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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앞서… 5
〈제1부〉 메러디스 남자… 11 껍질을 깨고… 26 사모의 노래… 41 한낱 소모품… 53 펨브룩의 노인… 75 의기투합… 86 풍향계도 여전히… 103 다모정… 115 착한 목자의 집… 130 사랑의 실체… 145 분노의 불길… 158 동반자… 171 머물다 간 자리… 185 〈제2부〉 날아서 동녘으로… 201 자유의 거리… 217 사다리 계단을 세며… 230 얼룩말과 인디언 악사… 245 석왕사… 260 장막을 탈출하다… 270 천국에서 만난 도망자… 289 다른 수난… 304 〈제3부〉 원시 부족… 329 금나비는 날아가고… 344 작은 노를 잡다… 361 궤적은 깊고… 374 그리니치의 밤… 393 조반 패션… 406 난파선에서 내리다… 422 맺음말… 4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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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1970년대 후반, 삼십 대의 한자민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뉴햄프셔주 시골 도시에 정착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뉴욕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이질적 문화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동포들과 의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지만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 내는 동안, 꿈과 현실의 어그러짐에 삶이 흔들리고 종국엔 가정이 파탄 난다. 이민자들은 저마다 드러내기 언짢은 인생 사연이 있지만 지난날에 미련을 두거나 후회할 겨를조차 없다. 한자민의 아내 문명숙은 혼신을 던진 노동으로 아내의 의무를 다하지만 끝내는 좌절한다. 미군 병사 잭을 따라온 언니 지숙의 죽음을 안아야 했고 남편과 헤어져 아이들과 함께 다시 뉴햄프셔로 돌아와 촌부가 된다. 미국은 사회적으로 시끄러웠고 냉전시대의 종식에 아직 돌입하지 못했다. 〈제2부〉 1980년대 초, 비교적 엘리트층에 속하는 이태무가 대기업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미국으로 간다. 군부 독재와 정치적 소용돌이, 사회적 부조리에 적응을 못 하고 번민하다 찾은 돌파구다. 그가 몸을 던진 미국은 애초에 상상했던 꿈과 야망을 펼칠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자유와 영광은 가진 자들의 몫이고 돈과 물질과 승리의 숭배자가 되어야만 약탈과 정복의 땅에서 버틸 수 있었다. 온갖 문명이 뒤엉킨 사각의 도시 뉴욕에서 끝내는 정신과 육체가 망가져 생존 투쟁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와이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우연히 만난 옛 지인 대니얼에게 질책을 당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다. 이태무의 수난은 계속된다. 미국의 끔직하고 적나라한 자본주의 모순 앞에 다시 선다. 어떠한 현실도 거부하지 못한다. 〈제3부〉 거친 광야를 헤쳐 가는 한국인 이민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무심으로 지내며, 다만 슬프고 잔인한 생존에 매달릴 뿐이다. 이민 1.5세들은 정체성에 흔들리며 방황한다. 홀로 된 많은 사람들이 기생할 곳을 찾아 떠돈다. 암흑의 게토에서 장사하던 형제는 총에 맞아 죽고 젊은이들도 건강이 무너져 스러지거나 죽어 나간다. 이태무도 사업을 펼치며 성공의 편에 들어선 듯했지만 영혼마저 찢긴다. 그들이 타고 있던 이민호는 경제 공황이라는 거대한 풍랑에 뒤집히고 난파가 된다. 희망이든 절망이든 일상은 순환의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고 새로운 태양이 비치는 이방엔 새 생명이 태어나고 사랑의 결실도 이어진다. 문지숙의 남편, 한국의 참전용사였던 잭이 죽으면서 이야기의 단원이 끝난다. 한자민과 그의 아내 명숙이 뉴햄프셔에서 재회한다. 아이들이 성큼 자란 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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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살이라는 용광로에 녹아든 한민족의 역사는 이제 작은 먼지톨이 아니다. 어느덧 굳어서 돌과 바위가 되었고 쌓여서 노적 담불이 되었으며 언젠가는 거대한 산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전쟁과 가난, 격변의 노도를 헤쳐 온 한국인들이 미국의 동녘 황량한 땅에 홀씨로 떨어졌다. 풍랑에 맞서고 냉천 고비 넘으며 움을 틔우고 줄기를 키운다. 변변찮은 잠자리에 몸을 뉘였고 밖을 나서면 까막눈이나 말더듬이가 되었다. 산 설고 물 선 야성의 숲에 미물로 착생한 이민들. 신과 사탄이 대적하는 전쟁터에서 외로움에 시달리며 시간의 흐름도, 게으름도 모르고 살아간다. 삶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날, 그들의 묘비는 말한다. ‘나는 이방에 살았지만 인생의 의무를 다했어.’ 옥토를 찾아 터전을 옮기고 언어와 행동을 바꾸며 개척의 지평을 열어가는 한국인 이민들의 한 시대 여정을 작가는 비단에 수를 놓듯, 유려한 문체와 어휘로 부드럽게 펼쳐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