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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_ 나무를 밀면서 나무에 밀리면서
시인의 말_ 멀고도 가까운 즐거운 비밀 전방주시 비가 내는 소리 안테나 돌리기 어머니와 문화면 . . . . 봄의 첫날, 설날 문 창 벽 나무였다가 새였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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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비밀
3월 중순 고성읍 오일장에서 어린나무 아홉 그루를 샀다. 백매화 홍매화 백목련 자목련 앵두 홍도 살구 해당화 그리고 석류. 모두 꽃이 좋다는 나무다. 꽃나무 심기는 겨우내 벼르던 일이었다. 열 달 남짓 부산 생활을 청산한 게 작년 늦가을. 경남 고성으로 낙향 아닌 낙향을 했다. 5년 전 사 두었던 촌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엉망이었다. 주말 틈틈이 들러 손을 보았지만 한두 달 안 오는 사이 쑥대밭이 되었다. 기우뚱 넘어진 대나무가 대밭에서 지붕으로 걸쳐졌고 잡초 웃자란 마당은 염소똥 천지였다. 며칠 지나서야 사람 사는 집 모양을 갖추었다. 망치질이며 낫질이 어설퍼 애를 먹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이번엔 번번한 꽃나무 한 그루 심지 않은 마당가며 무관심이 눈에 밟혔다. 봄이 오면 나무를 심자! 꽃이 가득한 ‘내 집’은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품어볼 만한 소망이지 않은가. 고성 장날은 1일과 6일. 장을 돌며 나무를 들여다보는 일은 즐거웠다. 시에서 노래에서 이름을 들어봤던 나무들! 두서너 그루만 심으려던 게 이 나무 저 나무 그만 한아름이나 사고 말았다. 갖고 다니던 수성펜으로 각각의 밑동에 이름을 적으면서. 문제는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벌어졌다. 둑길을 거쳐 집으로 걸어오는 10여 분 소나기가 퍼부으면서 사람도 나무도 물에 빠졌다 나온 꼴이 되었다. 처마 아래 축담에 나무를 풀어 살피니 살구만 흐릿하게 글자가 보였다. 나머지는 빗물에 지워져 알아보기 힘들었다. 차차 알게 되겠지 싶어 적당한 자리에 심은 지 이제 5개월째. 몇 그루는 잘못 키워 고사하고 몇은 이웃 도움으로 제 이름을 찾았다. 하지만 꽃을 피워야 이름을 알게 될 나무가 있다. 줄기가 발갛고 쭉쭉 뻗어 준수하게 생긴 게 꽤 기대된다. 새잎 나오기 바쁘게 옆집 새끼 염소가 뜯어먹어 속상하지만 즐거운 비밀이 생긴 셈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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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_시인의 말
나무를 밀면서 나무에 밀리면서 그새 10년이 지났다. 모두 30년. 산골에서 산 햇수는 30년이지만 30년을 온전히 살진 않았다. 처음 10년은 한 달 내내 살았고 다음 10년은 산골과 도시를 오가며 보름씩 지냈으며 지금은 한 달에 열흘 남짓 산골에서 보낸다. 마당 감나무를 부둥켜안고 민다. 미는 건 난데 밀리는 건 매번 나다. 나무를 밀면서 나무에 밀리면서 그렇게 보낸 산골생활 30년. 나와 함께해 준 나무가 고맙고 나를 품어 준 산골의 낮과 밤이 고맙다. 2021년 가을 동길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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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떠가는 하늘은 늘 스스로 새롭다.
파도 일렁이는 바다도 그렇다. 하늘은 구름을 가슴에 품고 바다는 파도를 등에 업는다. 머무르는 자의 향기는 바다와 하늘에서 배우고 떠나는 자의 지혜는 파도와 구름에서 배운다. 시인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오래된 술이 새삼 새롭다. 십 년 전에 태어난 책을 여기저기 다듬어 다시 낸다. 낡은 종이에 덧대어 이야기를 이어 가고 근처의 풍경도 더 담았다. 책을 다듬어 다시 내는 일이 구름 떠가고 파도치는 풍경처럼 늘 새롭고 자연스러우면 좋겠다. - 조기수 (시인사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