움이 됐다.
--- p.67, 「『데미안』과 헤세」 중에서

나 역시 지금까지 선과 악에 대한 답은 없었다. 오히려 세상은 양반과 비양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권력자와 비권력자, 밀레어네어와 비밀레어네어 등으로 구분될 뿐이다. 이런 차이는 평화로울 때는 조용히 강자가 약자의 영역을 침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개의 탐욕스러운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더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그것을 더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만들기도 한다.
--- p.74, 「『데미안』 산책」 중에서

헤세가 동양에 대해 가진 생각은 신기하리만큼 긍정적이다. 페낭이나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당시 이미 서양에서는 동양을 비하하는 감정이 있었다. 특히 식민지 쟁탈전은 이미 절정을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서양에서 동양은 그저 차지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헤세는 동양의 정신을 상당히 높게 봤다. 이런 성향은 인도학자인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가족들의 상당수가 동양을 다녀왔고, 동양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세가 싱가포르 등을 방문했던 1911년의 동양 모습은 사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 p.87, 「『싯다르타』와 헤세」 중에서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마흔이 되던 시기에 귀국했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 가장 힘들 때, 그저 하루하루가 꿈이기를 소망하던 때도 있었다. 어떻게든 그 시기를 버텨갔다.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걸었고 마침내 도달한 터널 끝에서 빛이 비추었다. 그리하여 터널이든, 터널 밖이든 세상임을 알았던 것도 이 시기였다. 조개가 진주를 품기 위해서 상처를 얻는 시기가 있듯이 나나 우리 가족에게도 그런 시기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 p.108, 「『황야의 이리』 산책」 중에서

그러고 보면 헤세의 실제적인 삶도 골드문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헤세는 소설을 통해 자기의 삶을 고백하면서, 세상에 자신을 변호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헤세는 자신의 속된 삶이 성스러운 삶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 성(聖)과 속(俗)이 멀지 않고, 다르지 않다는 전작 소설들의 주제 의식을 여전히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또한 『유리알 유희』로 이어진다.
--- p.137,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산책」 중에서

『유리알 유희』는 한 사람의 성장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읽는 나이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소설 가운데 하나다. 나도 20대 중반에 처음 읽을 때와 50대 초반에 읽었을 때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읽었던 그때 나는 티토에 가까운 나이였고, 미래를 찾아서 헤매고 있었다.
--- p.170, 「『유리알 유희』 산책」 중에서

헤르만 헤세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 누구일까를 물으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니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층위는 다르겠지만 헤세의 문학에서 니체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 1818~1897)다. 그는 헤세가 스무 살 때, 79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니, 두 사람 간의 실질적 교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헤세는 확실히 모든 면에서 부르크하르트를 사숙했다.
--- p.175, 「부르크하르트」 중에서

헤세: 대답하기 참 곤란한 질문인데, 피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본래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열다섯 살 때 연상의 엘리제에게 반했지만 실연당하고 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스물일곱 살 때 마리아와 결혼했습니다. 마리아는 저보다 아홉 살 연상으로 훌륭한 여자입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저를 옥죄는 것 같아서 신혼 때부터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 p.198, 「헤세 가상 인터뷰」 중에서

헤세: 나이가 젊은 층이 읽기에는 정말 쉽지 않은 소설일 겁니다. 그 안에 나오는 개념들의 틀조차 잡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그 이전의 소설들을 읽었다면 상대적으로 읽기가 쉬울 겁니다. 좀 길지만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오는 게 좋습니다. 『유리알 유희』를 제가 10년에 걸쳐서 썼는데, 너무 쉽게 읽으면 오히려 제가 아쉽지요.(웃음) 또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크네히트의 전기’를 먼저 읽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 p.209, 「헤세 가상 인터뷰」 중에서

출판사 리뷰

헤세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길을 잃었다면 헤세를 읽어라
─ 조창완 에세이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조창완 작가가 ‘헤르만 헤세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는 에세이집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를 펴냈다.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지금까지 16권의 책을 통해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와 삶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온 조창완 작가의 열일곱 번째 책이다.

조창완 작가는 절망과 슬픔에 빠졌던 스물 살 청년 시절에 운명처럼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만났고 헤세를 통해 삶을 위로받았다고 한다. 이후 헤세에 빠져든 작가는 헤세가 쓴 소설들을 마치 등산을 하듯 한 권씩 독파했다.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리고 『유리알 유희』까지 헤세의 소설은 삶의 고비 때마다 큰 힘이 되어주었고, 길을 잃었다 싶을 때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여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헤르만 헤세는 몰라도 『데미안』은 알고, 『데미안』은 몰라도 저 문장은 알 것이다. 헤세를 알든 모르든, 데미안을 읽었든 안 읽었든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브락삭스 아브락삭스 주문처럼 외던 그 괴상한 신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헤르만 헤세는 알 듯 모를 듯 각인되어 왔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하면 잘 모르는 사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하면 읽은 적이 없는 소설. 그러니까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 모르지만 아는 사람이고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은 안 읽었지만 읽은 것 같은 소설일지도 모른다.

지천명이 되어서 헤세 전집을 다시 독파한 조창완 작가가 ‘헤세의 입문서’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까닭이기도 하다.

‘물질문명이 고도화되었지만 오히려 인간의 정신과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헤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던 조창완 작가는 ‘어떻게 하면 아들 용우를 비롯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헤세를 편하게 만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물로써 이번에 ‘헤세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에세이집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책에는 헤르만 헤세의 대표적인 소설 7편 -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을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스토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과 헤세의 삶을 비교하면서 작품이 지닌 의미와 메시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는 헤세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헤세의 소설이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헤세의 소설은 일반인이 읽고 이해하기에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헤세의 소설 속에는 우리 삶의 숱한 함정과 고난들을 피해갈 수 있게 하는 비의(秘義)와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고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헤세는 100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100년 후의 미래라고도 말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비록 부족하나마 이 입문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헤세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을 읽는 데 아직 주저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혹은 이미 헤세의 소설들을 읽은 분들이라 해도, 조창완 작가의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새로운 헤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혼돈하면서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주어도 괜찮은 책읽기 가이드북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 작가의 말

세상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다. 우선 막 태어난 아이는 부모와 만난다. 이 아이가 만나는 것은 사람만은 아니다. 동양의 한 나라인 대한민국과 만날 수 있고, 미국같이 세계를 주도하는 패권의 나라,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 당장 생명을 지키기 힘든 가난한 나라를 만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는 커가면서 다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형제자매는 물론 동네 형, 동생을 본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사회에 나와서 수많은 직장 동료들도 만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좋고 나쁜 품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만남을 통해 하나하나 성품이 쌓여간다. 오십 여 년을 살아온 나나, 나와 가장 가깝게 자라는 내 아이를 보면서 그 만남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나에게 어떤 만남이 당신의 삶을 투영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냐고 물으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헤르만 헤세와의 만남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청소년기를 보낸 후, 철없게 하는 일 없이 스무 살을 맞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에서』를 만났다. 주인공 한스는 나의 모습과 같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세라는 사람도 나 같은 모습이 있었구나 하는 것에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이후 대학을 가고, 더 여유가 생기면서 그의 책들을 하나하나씩 탐독했다. 뭔 내용인지 100%는 몰랐지만 『유리알 유희』를 읽었다. 자신의 소임을 하나하나 끝내고, 어린 제자를 쫓아 수영하다가 물속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요제프 크네히트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열 살 주기로 찾아오는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 오십이 나에게도 왔다. 그리고 직업을 갈아타는 시간에 다시 헤세의 전집을 들었다. 그가 쓴 시들이나 산문들도 좀 더 챙겨서 읽었다. 헤세의 여인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헤르만 헤세의 사랑』을 읽으면서 헤세가 가진 신경질적인 모습을 생각하면서는 웃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나는 더 좋았다. 만약 헤세가 성자처럼 고고하게 사는 모습이었다면 나는 그를 인간이 아닌 성인으로만 만나야 한다. 하지만 그는 짝사랑에 빠져 여인들에게 차이고, 젊은 애독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성적(性的)으로 고뇌하는 모습도 있었다. 말 그대로 나랑 별반 다르지 않은 동네 형님 같은 사람이었다. 나이에 따라 책이 다시 온다는 말도 그르지 않았다. 이십 대에 읽은 『유리알 유희』와 오십 대에 읽은 그 책이 같을 리 없다.

책을 읽은 사람치고 헤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사실 헤세는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다. 게다가 독문학 전공도 아닌 국문학 전공자가 헤세를 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원고를 쓰는 도중에 『데미안』 출간 100년 기념으로 나온 『내 삶에 스며든 헤세』도 구해서 읽었다. 헤세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지를 실감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쓸 용기를 낸 것은 우리나라에 헤세 입문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헤세의 삶이나 작품을 연결해 전반적인 해설을 해주는 책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독일어를 모르는 만큼 헤세에 접근할 수 있는 깊이는 얕을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 헤세는 나에게 정말 관심이 가는 인물이었다.

이 책에서 나는 헤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일곱 권의 소설을 선정했다. 각 소설마다 간단한 스토리를 먼저 소개하고, 헤세가 그 소설을 쓰던 당시 창작 배경을 찾아서 정리했다. 그런 다음 그 소설이 우리 삶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다. 물론 수박 겉핥기식으로 본 헤세가 진짜 헤세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 것인지 나는 자신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헤세 소설을 한 권 한 권 찾아서 읽으며 그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관통하면서 체화시키는 과정이 진짜 소설을 읽는 과정이다.

그러고 나면 삶이란 게 그다지 특별한 것도, 위대한 것도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아들 용우도 내가 헤세를 처음 만났던 무렵의 나이인 스무 살이 되었다. 그래서 우선은 용우가 이 책을 통해 헤세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또 용우만이 아니라, 이 땅의 많은 이들이 부족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헤세를 만났으면 한다.


2021년 안개의 도시 춘천에서
지천명이 넘은 헤세 마니아 조창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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