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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장끼전 김진옥전 홍계월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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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모든 물 중에 동해와 서해와 남해와 북해 네 바다물이 제일 큰지라. 그 네 바다 가운데에 각각 용왕이 있으니 동은 광연왕(廣淵王)이요, 남은 광리왕(廣利王)이요, 서는 광덕왕(廣德王)이요, 북은 광택왕(廣澤王)이라. 남과 서와 북의 세 왕은 무사태평하되 오직 동해 광연왕이 우연히 병이 들어 천만가지 약으로도 도무지 효험을 보지 못한지라. 하루는 왕이 모든 신하를 모으고 의논하되,
'가련토다. 과인의 한 몸이 죽어지면 북망산(北邙山) 깊은 곳에 백골이 진토에 묻혀 세상의 영화며 부귀가 다 허사로구나. 이전에 여섯 나라를 통일치지하던 진시황(秦始皇)도 삼신산에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려고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을 보내었고, 위엄이 사해에 떨치던 한무제도 백대(柏臺)를 높히 짓고 승로반(承露盤)에 신선의 손을 만들어 이슬을 받았으되 하늘 명이 떳떳치 아니하여 필경은 여산(廬山)의 무덤과 무릉침을 면치 못하였거늘 하물며 나같은 한쪽 조그마한 나라 임금이야 일러 무엇하리. 누대(累代) 상전(相傳)하던 왕의 기업(基業)을 영결(永訣)하고 죽을 일이 망연(茫然)하도다. 고명한 의원을 널리 구하여 자세히 진찰한 후에 약으로 치료함이 마땅하도다.' 하고 하교(下敎)하여 가로되, '과인의 병세가 심히 위중하니 경의 무리는 아무쪼록 충성을 다하여 명의(名醫)를 광구(廣求)하여 과인을 살려서 군신이 더욱 서로 동낙(同樂)하여 지내게 하라.' 한 신하가 출반주(出班奏)하여 아뢰어 가로되, '신은 듣자오니, 오나라 범상국(范相國)이며 당나라 장정군이며 초나라 육처사(陸處士)는 오나라와 초나라 지경에 제일되는 세 호걸이라 하오니, 세 사람을 찾아 문의하옵소서.' 하거늘 모두 보니 선조 적부터 정성을 극진히 하던 공신인데 수천 년 묵은 잉어라. 왕이 들으시고 옳게 여기시어 근신(近臣)한 신하를 보내어 그 세 사람을 청하니 수일 만에 다 왔거늘 왕이 전좌(殿坐)하시고 세 사람을 인도하여 보실새 왕이 치사(致謝)하여 가로되, '선생네들이 과인의 청함을 인하여 천리를 멀리 여기지 아니하시고 누지(陋地)에 왕림하시니 불안하고 감사하여 하노라' --- p.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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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투리 경황없이 물러서니 장끼란 놈 거동 보소. 콩 먹으러 들어갈 제 열두장목 펼쳐들고 꾸벅 꾸벅 고개 조아 조츰조츰 들어가서 반달 같은 혓부리로 들입다 꽉 찍으니 두 고패 둥그러지며 머리 위에 치는 소리 박랑사중에 저격(狙擊) 시황(始皇) 하다가 버금 수레 마치난 듯 와지끈 뚝딱 푸드득 변통 없이 치였구나. 까투리 하는 말이 '저런 광경 당할 줄 몰랐던가, 남자라고 여자의 말을 잘 들어도 패가하고 기집의 말 안 들어도 망신하네.'
--- p.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