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케르테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부헨발트와 짜이츠 수용소를 전전하다 1945년 종전과 해방을 맞았다. 그의 작품에는 국가의 제도적 폭력에 억압받는 개인의 고통이 녹아들어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케르테스의 전쟁 체험은 숨길 수 없는 역사의 증언"이라면서 "역사가 휘두른 횡포에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높이 샀다"고 수상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그 자신도 제2차 세계대전을 두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이래 인류의 가장 큰 상처"라면서 "소설을 쓸 때마다 아우슈비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케르테스는 종전 뒤 부다페스트 일간지 '빌라고사그'의 기자로 2년여 동안 근무하다가 신문사의 국유화로 해고당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케르테스는 몇 년 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콘라드 죄르지와 함께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작가다. 그가 10여 년간의 퇴고 끝에 내놓은 처녀작 '운명(원제: 운명없음·Sorstalnsag)'은 1975년에 발간됐다. 독특한 언어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죽음의 불안을 초연한 자세로 이겨낸 자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88년에 발표한 "실패"와 이듬해에 나온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송가"는 첫 소설과 더불어 '운명의 3부작'으로 불린다. 케르테스는 수사학적 문장을 즐겨 구사하며, 이 문장을 사건과 연결시켜 소설을 구성한다. 범죄, 배신, 실패, 피치 못할 사건에 말려드는 인간의 운명 등 복잡한 구성 요소들을 통합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창작 과정에 주목해 문단은 그를 '매우 복잡다단한 우주를 관통하는 질서에 대해 발언해온 작가'로 평가한다.
그는 시와 희곡과 수필 등 다양한 장르로 글을 썼고, 번역도 중요한 활동에 속한다.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 니체 등의 저서를 헝가리어로 번역하면서 이들의 정신적 친화성을 밝히는 데 열중해 온 것은 유명하다. 또한 사상가들의 저서를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스스로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세계의 평등과 정의가 유럽의 새로운 요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활동 때문에 열정적인 토론가이자 심오한 사상가라는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아울러 1992년에 출간한 일기집 "항해선 일기"와 1997년에 발표한 단편집 "누군가 다른 사람" 역시 문단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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