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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舍廊)과 행랑(行廊)
방황 연말의 구직자 허희 로마에서의 첫날 밤 배신자의 편지 초종기(初終記) 북경의 기억 여정 만찬 이 두 사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
趙容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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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야기할려고 했는데 거기 앉게.”
마님은 책을 옆에다 엎어놓고 천천히 담배 서랍을 끌어당겼다. 이마에 내 천 자가 없고 눈을 흡뜨지 않는 것을 보아서 야단날 듯싶지는 않았다. 은동 어머니는 적이 마음을 놓고 윗목에 쪼그리고 앉았다. “저 딴 게 아니라 자네 방을 내놓아야겠네.” “네?” 마님은 청천벽력 같은 의외의 소리에 놀라서 떨리는 소리로 대답하는 어멈을 보면서 유유히 담배를 빨았다. “자네도 아다시피 영감마님이 이번에 벼슬로 시골을 가시게 되어서 이 집은 세를 주고 다 내려갈 테니까 뭐 급하지는 않지만 차차 구해보란 말야.” 그래도 아무 말이 없이 실신한 사람같이 멍하니 앉아 있는 어멈을 보고 말을 이었다. “자네 사정도 딱한 줄 알지만 어떡하나!” --- 「사랑(舍廊)과 행랑(行廊)」 중에서 계집을 카페의 여급으로 넣어서 웃음과 아양을 팔게 하여 그것으로 하루하루를 먹어가는 젊은 실업자의 생활?용서는 매일 밤마다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우울을 느끼면서도, 그리하여 때때로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자기도 없어지고 싶은 반역의 불길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목을 매어 끌리는 개돼지같이 모래를 씹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오는 것이었다. --- 「연말의 구직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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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조용만의 텍스트에는 회의주의적 지식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시대적 우울 속에 유약한 인텔리의 표정으로 세계를 읽어 낸다. 그리하여 모순적인 현실을 극복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표피적으로 관찰할 뿐이다. 그들의 내면을 위로하는 위안의 대상이자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는 여성이다. 하지만 그 여성들은 심약한 남성 주인공과 달리 적극적으로 현실의 모순에 개입해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존재이거나 사상적 실천을 감당하는 타자들로 그려진다. 그의 1930년대 소설은 식민지 조선의 대도시 경성에서 취업 예비군이나 실업자로 살아가는 20대 청춘의 자화상을 핍진한 현실로 그려 낸다. 그 모습은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20대의 초상과 겹친다. 조용만은 짙은 허무주의적 색채로 식민지 조선의 도시를 채색하며 댄디보이의 시선으로 식민지 현실의 표면을 표현한다. 소설 내부에서 인텔리 남성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위안의 여성을 낭만적 구원의 존재이거나 동정과 위로의 대상으로 상정해 서사가 전개되는 구조적 유사성을 보여 준다. 조용만 소설의 안타까움은 1930년대에 보여준 문제의식을 식민지 시대와 식민지 시대를 넘어 분단 시대에까지 지속하지 못한 점이다. 1930년대 소설이 당대의 현실적 모순에 당면한 노동운동가의 모습과 허무주의적 지식인의 우울한 표정을 통해서라도 식민지 조선의 엄혹한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의 현실을 작품 면면에서 독해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었다면 1940년대의 소설들은 ‘하나의 위안’ 거리를 찾는 식민지 조선의 인텔리이자 우울한 댄디보이의 무기력한 표정을 보여 준다.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육화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표피적 인상으로 피상적으로만 접근해서 그려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