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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004
시나리오의 영감 - 소재와 주제 소재, 어디서 찾는가? | 013 직접 경험 대 간접 경험 | 017 당신 영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 022 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아이디어 쌓기 | 029 아이디어의 확장 | 039 스토리텔링의 비법 시나리오의 6가지 요소 | 047 영화의 4단계 구조 - 전반, 중반, 클라이맥스와 결말 | 049 영화 속 인물 누가 뭘 하는가, 그리고 왜 그러는가? | 058 매력적인 주인공 | 060 인물 탐구를 위한 정보 수집 | 063 인물의 감정과 태도, 선택과 행동 | 072 시나리오의 구성 - 플롯 플롯과 캐릭터 - 무엇이 먼저인가? | 088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 | 091 갈등의 중요성 | 094 개연성의 법칙 | 102 씬과 대사 쓰기 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109 좋은 대사, 어떻게 써야 할까? | 122 영화 전반부 어떻게 영화의 문을 열 것인가? | 132 영화 중반부 더 강렬하게, 더 흥미롭게 - 서스펜스를 유발하라! | 161 다른 캐릭터를 활용하라! | 165 운명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 | 173 관객을 계속 속이고 배반하라! | 186 클라이맥스 클라이맥스는 오르가즘과 같다! | 197 결말 아름다운 뒷정리 |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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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만들기에 필요한 소재는 대부분 구매해야 하지만 시나리오의 영감을 위해 필요한 소재는 물과 공기처럼 대부분 무료다.
그리고 주변에 널려있다. 귀동냥으로 듣는 이야기와 매일의 뉴스거리, 위대한 문학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예술품들, 타인에 대한 관찰, 작가의 아이디어나 세계관 등은 언제나 훌륭한 영화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흐르는 강물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등 자연현상이나 꿈을 통해서도 영화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 p.14 자신의 작품에 관한 영감을 간접경험의 방식으로 얻어야 한다. 간접경험 중 가장 쉬운 건 다른 사람의 얘기를 훔치는 거다. 이 경우 작가가 나중에 자신의 ‘절도 행위’를 고백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이런 작가들에게 조언한다. “법적으로 문제 될 리 없겠으나 양심의 자유를 얻으려면 피해자에게 고백하고 감사하도록 하라!” 나는 이야기 도둑질의 선수다. KBS 아나운서 출신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전두환 정권의 방송검열을 소재로 소설 〈각하는 로맨티스트〉(2013년)를 썼다. 산후우울증으로 빚어진 유아 살해의 비극에서 영감을 얻은 시나리오 〈겨울 방랑자〉(미발표) 역시 장물이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훔쳐야 한다. 술자리 등에서 되도록이면 떠들지 말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래야 이야기를 도둑질당하지 않고, 역으로 훔칠 수 있다. 면밀한 주변관찰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영화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마닐라에서 봤던 십대 미혼모와 그녀의 품에서 코 흘리던 아기,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뉴욕 타임스퀘어의 노숙자, 심지어 해고당한 친구의 수심 깊은 얼굴도 나의 영화 소재창고에 소중히 보관돼 있다. 그것들은 언젠가 새로운 시나리오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 p.18 과거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멋모르고 드라마수업을 신청한 적이 있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담당교수가 “영화 속 드라마는 우리 삶보다 더 커야 한다.(Drama in cinema should be bigger than life.)”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엄청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매일 매 순간 벌어지기 때문에 영화 속 사건은 실제 삶보다 훨씬 더 강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 평범한 인생이 지루해 극장을 찾는 이들에게 별 재미도, 의미도 없는 사건을 선사하는 건 매우 큰 죄악이다. --- p.33 만약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어느 누구와도 갈등을 빚지 않거나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면 분명 그 영화는 관객을 잠의 늪으로 빠뜨리고 말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남이 싸우는 걸 구경하길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참 한심한 존재다.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 대부분도 이런 한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주요 인물들이 다투는 걸 즐긴다. 당연히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이 사이좋은 걸 용납하지 않는다. 이 주장이 맞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작가는 관객에게 그럴싸한 싸움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가 건축하는 갈등, 혹은 대립과 마찰의 구도는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중한 요소로 작용한다. 만약 갈등으로 인한 긴장이 없다면, 관객은 곧바로 흥미를 잃는다. 갈등이 발생하는 건 주인공이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얻으려 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처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그 과정 가운데 발생한다. 영화는 결국 주인공이 대립과 마찰을 이겨내거나, 반대로 실패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 p.41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부터 지금까지 연극과 영화, TV드라마 등에서 쓰이는 스토리텔링의 6가지 요소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1. 주인공이 있다. (인물) 2, 그는 무언가를 원한다. (목표) 3. 그래서 그는 그걸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행동) 4. 하지만 그 노력은 장애물, 또는 방해로 위기를 맞는다. (대립과 마찰) 5. 그는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클라이맥스) 6. 성공이든 실패든, 그는 결말에 도달한다. (결말) 주구장창 잠자거나 뽀뽀하는 장면만 담은 앤디 워홀의 아방가르드영화 〈잠〉(Sleep, 1964)이나 〈키스〉(Kiss, 1963)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영화는 이 형식을 충실히 지킨다. 이 여섯 가지 요소는 전반, 후반, 그리고 결말에 녹아들어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된다. --- p.47 〈미션〉(롤랑 조페 감독, 1986)의 주인공 중 하나인 로드리고 멘도자는 노예사냥꾼이다. 영화 초반 그의 목표는 더 많은 노예를 잡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이런 과거의 삶을 송두리째 버리고 신부가 된다. 더 나아가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 자신의 사냥 대상이었던 과라니족 원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버린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변화요, 아이러니다. 〈카사블랑카〉의 초반 주인공 릭 블레인은 자신의 안녕밖엔 아무 관심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는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거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위인이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릭은 파리에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인 일사와 그의 남편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선택을 한다. 〈변호인〉과 〈택시 운전사〉(장훈 감독, 2017)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두 주인공 다 영화 초반부엔 돈을 중시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그에 합당한 선택들로 일관하나 마지막에는 정의를 위해 목표 수정을 감행한다. 이런 경우들을 볼 때 결국 영화에서 주인공의 맨 마지막 선택이 진정 그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할 수 있다. 물론 그건 대체적으로 주인공에 대해 관객이 기대할만한, 그리고 받아들일만한 선택이어야 할 것이다 --- p.81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케케묵은 논쟁은 영원히 결론을 내리지 못할 문제다. 이에 반해 영화나 소설에서 ‘플롯이 먼저냐, 캐릭터가 먼저냐?’란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있다. 물론 중요도로 따지면 둘 다 똑같다. 하지만 캐릭터가 없으면 플롯도 없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 플롯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캐릭터가 플롯을 견인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은 인물과 그의 행위다. 드라마, 연극 등에서도 주인공의 행위보다 더 매력적인 건 없다. 주인공은 영화 내내 관객의 관심을 온통 자신에게 쏠리게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띤 채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 작가들이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입체적이며 복잡한 플롯을 창조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플롯은 거의 대부분 매력적인 캐릭터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 p.88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은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갈등을 빚는다. 정신적 대립이 결국 폭력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훌륭한 마찰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면 둘 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육체적 폭력은 영화에서 갈등의 결과물로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결국 서로 양보하고 협상할 수 없기에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게 인간이다. 아무리 고고한 인간이라도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밀 경우 상대를 향해 주먹을 뻗거나, 뭔가를 깨뜨려야 직성이 풀린다. 솔직히 인간은 파괴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이다. 만약 이 세상에 천사들만 산다면 드라마가 설 공간은 전혀 없을 것이다. 어쨌든 갈등의 에너지가 강해지려면 최대한 마지막까지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가 각자의 목표를 고수해야 한다. 그들의 대결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수록 더 큰 흥분과 서스펜스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둘 중 어느 하나가 꺾여야 클라이맥스가 종료된다. 이야기를 구성할 때 갈등은 파도처럼 연속으로 밀려와야 한다. 장편영화의 경우 한 가지 내용의 갈등으로는 절대 끝까지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플롯에서 하나의 갈등은 비상약이나 임시방편 정도에 그친다. 점차 강렬한 모르핀을 요구하는 환자처럼 관객이 더 큰 자극의 갈등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p.96 성공적인 플롯이라고 해서 주인공이 항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매번 안타고니스트와 치열한 다툼만을 벌이는 건 아니다. 주인공은 감성을 가진 인간이지, 기계나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두려움이나 죄책감, 또는 상실감 등이 잘 묘사될 때 플롯은 훨씬 더 풍성해진다. 〈밀양〉에서 신애가 아들 준의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가슴이 무너진다. 영화는 준의 시신을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대신 그의 시신으로 다가가는 신애의 모습을 롱쇼트로 길게 보여준다. 그녀의 상실감을 관객이 공유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잘 표현된 멋진 장면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류는 누나에 이어 자신이 유괴한 유선마저 잃는다. 이 과정에서 그의 상실감과 죄책감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절절히 잘 드러난다. 그저 누나를 살리기 위해 신장이식 수술을 해주려 했던 그의 착한 마음은 참혹한 운명의 아이러니로 인해 산산 조각나고 만다. 〈마더〉에서 엄마는 아들이 살인범으로 몰리자 그의 결백을 밝히려 애쓴다. 관객은 그녀가 1퍼센트도 아들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클라이맥스에서 그녀는 아들이 범인임이 밝혀지자 이를 감추려고 애꿎은 고물상 사내를 살해한다. 결국 엄마에게 애초 아들의 결백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었단 사실이 드러난다. --- p.105 3) ‘씬 목표’가 달성되면 주저 없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라! 아마추어작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이거다. 씬을 다 쓰고 나서 뭔가 빼먹은 게 있지 않을까, 혹시 더 집어넣어야 할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시나리오의 운행을 더디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느 커피숍에 남편과 아내가 앉아있다고 하자! 아내는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과 커피 잔을 번갈아본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보며 불안해한다. 잠시 후, 뭔가 망설이던 그녀가 서류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입을 연다. “여보, 나 그동안 힘들었어.” 다음 장면, 남편이 씩씩거리며 커피숍 문을 열고 나온다. 차창 너머 보이는 아내는 울고 있다. 이럴 경우 구구절절 둘이 이혼에 관해 논쟁하는 걸 보여주는 건 사족이다. 서류가 ‘합의이혼서’임을 설명하는 것도 불필요하다. --- p.117 그런데 아마추어들은 플롯과 완전히 동떨어진 대사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의 무드를 살리거나 특별한 유머로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라면 잠깐 노선에서 이탈한다 해도 충분히 눈감아 줄 만하다. 멋진 대사를 쓴다는 건 멋진 씬을 창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플롯을 기가 막히게 짰다 하더라도 대사가 맛이 없으면 시나리오는 밋밋해진다. 마치 노래실력이나 말솜씨가 천차만별이듯 대사를 쓰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유머와 은유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타고 난 언어의 연금술사들이 있다. 그들은 언어의 은행에서 자유자재로 말을 인출해 흥미롭고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천재가 아니라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작가는 당신처럼 평범하다. 천부적 재능이 좀 부족하다 해도 부단한 노력을 바탕으로 당신도 훌륭한 대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장황한 생활언어를 늘어놓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 속 대사는 관객이 한 번 듣고 바로 깨닫도록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다음 대사가 나오기 전 관객은 방금 들은 대사를 완벽히 독해해 낸 상태여야 한다. 만약 대사가 너무 장황하거나 난해해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관객은 방금 들었던 대사의 의미를 헤아리기 위해 에너지를 쏟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다음에 등장하는 대사에 대한 집중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대사는 간결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전달돼야 한다. 실제 삶에서 인간들은 글처럼 정리된 문장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의 얘기를 가로채거나 중언부언한다. 빠르게 나불대기도 하고, 고상한 척 시어를 읊어대거나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대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관객을 향한 전달력이 떨어져 그들의 몰입과 이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경우에 따라서 대사를 물리게 할 수도, 배우로 하여금 똑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게 할 수도 있다. 아무도 이해 못 할 어려운 학문적 언어들을 쏟아낼 수도 있다. 단, 이럴 경우 그럴만한 이유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 --- p.123 4) 주인공의 목표, 그리고 이율배반적인 내적 세계 ‘이야기를 규정하는 사건’은 주인공에게 어떤 명확한 목표를 부여한다. 이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인공은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장애물이 떡하니 그를 가로막는다. 적이 나타나 그가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일차적으로 목표가 정해졌으면, 작가는 왜 주인공이 그 목표를 갖게 됐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이 이유가 향후 그가 취하는 행동의 동기부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밀양〉에서 신애는 준이 유괴된 후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돈을 마련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아들을 살리는 데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류는 영미의 조언에 따라 유괴를 결심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르고자 하는 그가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무조건 누나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은 돈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마더〉의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경찰과 변호사, 심지어 아들의 친구 진태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모든 걸 감내한다. --- p.149 중반부 시작 즈음부터 관객은 본격적으로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인물들이 자신 앞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를 집중해 지켜본다. 그러면서 그들은 즐거워하길 원하고, 때론 나자빠질 정도로 놀라길 원한다. 그런데 만약 중반부의 전개가 앞서 드라마적으로 제기된 문제와 따로 놀거나 너무 어수선하면 관객은 곧 흥미를 잃고 딴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재미없는 영화, 언제 끝나지?”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지금 남편은 뭘 하고 있을까?” 관객이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영화의 운명은 패망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관객은 전혀 인내심이 없다. 자신이 지불한 티켓 값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영화를 볼 때 그들의 분노 게이지는 한없이 상승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까다로운 관객의 관심을 어떻게 계속 영화에 묶어둘 수 있을까? --- p.162 상업영화에선 안타고니스트가 악당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꼭 그래야만 하는 공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안타고니스트가 주인공의 목표달성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가장 큰 매력은 주요 인물인 류와 동진 모두 원래 꽤 착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이란 점이다. 그런 두 사람이 영화 중반부부터 치열하게 서로를 죽이고자 달려든다. 관객은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그런 의미에서 류와 동진은 둘 다 주인공임과 동시에 서로에게 훌륭한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밀양〉에서 주인공 신애가 맞서는 안타고니스트는 누구일까? 아들 준을 유괴, 살해한 웅변학원장 도섭일까? 물론 준이 살아 있을 동안 잠깐 도섭이 그 역할을 한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준이 죽음으로 영원히 신애 앞에 돌아올 수 없는 게 결정되는 순간 도섭은 바로 안타고니스트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 준의 죽음을 몰고 온 그이지만,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드라마적으로 더 이상 그녀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진정한 〈밀양〉의 안타고니스트는 누구인가? 놀랍게도 신(神)이다. 중반부 이후 계속해서 신애를 고통으로 밀어 넣는 존재는 신애가 처음에 안 믿는다고 했다가, 나중에 믿게 됐다고 선언하는 하나님이다. 물론 신이 직접 신애를 막아서는 건 아니다. 무정한 신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그녀 스스로 상상하는 것이다. --- p.167 무려 1시간 이상의 중반부를 강렬하고 흥미롭게 채우려면 끊임없이 서스펜스를 유발해내야만 한다. 바로 그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주인공 외에 안타고니스트와 동지, 사건 유발자 등 다른 캐릭터들을 활용한다. 둘째, 주인공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미 영화 시작부터 매우 나쁜 상황에 놓인 주인공에게 추가로 감당키 어려운 고난을 안겨주면 더더욱 좋다. 명심하라! 관객은 편하게 놀고먹는 주인공을 제일 싫어한다. 셋째, 서프라이즈와 반전을 이용, 계속 관객을 속이고 배반해야 한다. 절대 그들이 짐작하는 방향대로 가면 안 된다. 관객이 영화 내내 계속해서 놀라운 일이 발생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 p.195 클라이맥스에 이어지는 결말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깔끔하지 못한 해결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과도 같다. 장편영화의 경우 클라이맥스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마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도 급작스럽게 영화를 끝맺음 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아직도 관객이 알고 싶은 내용 중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게 남아있다. --- p.212 3) 결말은 관객에게 클라이맥스의 결과에 대한 충분한 정서적 반응의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클라이맥스에서 드라마적 문제가 해결되고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되는 걸 보며 관객은 커다란 감정적 반응을 드러낸다. 작가는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미리 예측하고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추스를 충분한 여유를 줘야 한다. 슬픈 영화의 경우 결말은 카타르시스, 혹은 정화의 기능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의 비장한 죽음에 눈물 쏟기 시작한 관객은 한동안 그 아픈 감정에 사로잡혀 있길 원한다. 이럴 경우 작가는 관객의 심리를 십분 활용, 그들을 최대한 길게 슬픔의 늪에 머물게 해야 한다. 만약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바로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불이 켜진다면 어찌 되겠는가? 당연히 관객은 크게 아쉬워 할 것이다. 클라이맥스가 매우 충격적인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자신들이 막 경험한 상황을 충분히 소화하고 생각할 정서적 여유를 제공해야만 한다. --- p.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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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예술은 없다!
TV 뉴스, 술잔을 나누었던 친구의 한 마디, 심지어는 우리 집 쓰레기통까지 심상치 않다. 식당에 걸린 싸구려 그림에도 피가 돌고 예측불허의 바람이 분다. 우리가 간과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본 투 킬〉 시나리오를 썼으며, 연극, 방송, 소설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전방위 영화예술인 이무영 감독의 열정적인 조언이 챕터마다 가득하다. 가득하지만 알기 쉽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물론, 영화 스크린 뒤편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창작 안내서. 1. 시나리오의 영감 - 소재와 주제 “나는 이야기 도둑질의 선수다. KBS 아나운서 출신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전두환 정권의 방송검열을 소재로 소설 〈각하는 로맨티스트〉(2013년)를 썼다. 산후우울증으로 빚어진 유아 살해의 비극에서 영감을 얻은 시나리오 〈겨울 방랑자〉(미발표) 역시 장물이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훔쳐야 한다. 술자리 등에서 되도록이면 떠들지 말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래야 이야기를 도둑질당하지 않고, 역으로 훔칠 수 있다.“ -P.18 “주제라는 옷에 몸을 끼워 맞추듯 스토리라인을 억지로 생각해 쑤셔 넣는 방식으로 시나리오 를 쓰는 건 자학이며 고문이다. 훌륭한 시나리오 작업은 이와 반대로 진행돼야 한다. 먼저 삼빡한 아이러니가 동반된 얘깃거리에서 시작, 점차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형성해나가고, 궁극적으로 그 위에 자연스럽게 주제의식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P.24 1장에서부터 귀기울어야 한다. 저자는 영감의 원천에 관해 몇 마디 하며, 예술가의 생존 기술을 훌륭하게 요약하고 있다. 2. 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주인공, 환경, 사건, 관계” 영화적 아이디어와 작품의 에너지를 결정하는 네 가지 요소이다. 자신이 집필할 시나리오의 영감을 얻었다면, 거기에 취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소중한 아이디어를 체계화하고, 드라마의 지평에 올려놓아야 한다. 영화의 주인공이나 그가 놓인 환경, 그와 관계를 맺는 주요 인물, 또는 기폭제가 되는 사건 등이 떠올랐다면, 이제 작가는 그 아이디어를 점차 확장시키며 드라마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p.39 아이디어를 하나둘씩 쌓다 보면 그 위에 작가가 담고 싶은 생각이 무엇인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초반에 별 콘셉트 없이 그저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태 정도에 머문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아이디어가 확장되면서 작가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시나리오는 항상 작가 꼴대로 나오게끔 돼있으니까 말이다. -pp.42-43 3. 스토리텔링의 비법 〈밀양〉, 〈마더〉, 〈복수는 나의 것〉 이무영 감독은 걸출한 한국영화 세 편을 주축으로 하여 ‘시나리오 창작론’을 펼친다. 다양한 사례를 거론하기는 하지만, 시나리오 창작의 지론을 대중 앞에 풀어놓고자 하는 ‘작가 이무영’ 의 성에 차는 영화는 이 세 편이 대표적인 듯하다. 이무영 감독의 영화 분석을 따라가며, ‘좋은 서사란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 보자. 저자는 기존 작품을 예로 들며 책을 이끌어가면서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보편적 언급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세상 그 어떤 예술형식보다 오래 존재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아마 언어가 없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손짓발짓으로 얘기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흥미로운 얘깃거리에 매료된다. 친구나 가족 간에 매우 슬프거나, 유쾌하거나, 무서운 얘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둘이 모여 그곳에 없는 제3자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을 때도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취한다 -p.46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부터 지금까지 연극과 영화, TV드라마 등에서 쓰이는 스토리텔링의 6가지 요소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1. 주인공이 있다. (인물) 2, 그는 무언가를 원한다. (목표) 3. 그래서 그는 그걸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행동) 4. 하지만 그 노력은 장애물, 또는 방해로 위기를 맞는다. (대립과 마찰) 5. 그는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클라이맥스) 6. 성공이든 실패든, 그는 결말에 도달한다. (결말) -p.47 4.영화 속 인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갈등 구조를 그대로 체화한다(재현한다). 이들은 백 퍼센트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으며, 선의로 행한 일이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운명 앞에서 무력한 인간은 우리 모두가 그렇듯 주어진 삶의 조건들로부터 출발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고군분투하나, 의지를 관철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중첩된 난관 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의 의지이다. 이 책의 독자이자 독립된 시나리오 작가인 여러분은 등장인물에게 입체적인 서사를 부여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그만의 감정으로 희로애락의 순간을 마주한다. 어떤 이는 아내가 죽었을 때 슬퍼하지만, 어떤 이는 쾌재를 부른다. 크나큰 행운을 맞이할 때 드러나는 감정도 각기 다 다르다. 감정만큼이나,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한 인간을 잘 말해주는 척도가 된다. 어떤 특별한 일이 발생할 때 개개인이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각자의 선택과 행동이 달라진다. -p.72 ‘관객 공감’은 주요 캐릭터가 관객들이 익숙해하는 감정, 즉 사랑, 기쁨, 행복, 불행, 미움, 질투, 공포, 모욕감 등을 느낄 때 이뤄진다. 이런 인간의 감정들은 범우주적이며 영원하다. -p.75 5.시나리오의 구성 - 플롯 ‘플롯’ 과 ‘캐릭터’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플롯’은 이야기의 구조를 말하며, ‘캐릭터’는 주인공의 인격과 성향을 의미한다. 섬세한 캐릭터 설정은 플롯의 재미를 넘어서기도 하며,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새로운 플롯을 생성하기도 한다. 진정한 시나리오 작가는 플롯과 캐릭터 사이를 넘나들며 이야기의 흐름 -‘스토리’-를 아름답게 그려내야 한다. 플롯의 의미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날 때에 비로소 온전해진다. 잘 쓴 시나리오라면, 아무리 플롯을 어수선하게 흐트러 놓아도 영화 마지막 즈음에 관객은 자신들이 본 작품의 스토리라인과 그 안에 담긴 뜻을 명확히 깨우치게 된다. -p.93 각기 처한 상황에 대한 주인공들의 반응을 통해 관객은 그들의 정서적 상태를 이해하며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플롯을 짤 때 스토리라인만을 구축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각 인물의 감성을 드라마타이즈해내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p.106 6. 씬과 대사 쓰기 씬과 대사는 시나리오의 디테일이다! 좋은 시나리오라면 씬과 캐릭터, 씬과 플롯, 씬과 스토리 라인, 그리고 각 씬 별 대사가 완벽하게 상응해야 한다. 저자는 ‘씬을 건축한다’ 는 표현을 쓴다. 씬 하나하나가 벽돌에 비견될 만큼, 모든 세부 표현이 다 중요한 장르가 영화이다. 각각의 씬에 담기는 정보, 씬 목표, 맺고 끊음 등 모든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역시도, 씬과 플롯의 맥락으로부터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시나리오는 ‘정교한 거짓말’ 이다. 당연히 그 거짓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놓치고 있는 복합적 진실을 담보하고 있다. 씬은 단지 캐릭터들의 대사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무엇이 그 씬을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 씬이 이뤄지는 장소의 이미지와 정서, 캐릭터들의 움직임까지 감안해야 한다. -p.119 〈복수는 나의 것〉에서 유선의 시신을 부검하는 장면은 작가가 시각적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유선의 복부를 수술용 칼로 베는 쇼트 하나를 보여 준 후 영화 는 부검장면을 생생한 효과음으로만 처리한다. 뼈를 잘라내고 분리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동안 카메라는 슬픔에 빠진 아버지 동진의 얼굴만 비춘다. 당연히 관객은 그의 아픔에 공 감한다. -p.121 많은 사람이 대사를 일상적 대화로 착각한다. 절대 아니다. 일상의 대화, 즉 잡담은 닥치는 대로 내뱉고, 반복적이며 포인트도 없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사는 플롯이 요구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치밀하게 ‘꾸며진 대화’다. 구라(?)란 얘기다. 이 ‘꾸며진 대화’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관객이 들을 때 구라가 아니라 진짜로 느껴져야 한다. -p.122 7. 영화 전반부 장편 전반부의 러닝타임은 길지 않으나, 어쩌면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중반부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p.133 영화의 성패는 전반부에서 갈린다. 저자는 전반부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구성력, 시각적 센스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하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적당한 정보와 캐릭터 암시와 더불어 영화의 시. 공간적 배경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관객을 향한 문을 활짝 열어야 하는 ‘운명의 구간’ 이 전반부이다. 무엇보다, 전반부에서는 “이야기를 규정하는 사건” 이 제시되어야 한다. 8. 영화 중반부 전반부에서 스토리의 문을 열었다면, 중반부에서는 관객의 긴장감을 극대화해야 한다. 중반부에서 주인공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와 본격적으로 맞서 싸우며, 필요에 따라 안타고니스트 (반동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여러 방해물들과 팽팽하게 맞서는 주인공의 투쟁을 통해서 영화의 스토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중반부 집필에 임하는 시나리오 작가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스크린 앞에 붙잡아둘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영화적 장치들을 사용해야 한다. 자신이 구상한 플롯을 통해 관객들의 세상에 개입하려 애쓰는 작가에게는, 열정을 넘어 약간의 광기가 요구될 수도 있다. 영화 중반부 장을 써 내려가는 저자의 필치 또한 다른 장에 비하여 격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 만약 중반부의 전개가 앞서 드라마적으로 제기된 문제와 따로 놀거나 너무 어수선하면 관객은 곧 흥미를 잃고 딴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재미없는 영화, 언제 끝나지?”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지금 남편은 뭘 하고 있을까?” 관객이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영화의 운명은 패망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관객은 전혀 인내심이 없다. 자신이 지불한 티켓 값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영화를 볼 때 그들의 분노 게이지는 한없이 상승한다. -p.162 서프라이즈는 영화의 플롯이 관객, 또는 주인공 등 주요 인물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때 발생한다. 믿었던 캐릭터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때 관객은 경이를 느낀다. - p.187 주인공은 무조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그의 목표가 이뤄질 확률이 낮으면 낮을수록 서스펜스의 강도는 커진다. -pp.188-189 9. 클라이맥스 클라이맥스는 오르가즘과 같다! 레일의 가장 높은 지점에 멈춘 롤러코스터가 자유낙하하듯이, 전반부에서 중반부를 거치며 극대화된 긴장감은 절정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해소되어야 한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중반부에 있었던 반전들과 독특한 암시들이 관객들의 마음 속에 피워올렸던 의혹들이 해소되기도 하며. 영화가 지닌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클라이맥스는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표현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클라이맥스가 지나가면, 영화는 금세 결말 앞에 서 있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예비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방심하면 안 된다. 관객의 긴장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작가는 더욱 더 긴장해야 한다. 시나리오가 막바지에 다다르면 모든 작가는 빨리 마무리하고픈 조바심을 느낀다. 마라토너가 서둘러 레이스를 끝내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시나리오 마지막 장에 ‘서서히 페이드아웃 된다. 끝!’이라고 쓰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이런 조급함은 클라이맥스를 망치는 결과로 작용하기 쉽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작가들이 그렇다. -p.199 이처럼 주인공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캐릭터 폭로’는 최대한 늦출 수 있을 때까지 뜸을 들여야 한다. 작가는 드라마적 파괴력이 가장 강력하게 쓰일 수 있을 때, 즉 관객에게 ‘캐릭터 폭 로’가 가장 적절하다 생각할 때 터뜨려야 한다. 중요한 비밀을 오래 감추면 감출수록 서스펜스는 강해진다. 이건 마치 연애와 마찬가지다. 상대방과 게임을 하듯 작가는 관객과 게임을 해야 한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연애박사가 효과적으로 상대를 갖고 놀 듯 작가도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p.206 10. 결말 영화 전반부에서 클라이맥스까지, 관객은 줄곧 영화의 플롯에 반응해왔다. 복선을 파헤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의심을 품기도 하며 서사의 퍼즐을 숨가쁘게 맞추었다. 결말에 도착한 관객들은 이제 작가의 ‘음모’로부터 놓여나 자유롭게 반응한다. 서스펜스에 봉인되었던 감정은 알아서 춤을 추고, 정서는 색다른 빛깔로 깊게 물든다. 그러나 우리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작가의 입장에 서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작가는 성실해야 한다. 조바심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관객으로 전락해버린다면, 펜을 놓기도 전에 호흡을 놓아버린다면 당신의 영화는 실패작이 될 테니까. 슬픈 영화의 경우 결말은 카타르시스, 혹은 정화의 기능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의 비장한 죽음에 눈물 쏟기 시작한 관객은 한동안 그 아픈 감정에 사로잡혀 있길 원한다. 이럴 경우 작가 는 관객의 심리를 십분 활용, 그들을 최대한 길게 슬픔의 늪에 머물게 해야 한다. -pp.219-220 그녀는 모든 걸 잃었다며 슬퍼했지만 종찬은 늘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게 신의 섭리이든 아니든, ‘은밀한 햇볕’인 종찬으로 인해 신애의 삶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관객은 기대한다. 그리고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처럼 그녀의 아픔도 서서히 사라져갈 것이라고. -p.223 저자의 말 모든 영화시나리오는 흥미롭고 동시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춰야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흥미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야 하고, 끝난 후엔 새로운 깨우침을 그들 마음에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나리오작가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당연히 주인공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확고한 목표를 설정함과 동시에 그가 그걸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은 목표달성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영화 주인공의 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으로 그의 여정을 클라이맥스와 결말로 이르게 할지, 그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주인공이 간절히 자신의 목표가 이뤄지기 바라듯 필자도 이 책이 시나리오를 쓰려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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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천하무적 작가가 될 수 있다!
이무영이 이 책에 각본 잘 쓰는 법을 잘 써줬지만 그것들 말고도 제가 이 친구로부터 배운 게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이 책 내용에다 ‘박찬욱이 배운 이무영 메소드’를 합치면 천하무적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일단 한숨 자고 시작하지 말 것. 둘째, 잠깐 글 막힌다고 인터넷 들여다보지 말 것. 셋째, 자질구레한 문제에 집착하지 말 것. 넷째, 마감일을 지킬 것. 그러니까 잔소리 말고 일단 앉아서 한 줄이라도 쓰고 보라는 이야기고, 명장면/명대사가 안 나오더라도 작업 중단하기보다는 무조건 진도를 나가라는 소리고, 큰 흐름을 방해한다 싶으면 아까운 장면도 가차 없이 버리라는 말이고, 무서운 괴물에게 쫓긴다는 기분으로 달리라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초고를 최대한 빨리 만든 다음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고치세요. 생각대로 몸이 안 움직여줘서 아직 천하무적 작가는 못 됐지만 제가 늘 좌우에 두고 명심하는 내용입니다. - 박찬욱 (영화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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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도 재미있는 시나리오 해법을 찾는 이들에게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 하지만 실천은 요원하고 한숨만 산처럼 쌓인다. 과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정확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천생 입담이 센 이무영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매우 친절하게, 지름길로 안내한다. 그 여정의 끝에서, 독자들은 어느덧 자신이 이야기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