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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아테네 _신화의 요람 2장 산토리니 _하양과 파랑에 눈이 부시다 3장 델포이 _하늘을 받치고 선 신탁의 성소(聖所) 4장 메테오라 _절벽 위 하늘에 얹힌 수도원 5장 크레타 _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고 6장 펠로폰네소스반도 _그리스 문명의 모태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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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내 머릿속에는 가장 원초적인 물음이 맴돌곤 했다. 바로 “왜 사는가?”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왜 그렇게 사는가?” 같은 질문들이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존재론적 삶과 소유론적 삶에 관한 질문일 수도 있고 인간과 신, 자연과 우주에 관한 근본적 의문일 수도 있다. 나는 그 해답을 찾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겨울 아테네의 스산한 바람이 트랩을 내려오는 나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살을 파고드는 칼바람은 아니었다. 적당히 차가운 겨울바람이었다. 나지막한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여기서부터 ‘신화의 세계’다.” --- p.23 하얀 집 계단에 앉아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짙은 남색의 인디고블루. 파도가 없는 바다는 육중하게 꿈틀거렸다. 멀리 오디세우스의 배가 지나던 자리에 흰색 유람선이 떠가고 있었다. 다시 마을을 응시했다. 눈이 부셨다. 파랑과 하양, 그리고 그것을 비추는 햇빛은 내 그리움의 삼원색이라도 되는 것일까. 내 마음의 심연에 황홀한 추상화가 그려졌다. --- p.84 나는 바람을 마주한 채 그곳에 섰다.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순간 나 자신이 조르바가 된 듯한 환상에 빠졌다. 아니 스스로 조르바가 되었다. 혼연일체(渾然一體). 에개해의 바람을 맞으며 자유를 갈망하던 그 조르바가 된 것이다. 그리스를 찾은 두 가지 목적 중의 하나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조르바와의 영혼 합일. --- p.99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다고 했던가. 매 순간, 매 세월이 모두 의미 있고, 남는 게 있고, 생산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때로는 허송세월도 삶을 되돌아보고 관조하는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멈추고 내려놓는 시간이 어쩌면 더욱 값진 경험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물며 지금 나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여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조르바를 만나고 신탁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 아닌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동틀 무렵처럼 느껴졌다. 날은 점점 흐려졌고 멀리 산 위로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수도원 순례를 마치고 다시 남쪽을 향하는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칼람바카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점점 작아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 p.141 여행은 끝이 났는데 여전히 꿈을 꾼다. 조르바가 저만치 걸어가며 동행하자고 손짓한다. 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나는 다시 삶이 그리는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 「에필로그」 중에서 |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삶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 그 답을 찾아 신화의 세계로! 홍윤오의 『조르바와 춤을:진정한 자유인과 함께한 그리스 여행기』는 “나는 왜 사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와 같은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시작한다. 독서와 사색만으로 시원한 답을 구할 수 없어 홀로 떠난 그리스 여행에서 필자는 조르바와 춤을 추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교감하며 인생이 참된 의미를 깨닫는다. 신화의 세계를 돌아보며 필자가 경험한 ‘자유’와 ‘인간의 숙명’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양과 파랑, 눈부신 산토리니 컬러와 에게해의 낮은 속삭임에 빠져들다 그리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라면 단연 눈부신 하양과 파랑으로 가득찬 산토리니의 전경이 아닐까.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검푸른 에게해, 인간을 몽환적 기분에 젖어들게 하는 해 질 녘 하니아의 베네치아 항구, 절벽 위 하늘에 얹힌 메테오라의 수도원들, 그리고 델포이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대표적인 유적지까지. 필자는 코로나로 자유를 박탈당한 채 묶여 지내는 독자들에게 직접 찍고 그린 사진과 색연필화, 수채화를 담아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지 앞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와 교감하다 조르바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이다. 작품 속에서 조르바는 호쾌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진정한 자유인으로 그려진다. 필자는 그리스 여행을 하는 내내 이 소설 속 인물인 조르바와 동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지와 산토리니의 세찬 바람 앞에서 조르바와 교감한다. I hope for nothing(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I fear nothing(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I am free(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처럼 진정한 자유란 바라는 것도, 두려운 것도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 작가의 말 누구든 평탄한 삶은 없겠지만 나 역시 갑자기 기자를 그만둔 이후 삶이 순탄치 못했다. 좋게 말하면 다채로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고달팠다. 딸린 식구도 있는데 제대로 자리를 못 잡아 늘 불안했다. 오죽하면 책에서도 그런 나 자신의 처지를 ‘간헐적 직업인인지 간헐적 실업자인지 모르겠다’라고 언급했겠나. 그럴 때마다 힘든 나를 구원해준 것은 여행이었다. 여행은 나를 치유와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또 하나의 인생이다. 이번 그리스 여행은 조르바가 동행해 주어 좋았다.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조르바라는 캐릭터 자체가 실제 인물을 모델로 만들어낸 상상 속 인물이다. 상상 속 인물과 동행한다는 상상이 크게 황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 변명이다. 덕분에 조르바를,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이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들이 있었지만 그리스 신화를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신화와 전설, 종교와 역사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그 현장을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 감동을, 느낌을 공감하고 싶은 생각 또한 인지상정 아닐까.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물었다. 왜 기록을 남기려 하지? 이른바 시쳇말로 ‘안물안궁’ 때문이었다.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거든?” 첫 문장을 쓸 때부터 사람들이 이 질문을 던질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부터 책을 쓰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고 기록만 하려다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아무한테도 강요하거나 권유할 이유도, 자신도 없다. 다만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책을 통해서나마 그와 감응(感應)하고 싶었다. 내가 조르바와 동행하면서 느꼈던 그 희열과 깨달음의 일단이나마 나누고 싶었다. 내 그리스 여행의 결론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자유’와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핵심 결론이 딱히 무엇이라고 스스로 단정할 수 없는 건 저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하면서 아무리 자유를 찾아봐도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새도 하늘에 갇혀 있다고 했다. 자유를 찾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기자직을 접고 나선 결과는 비참했다. 어떤 면에서는 만용이고 방종이었다. 딸린 식구까지 있는 가장이 말이다. 백수에게는 알아주는 이도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삼국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꾸만 수호지 등장인물이 돼가고 있었다. 양산박처럼 몸을 의탁할 곳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의 40대 10년이 도깨비 같은 삶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자유를 찾아 나선 길이 결국 도깨비 삶으로 이어지다니. 그러나 그 또한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귀중한 경험이었다. 일부러 하려면 도저히 갈 수 없었던 길, 그 길을 다녀왔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유식한 말로 한 소식(消息) 한 셈이다. 덤으로 얻은 게 인간의 숙명에 대한 성찰이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무슨 얻고 말고 할 일인가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치를 삶의 체험을 통해 진실로 체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터이다. 하물며 상상 속 인물과 동행하며 신화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면 더없이 뿌듯한 일임에랴. 모쪼록 이 책과 인연을 갖게 되는 분들이 다만 몇 대목만이라도 나와 공감하고 감응하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 여행에 동행한다는 느낌까지 공유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미증유 역병의 시대에, 그래서 3년째 자유를 박탈당한 채 묶여 지내는 지금 책으로나마 마음껏 여행하면서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만끽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