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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5
헬렌과 슬픔 씨 … 5 우주비행소년 와트 … 23 뉴트르, 뒷골목을 지배하는 자 … 33 하비샴의 편지 … 76 누아르 마을 루미에르 … 85 타인의 수첩 … 116 리퍼의 평범한 하루 … 132 당신의 차례 … 151 |
JEJE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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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살아가는지 대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뒤를 돌아보면, 옆길로 새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무거운 한 발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다. 신발 끈이 풀린 줄도 모른 채 그냥 그렇게 걸어가던 나에게 져가는 봉숭아가 말했다. 너는 여러 해를 살 수 있음에도 죽어있구나.
--- 「서문」 중에서 슬픔 씨는 우람한 어깨를 좁게 말고 흙탕물로 변해버린 물웅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젠장맞을 자기 개발서는 행복해지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고 하는데… 그럼 하고 싶은 게 없는 나 같은 놈들은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재료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거잖아. 마치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말이야. 그냥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릴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 「헬렌과 슬픔 씨」 중에서 저희 행성 사람들에게 헬멧은 굉장히 중요해요. 헬멧이 없으면 숨을 쉴 수 없거든요. 그래서 늘 헬멧 안을 건조하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울지 않는 연습을 했어요. 눈물이 가득 차 숨을 쉴 수 없게 되면 안 되니까요. --- 「우주비행소년 와트」 중에서 재즈 바는 도저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적막이 감돌았습니다. 오직 에밀리의 인기척만이 텅 빈 바를 울렸죠. 띄엄띄엄 놓인 테이블과 의자 위로 희뿌연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고, 바 테이블과 찬장 가득 채워진 술병들의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벽 위에 있는 자그만 창문으로 바깥의 빛이 스며들었지만 그마저도 쇠창살에 가려 내부는 꽤나 어두웠습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여기요!” --- 「뉴트르, 뒷골목을 지배하는 자」 중에서 친애하는 그대에게. 저를 기억하시나요. 당신의 약혼녀 하비샴이에요. 아직도 저는 당신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그 저택에서 살고 있답니다. 그대가 아름답다 말했던 웨딩드레스와 면사포를 입고서요. --- 「하비샴의 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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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의 평범한 하루」
“어서 빨리 오른쪽 팔목을 구해야겠어. 일 잘하는 농부나 대장장이의 팔로다가!” 귀신의 집으로 소문난 공동묘지 옆에 사는 존재, 리퍼. 그는 개고양이 브루노와 함께 살며 자신의 몸을 수선하는 일에 골몰한다. 때때로 쇼핑하듯 묘지를 기웃거리며 자신의 몸으로 사용할 만한 살덩이를 고르고, 솜씨 좋은 바느질로 기워 넣는 게 소소한 행복이다. 지금 리퍼의 오른쪽 팔목은 약사 노인의 무덤에서 찾은 것인데, 처음엔 쓸 만 하더니 이제는 훈제 청어처럼 말라비틀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팔목이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평소처럼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스튜를 담은 컵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오른쪽 팔목이 뚝 끊어져 버린 것이다. 리퍼는 마음을 굳게 먹고 브루노와 함께 공동묘지로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은 과연 마음에 쏙 드는 새로운 팔을 구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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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 〈헬렌과 슬픔 씨〉에서는 ‘떨거지’로 스스로를 칭하는 남자, ‘슬픔 씨’가 자신의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삶을 비관하지만 색다른 시각을 가진 이웃 ‘헬렌’을 만나게 되며, 이후 〈우주비행소년 와트〉에서는 아스트로넛 행성에 사는 열 살 난 소년 ‘와트’가 눈물을 참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면서도 ‘슬픔’을 가진 ‘울고 싶은 이들’을 궁금해 하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또한 표제작인 〈리퍼의 평범한 하루〉에서는 자신의 몸을 타인의 시체로 기워 수선하는 자, 리퍼가 등장하며 진정한 ‘별종’의 평범한 생존기를 전한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작가가 천연덕스럽게 마련해 놓은 환상적인 세계관 속에서 우리의 일상과 다름없이 지극히 평범하게 자신만의 삶을 꾸려 나간다. 기묘한 존재들이 고군분투하며 지극히 평범하게 하루하루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들. 이러한 ‘별종’들이 살아내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무심하고 덤덤하게 놓인 소박한 ‘삶의 위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순서로 자리한 단편, 〈당신의 차례〉는 이야기가 비워진 채 일러스트로만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마련한 독자 참여형 단편이다. 표제작인 〈리퍼의 평범한 하루〉를 끝으로 작가는 펜을 내려놓고, 독자에게 이야기를 청한다. 페이지 여백을 군데군데 채우는 일러스트는 앞선 단편들과 세계관이 연결되어 독자들도 환상적인 그 세계관 속에서 마음껏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이러한 초대가 기꺼운 독자라면 각 이야기에 놓인 흑백 일러스트들을 컬러링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확장해 보거나, 〈당신의 차례〉를 주변의 다른 누군가와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작가가 전한 이야기처럼 당신의 평범한 하루가 책 속 별종들처럼 누군가에게는 비범한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도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