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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에서 보낸 날들
장길수
열아홉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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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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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1 ‘오래도록 길 가지 못하고’
추천사 2 ‘길수야 미안하다’
추천사 3 ‘북한 인권과 통일을 향한 나의 사명’
추천사 4 ‘우리는 이 일을 접을 수 없다’

2000년

1. 상갓집 개
2. 큰어머니
3. 장군의 근심
4. 바다구경
5. 롤러스케이트
6. 은주 누나
7. 84년 쥐띠
8. 종이학
9. 피신
10. 이 선생님과의 이별
11. 열일곱 살

2001년

12. 연길이 위험하다
13. 슬픈 목소리
14. 체포
15. 정치범 수용소

장길수 연보

저자 소개 1

1984년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교사인 아버지와 여군출신인 어머니 사이의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한창 공부할 중학교 2학년인 1999년 1월, 어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였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쳐 남은 식구들을 구하러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국경 경비대에게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던 끝에 극적으로 탈출했다. 1999년 8월, 중국 연길에서 조선족 여인 서영숙 씨와 만난 것을 계기로 문국한 씨와도 인연이 되었다. 문국한 씨는 길수 가족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의식주를 제공하고 보호해주었다. 저자는 그때부터 북한 실상을 알리는 크레용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중국
1984년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교사인 아버지와 여군출신인 어머니 사이의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한창 공부할 중학교 2학년인 1999년 1월, 어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였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쳐 남은 식구들을 구하러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국경 경비대에게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던 끝에 극적으로 탈출했다. 1999년 8월, 중국 연길에서 조선족 여인 서영숙 씨와 만난 것을 계기로 문국한 씨와도 인연이 되었다. 문국한 씨는 길수 가족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의식주를 제공하고 보호해주었다. 저자는 그때부터 북한 실상을 알리는 크레용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중국 은신처 경험을 일기로 남겼다. 그가 그린 그림 일부는 「서울 NGO 세계대회」에 출품되어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중국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던 시기인 2000년 5월에 출판된 『눈물로 그린 무지개』(길수가족 공저, 문학수첩 펴냄)가 있다. 같은 해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통해 그의 힘겨운 중국 은신생활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세상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01년 6월,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에 진입해 탈북자로서는 최초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남한에 올 수 있었다. 2008년에 대한민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그곳에 살고 있다. 전 세계에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오늘날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50쪽 | 472g | 130*213*30mm
ISBN13
9791197626951

책 속으로

오늘은 웬일인지 ‘큰아버지가 우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우리가 잘못을 저질러서 안 좋게 가셨기 때문이다.
--- p.58

어머니가 나가고 나면 중국 공안(경찰)에게 잡히지는 않았는지, 사고가 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다. ‘나라 없는 백성,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는 속담과 같이, 북한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짐승같이 숨어 살아야 한다.
--- p.66

오늘 장춘에 있는 은신처로 갔던 장마당 할머니가 도착했다. 나는 ‘야, 좋은 소식이 있겠구나!’ 언제 한국으로 간다, 온다 하는 소리를 할 줄로 믿고 정말로 기뻐했다. 자나 깨나 손꼽아 기다리던 제일 큰 소식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소식은 전혀 없고 우리가 빨리 자유를 찾아가자면 글과 그림을 많이 쓰고 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큰어머니가 책과 크레용을 가득 내놓을 땐 정말로 기가 막혔다.
--- p.84

한국 사람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남보다 무엇이 특출해서 중국인들과 조선족들이 그렇게 우러러 보는가? 모두가 키가 크고 잘생겼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보다 코라도 다 삐죽하게 나왔을까? 나는 북한에서 살 때 텔레비전으로 한국 사람들이 거리에서 시위 투쟁하는 장면을 식구들하고 보았다. 그때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남조선은 못살고 거지 판이라더니 어디에 천이 많아서 구호들을 써 들고 다니고, 옷도 다 저렇게 잘 입었을까?” 하시곤 했다.
--- p.87

저녁에 KBS 방송을 들었다.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를 듣는데 ‘길수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길수가족’이 중국에 숨어 사는데 한국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방송을 듣자마자 손뼉을 쳤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국에 계시는 큰아버지가 얼마나 수고하시는지 절실히 느꼈다. 한국에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북한의 현실을 보다 빨리 알리는 일인 것 같다.
--- p.106

우리는 1년에 잘해야 신발 두 켤레를 신을 수 있었다. 그 신발은 한 달만 신어도 다 헤져 기워야 하고, 기운 데를 또 기워서 신고 다녀야 한다. 어떤 아이들은 신발이 없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학교에 가기 싫었는데 신발이 없다는 구실이 생겨서 차라리 잘 됐다고들 한다.
--- p.110

어머니는 ‘너하고는 같이 못 살겠다’고 하시며 짐 보따리를 싸 가지고 나가셨다. 어머니가 나가시니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래서 삼촌이 집에 두었던 술을 몽땅 마셔 버렸다. 평상시에 술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는데 오늘은 술에 취하고 싶었다. 그렇게 쓰던 술이 오늘은 그리 쓰지 않았다. 얼마 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대문을 나서니 한쪽 벽 옆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어머니 모습이 보였다.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 울고 있는 어머니를 힐끗 뒤돌아보니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 p.113

의사 선생님은 우리에게 10위안짜리 목욕표를 주면서 목욕하고 점심도 먹으라고 또 50위안을 쥐어 주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사람 둘과 의사 선생님 그리고 학철이 아저씨와 나 이렇게 불고기 식당에 들어가 불고기를 실컷 먹었다. 참 좋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되어 인연이 되었다. 그 의사 선생님은 베트남과 한국 등에 가서 가난한 사람들을 무상으로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너희들도 커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라.”고 말해주기까지 하였다.
--- p.133

큰어머니가 있을 땐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나마 든든했는데 늙은 장마당 할아버지 할머니를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더 뒤숭숭해진다. 우릴 죽으라고 내버려둔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런 안전 대책도 없다. 게다가 국경이 가까운 연변에서 의지할 사람도 없이 큰어머니마저 떠나갔으니 우린 잡히면 끝장이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 안전만은 큰아버지 큰어머니도 책임을 못 진다.
--- p.143

오늘 오후 차로 장마당 할머니와 영국이 아버지가 이곳 대련 은신처를 떠났다. 연길의 집으로 갔는지 흑룡강으로 갔는지 정확히 모른다. 할머니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우리를 붙잡고 간곡히 부탁을 하셨다. “큰아버지를 영원히 따라야 한다. 그리고 여기의 규율을 잘 지켜야 해.”
--- p.146

큰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말했다. 왜 너희들이 이곳 대련까지 왔는가. 우리가 출판하려는 책을 연길에서 썼기에, 연길이란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을 것이므로 공안들이 대 수색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또한 북한의 특무들을 파견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면 우리 신변이 위험할 것 같아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 p.148

북한 사람들이 주체사상으로 얼마나 무장되었는가는 다음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알 수가 있다. 어느 한 곳에 ‘구호나무’가 있었다. 구호나무라면, 조선의 항일 빨치산 시기 빨치산들이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김일성 장군 만세!’ ‘일제를 타도하라!’ ‘조선의 해방은 멀지 않았다!’라고 쓴 글들을 항일 투쟁시기 유물이라고 하면서 기가 막히게 보호를 하던 나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구호나무가 있는 산에 불이 붙어 구호나무도 타게 될 지경이 되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17명의 20대 젊은 조선 인민군 병사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그 나무를 끌어안고 보호해 살렸다. 구호나무 한 그루의 생명과 17명의 젊은 청년들의 생명을 바꾼 것이다. 어떤 생각으로 무장되었기에 나무 한 그루와 17명 전사들의 생명을 바꾸겠는가.
--- p.150

오후 3시경 삼촌과 나는 부엌 칸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모여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니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래서 삼촌이 순간을 억제 못해 그런 것 같고, 나는 연길에서는 마음껏 소리도 치고 활개도 쳤었는데 여기서는 그러지 못해 답답해서 그런 마음을 가졌고, 참지 못하고 창문가에 가서 휘파람을 불었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15명 식구의 안전에 완전한 불안감을 갖다 준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은신처 문 밖을 나서는 날에는 우리들과의 인연은 끝장이라던 큰아버지의 무게 있는 말씀을 가슴 깊이 간직하지 않았는가. 큰아버지께서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 p.154

버스에 앉아 차창 밖을 내다보니 한국으로 가는 배나 비행기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고, 그것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는 동안 버스는 종점에 닿았고, 우리는 바닷가로 갔다. ‘언제쯤 저 넓고 넓은 바다 위에 우리를 실은 배가 바다 물결의 환영과 축복을 받으면서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가려는지.’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처럼 넓고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었고, 무한한 자유를 찾고 싶었다. 나는 바다에게 ‘우리가 언제쯤 너희들처럼 무한한 자유를 가질 수 있겠느냐?’ 하고 물어보고 싶었다.
--- p.175

할머니에게서 어머니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 소식은 참으로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식이었다. 비참하였다. 어머니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다니...
--- p.438

꿈속에서 어느 하루도 어머니를 만나 보지 못한 적이 없고, 잠에서 깨면 온몸이 고된 일에 시달린 것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다.

--- p.441

출판사 리뷰

망망대해 같은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과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북한 동포들,
자유의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책!


길수 가족이 은신처에서 피 끓는 심정으로 보냈을 그 시간들을 지금 다시 우리가 다시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듯한 ‘평화 통일’을 외치며 북한 주민을 더욱 노예로 만드는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과 악수하기 바쁜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자유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잊혀져간 얼굴 장길수 군의 일기는, 북한 인권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실의 힘이며 작지만 강한 울림이다. 세계 최악의 인권국가인 북한의 참상을 외면한 채 ‘평화’ 통일을 외치는 기만과 모순 앞에서, 소년 장길수는 우리에게 이렇게 외친다.

“자유란 대체 어떤 것이기에 이토록 원하게 되는가?
자유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이다지도 찾기가 어려운가?
자유! 전기보다도 더 세고, 다이아몬드보다도 값비싼 것을 우리에게 심어 주고 안겨주신 큰아버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1984년생 또래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 같은 길수의 일상은, 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과 가장 닮은 언어로 쓰여 있다. 우리가 안네의 일기 못지않게 장길수 군의 일기를 일찍이 접해야 했을 이유다.

『은신처에서 보낸 날들』은 2014년 출간된 좋은 이웃 출판사의 책, 『우리, 같이 살아요』를 새롭게 복간한 책이다.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목차를 재구성하고 에세이 형식으로 원문을 다듬었다. 이 책에 바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타임지 등 해외 언론의 헌사와, 국회의원 최초로 북한 인권법을 발의, 통과시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추천사는 이 책에 무게감과 주목도를 더한다. 국제인권운동가 수잔 숄티와 함께 북한국제인권연대를 이끌며 링컨 대통령의 전기를 읽고 번역해 온 남신우 박사의 ‘저 벽을 무너트려라, 김정은아!’라는 외침 또한 가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길수가족에게 자유를 선사한 큰아버지, 문국한 북한국제인권연대 대표의 추천사는 이 책에 생생한 현장감과 진정성을 더한다.

그렇게 장길수 소년의 일기가 20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 독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길수 군이 이 일기에서 ‘아마도 20년 뒤에는 통일이 되지 않을까’라고 꿈꾸었던 때가 바로 지금이다. 통일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고, 장길수 군은 위태로운 신변으로 먼 이국땅을 헤매고 있다. 길수 군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가 버텨내 온 시간들에 마땅히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

리뷰/한줄평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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