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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 그 숙명의 역사
주재우의 지략지계
주재우
경계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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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 10

1장 북한 핵 개발 이전의 북미 대화 발자취 · 19

- 북한의 오랜 북미 대화 러브 콜 · 23
- 북미 관계에 불어온 훈풍 · 31
- 역사적인 첫 고위급 회담의 성사와 중단 · 35

2장 게임 체인저가 된 북한의 핵 개발 · 39

- ‘북한=불량 국가’라는 미국 사회 내 인식의 뿌리 · 41
- 미온적이던 미국의 태도에 불어온 변화 · 45
- 대화의 중심이 핵 문제로 옮겨가다 · 51
- 북한, 핵 개발 카드의 효용을 깨닫다 · 57

3장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 WMD 비확산 · 63

- 미국의 네 가지 관심사 : WMD, 핵, 인권, 개방 · 66
- 미국이 북한 WMD의 확산을 우려하는 이유 · 70
- 세계에 위험을 팔며 스스로를 옥죄는 북한의 WMD · 76

4장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 81

- 역대 미국 정부의 핵무기 감축을 향한 발걸음 · 83
- 북한 핵 개발의 안개가 걷히다 · 88
- 본격화된 북미 간 줄다리기 · 92
- 상황이 바뀌면 인식도 바뀐다 · 96

5장 열려는 미국, 닫으려는 북한 · 99

- 북한의 개혁 개방은 비핵화의 바로미터 · 102
- 북한이 구상하는 개방과 그 한계 · 104
- 선군경제의 태동과 북중 경협 · 110
- 북한의 개방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 · 114

6장 북한 붕괴론을 맹신한 미국 · 119

- 붕괴에 대한 믿음이 합의를 가능케 하는 역설 · 122
- 북한 붕괴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다? · 124
- 대비 없는 붕괴는 재앙이다 · 129

7장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 해부 · 137

- 되돌아보는 미국의 선제타격론 · 139
-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먹구름 · 144
- 꺼지지 않은 선제타격의 불씨 · 148
- 전략적 인내에서 최대의 압박으로 · 157
- ICBM,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 · 161

8장 더 강한 제재는 왜 안 되나 · 169

- 우물쭈물하다 구멍 난 대북 제재 · 173
- 중국에게 북한은 배은망덕한 동맹 · 179
- 미국의 발목을 잡은 진주만 트라우마 · 186
- 중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에 담긴 속내 · 192

9장 트럼프는 김정은의 귀인이었을까? · 201

- 트럼프의 압박과 대화 병행 전략 · 206
- 트럼프, 정상 회담을 전격 수용하다 · 210
- 북한은 왜 정상 회담을 받아들였을까 · 216

10장 북미 정상 회담이 탁상공론에 그친 까닭 · 221

- 이미 충분한 합의문이 되레 북미 정상을 저지하다 · 223
- CVID를 향한 두 나라의 온도차 · 226
- 하나로는 안 되고 다섯 개 모두여야 하오 · 229

11장 북중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 235

- ‘특수’ 관계의 징표, 당대당 관계 · 239
- 중국의 확고한 대북 동맹 수호 의지 · 245
- 북한 유사시 중국 개입설 · 250
- 중국이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전략적 이유 · 255

맺음말 :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존재하지 않는다 · 261
- 외교는 생물이다 · 267
- 주변국과의 믿음이 문제다 · 270
- 북한 비핵화의 ‘최종 형상the end state'을 마련하라 · 273

저자 소개1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중국의 대외 관계와 국제 정치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안보정책연구소(現국제안보전략연구원)와 무역협회 무역연구소(現 국제무역연구원)의 연구위원을 거쳐 미국 조지아 공대 방문교수(2012), 브루킹스연구원 방문학자(2014)를 역임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중사회과학회 회장(2022)과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2023)을 맡거나 맡게 될 예정이다. 「Asia Times」(2002-5), 「한국일보」의 ‘아침을 열며’(2018-19), 「아주경제」의 ‘주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중국의 대외 관계와 국제 정치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안보정책연구소(現국제안보전략연구원)와 무역협회 무역연구소(現 국제무역연구원)의 연구위원을 거쳐 미국 조지아 공대 방문교수(2012), 브루킹스연구원 방문학자(2014)를 역임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중사회과학회 회장(2022)과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2023)을 맡거나 맡게 될 예정이다. 「Asia Times」(2002-5), 「한국일보」의 ‘아침을 열며’(2018-19), 「아주경제」의 ‘주재우의 프리즘’, 「세계일보」의 ‘주재우의 미중관계사’(현재) 코너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해왔다. 주된 연구 분야는 중국 대외 관계, 미중 관계, 북중 관계, 다자 안보 협력 등이며, 미중 관계사를 정면으로 다룬 국내 유일의 저서인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한국전쟁에서 사드 갈등까지』(경인문화사, 2017)를 펴냈다. 그 외에도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종이와 나무, 2018) 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북중 관계를 짚은 책을 국문과 영문으로 동시에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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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92g | 152*225*20mm
ISBN13
9791197200205

책 속으로

북한의 핵 문제는 첫 번째 핵 실험 이후 본질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미국이 싫든 좋든 이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협상의 대전제로 삼아야만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북미 양국이 각각 관철시키려는 협상 의제의 순위에도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들의 협상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이 여섯 차례의 핵 실험과 무수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미 협상의 테이블에는 새로운 우선순위와 의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 p.13

북한의 전략은 ‘미국으로부터의 안전 보장’이라는 명료한 목적 아래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군사력의 강화, 다시 말해 핵을 개발해서 미국의 군사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억지력과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경로인 외교는 미국과의 반목을 줄이는 동시에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서의 안전 보장을 추구한다. 우선 한국 전쟁 말미에 체결한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여 전쟁을 종식하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 p.21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로 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지미 카터에게 있었다. 그 스스로가 주한 미군의 철수 계획과 공산 국가와의 수교 의사 등을 밝혔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굳이 이를 강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1977년 1월 카터의 취임식이 열리던 날, 김일성은 파키스탄의 줄피카르 부토 총리를 통해 카터의 주한 미군 철수 결정을 환영하며, 북미 대화가 하루속히 개최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 p.32

곧이어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시도가 다시 시작됐다. 1988년 10월 31일 레이건 행정부는 북미 접촉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대북 온건책’을 발표했다. 미국이, 그것도 지극히 반공주의자로 알려진 레이건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유화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원인과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 그의 투철한 반공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 p.48

1988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과 북한은 베이징에서만 모두 열여덟 차례의 대화를 가졌다. 그럼에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관심과 주목은 물론이고, 그토록 원하던 대화와 정권의 안정을 보장할 일련의 정치적 담보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증거로서 받아낸 일련의 합의서들이 북한 정권의 안정을 완벽히 보장해 줄 순 없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통해 핵이 북미 대화를 견인해 낼 주요한 매개임을 확신하게 되었고, 나아가 미국과의 ‘성공적인’ 흥정을 위한 역사적 교훈을 얻게 되었다.
--- p.61

북한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만든 폭력과 위험의 발전과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교역 대상은 이미 중동을 비롯한 분쟁 지역과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무장 단체로까지 확장되었으며, 그 규모와 영향 역시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2012년 1월 유엔 안보리의 콩고 조사 위원회는 유입된 3,400톤의 북한산 무기 중 상당량이 반군과 인근 국가로 흘러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 p.78

불능화에는 크게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의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이른바 ‘높은 수준’의 불능화는 핵 시설에서 핵심 부품을 분리한 뒤 ‘파괴’하는 것이다. 반면 ‘낮은 수준’은 핵 시설에서 핵심 부품을 분리한 뒤 이를 ‘북한 내에 보관’하는 것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요구한 것은 사실상의 핵 시설 폐기를 의미하는 ‘높은 수준’의 불능화였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그들이 얻어낸 것은 ‘낮은 수준’의 불능화에 불과했다.
--- p.92

“개방이라니, 무슨 개방을 말하는 거요? … 먼저 이 용어의 의미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할 거요. 왜냐하면 개방은 나라마다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오. 우리는 서구식의 개방을 수용할 수는 없소. 개방이 우리의 전통을 훼손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소.”
--- p.103

미국의 북한 붕괴론에 대한 확신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1995년 말 스탠리 로스 국가 안전 보장 회의 특보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맥락에서 수립되었다”라고 발언했다. 1996년 3월 미 하원 국가안보위원회에서 게리 럭 주한 미군 사령관 역시 북한의 심각한 경제 상황과 식량난을 볼 때 “문제는 북한의 붕괴 여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붕괴하는가, 즉 내부로부터의 붕괴인가, 외부로부터의 붕괴인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p.124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북한 붕괴론에 정권 교체를 가미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북한 정권이 경제 제재 등의 압박으로 자연스레 교체될 것을 희망했으나, 북한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그러자 미국 내부에서는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2003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전문가들은 학술적 담론 차원에서 북한 정권의 교체 구상을 분석해 소개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른바 정권 교체와 정권 변화를 둘러싼 두 개의 학파가 부상하여 논쟁을 벌였다.
--- p.126

클린턴 대통령의 제재 의지가 견고해지면서 페리 국방 장관은 군사 수단의 필연성을 역설했다. 1994년 6월 10일 페리 장관은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모에서 이제는 핵 위기의 엔드 게임을 고려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옵션을 군사적 준비, 즉 선제타격에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의 점진적 또는 갑작스러운 붕괴였다.
--- p.146

북미 간에 격한 설전도 벌어졌다. 9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은 보다시피 사람을 아사시키거나 사형시키는 미친놈”이라며 “겪어 보지 못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트위터 글을 남겼다. 다음날 북한의 리용호 외교 부장은 유엔 총회 연설 도중 트럼프를 “악마 대통령”이라고 묘사했다. 그러자 즉각 트럼프의 답변이 날아들었다. “방금 북한 외교 부장이 유엔에서 연설했다고 들었다. 그가 ‘꼬맹이 로켓 맨’을 대변한다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북한도 미국도 모두가 노골적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있었다.
--- p.163

장쩌민 중국 주석은 1994년 3월 28일 김영삼 대통령과의 베이징 회담에서 대북 압박이나 제재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피력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중국에게 선택권은 많지 않았고, 결국 미국과 절충안을 찾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즉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 반대가 아닌 기권표를 던지는 대신에 미국이 작성한 결의안을 안보리 의장 성명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 p.180

김정은과 만난 자리에서 폼페이오가 던진 첫 질문은 그의 비핵화 의지였다. 한국 정부를 통해 전한 비핵화 약속이 진심인지 미국은 확답이 필요했다. 이에 김정은은 “난 아버지요. 나는 내 아이들이 핵무기를 평생 안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스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양국 모두 긴장 국면이 상승하길 원치 않음을 확인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이 일치한 것이다. 이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의미였다.
--- p.215

훗날 우드워드 편집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자마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회고했다. 회담장에서 그가 “하나로는 안 되오, 두 개도, 세 개도, 네 개도 도움이 안 되오. (폐기 대상 시설이) 다섯 개 모두여야 하오”라고 밀어붙이자, 김정은은 영변의 시설이 제일 크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설의 규모가 아니었던 트럼프는 “그게 제일 오래된 시설이란 건 이미 알고 있소. 사실 난 모든 시설을 다 알고 있소. 당신이 아는 미국 측 인사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단 말이오”라고 상대를 압박했다.
--- p.229

북한은 발버둥(핵과 미사일 시험)을 치면 칠수록 결국 제재라는 늪에 더 깊이 빠지고 있다. 북한 스스로가 비핵화를 더 어렵게 만드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북한은 단번에 비핵화 합의를 완성하겠다는 꿈을 버려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단방에 해결할 수 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사라졌다. 대북 제재의 실타래는 북한의 자충수로 더 엉켜버렸고, 실마리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이미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된 지 오래다.
--- p.263

협상의 목표와 의제는 협상 대상의 대내외적 여건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제적 궁핍에 허덕이던 핵 개발 초기 단계의 북한이 추구했던 전략 목표는 핵무기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지금의 목표와 절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는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능동적이고도 유연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때로는 국민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겠지만, 확고부동한 최종 목표와 강한 목적의식, 원칙만 있다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견 모순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외교 행위를 납득할 것이다. 죽은 듯 굳어버린 몸과 머리로는 결코 살아서 펄떡이는 외교를 쟁취할 수 없다.

--- p.270

출판사 리뷰

역사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만약이라는 전제는 무의미하다지만, 실제로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는 ‘만약 그때 이랬더라면...’하는 가정의 세계에 곧잘 빠져들곤 한다. 만약 2차 세계 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승리했더라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을 명령했더라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70여 년에 걸친 북한과 미국 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두 나라 간의 관계에는 켜켜이 쌓인 갈등의 더께만큼이나 수많은 ‘만약’의 여지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재우의 지략지계] 북미 관계, 그 숙명의 역사』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훑는 통사(通史)적 접근 방식의 역사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늘날 한반도에 살아가는 우리가 처한 냉정하고도 엄혹한 현실, 즉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이 지난 30여 년 동안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진화를 거듭해오는 동안 그런 위험천만한 카드를 꺼내 든 북한과 그를 막으려는 미국 사이에는 어떠한 수 싸움이 펼쳐져 왔는가? 두 나라는 그때그때의 시대적 상황과 상대의 반응에 따라 어떻게 협상의 의제와 우선순위, 전략을 변화시켜왔는가? 바로 이런 부분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 이 책은 북미 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을 중심으로 두 나라가 도전과 응전을 주고받아온 역사에 주목하기로 한 것이다.

책의 저자는 우선 한국 전쟁 이래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일관되게 원해 왔다고 말한다. 줄기찬 구애의 이유는 단 하나, 대화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정권과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요청할 때마다 줄곧 남북 대화를 선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무관심으로 냉대해왔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변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서두에서 언급된 ‘만약’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1장에서 거론된) 1992년 1월 뉴욕에서의 첫 번째 북미 간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7가지 조건을 북한이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한과의 수교에 합의했더라면 이후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누구도 장담은 못하겠지만, 어쩌면 그 뒤로 행해진 북한의 여섯 차례 핵 실험과 수십여 차례의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는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다시 현실로 돌아와, 북한의 핵 개발을 기점으로 북미 협상의 핵심 의제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 여부에서 북한 핵 문제의 해결로 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에는 북미 수교를 통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한반도 평화를 맞교환하는 문제가 두 나라 사이의 닫힌 관계를 푸는 열쇠였다면, 이제는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WMD)로부터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전까지 지켜야 하는 과제가 양국 간 대화 테이블에 핵심 의제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그러자 과거에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심드렁하던 미국도 바짝 자세를 고쳐 앉기 시작했다. 특히 핵탄두를 탑재한 채 미국의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 성공은 북미 관계에 있어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불법 무기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나 테러 집단의 수중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WMD 비확산,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크게 확산된 북한 인권 개선 요구, 핵 사찰과 검증의 수용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의 북한의 개혁 개방도 북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 두 나라가 풀어야 할 핵심 관심사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한편 저자는 때로 우리의 시각으로 보기에 미국이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결에 열과 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고 전제한 후, 그 이유로 “미국이 북한의 붕괴를 맹신하는 수준의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 “내부로부터의 붕괴인가 외부로부터의 붕괴인가”가 문제일 뿐 북한이 언젠가는 무너질 거라는 미국의 확신이 역설적으로 2002년 2차 북핵 위기 때까지 한반도 평화의 핵심 기반이 된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를 가능케 한 동인이었다는 저자의 해석은 상당히 흥미롭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종결할 때까지 붕괴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미국이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북미 협상과 합의서 체결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단순히 핵무기의 개발 억제와 폐기,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의 북미 수교와 평화 협정의 체결이라는 차원에서 해결되는 이차 방정식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북한의 WMD와 인권, 개혁 개방, ICBM, 미국 내부의 북한 붕괴론 및 대북 선제타격론, 국제 사회의 제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차 방정식임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간다.

그런 다음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70여 년에 이르는 북미 관계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던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북미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과, 동시에 그런 드라마 같은 만남이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전문가로서의 저자의 지식과 통찰력을 활용해 북미 관계의 핵심적인 매개 변수라 할 수 있는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와 중국의 속내를 간략히 들여다봄으로써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청사진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제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드는 의문 하나, ‘만약’ 2019년 2월 하노이 2차 정상 회담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스몰딜이든 빅딜이든 간에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끌어냈더라면 2022년 한반도의 평화 지형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사실 그 답은 어쩌면 저자가 맺음말의 부제로 삼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 있는 지도 모른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숱한 난제들과 관련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매듭처럼 엉켜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단박에 안정적으로 바꿔놓을 기적의 묘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역사를 제대로 분석하고 주변국들의 속내를 통찰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전략적 사고의 곳간을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의도하는 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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