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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5
1.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울타리 없는 집 15 가장 따뜻한 이불 18 비빔밥 21 징검다리를 건너며 24 귀빠진 날 27 ‘까치밥’ 30 금지된 꿈 33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36 내 이웃이 되어줄래요 39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42 2. 빨강 신호등 앞에서 운동회의 추억 47 빨강 신호등 앞에서 50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53 추억의 음식 56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59 쥐구멍에 볕들 날 6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65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68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71 그땐 그랬다 74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77 3.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화장대 앞에서 83 독립기념일에 비친 한인의 긍지 86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89 관점의 차이 92 열쇠가 주는 의미 95 불구경만 하고 있었나? 98 내 삶의 내비게이션 101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104 연결의 소리 107 한류 호미(K-Homi) 110 백신 맞는 날 113 4. 흐르는 강물처럼 팔레트(Palette) 위의 열정 119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122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125 남태평양에서 128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131 공간의 여유 135 흐르는 강물처럼 138 제맛을 잃으면 141 자연에서 찾은 여유 144 마추픽추의 비밀 147 파도타기(Surfing) 150 5. 사랑의 릴레이 연장된 기회 155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158 무엇에 감사하는가? 161 금메달의 땀 164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167 어머니의 홍시 170 투석 173 사랑의 릴레이(Meal Train) 176 그분의 계획 179 ‘미나리’ 속 할머니 182 집이 주는 위로 185 6.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이중언어(Bilingual)를 사용하면 191 홀로 서는 아이들 194 월리와 두비 197 가족이 되기 위해 훈육하다 200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203 신묘막측(新墓幕側)이 새겨진 티셔츠 206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210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213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217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220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223 해설|김동혁 미래를 위한 화합적 통찰력과 그 기록의 연대기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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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나무는 홀로 남아 외로움을 타지 않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먹으며 쑤욱 쑥 성장했다. 날이 갈수록 어린이의 키를 훌쩍 넘어 학교 건물 높이와 견주었다. 연하고 가늘던 허리가 거칠고 굵은 나이테로 연륜을 쌓아갔다. 아름드리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아래 놓인 의자에 아이들이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고 바람을 일으켜 쉼과 대화의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흰 꽃이 만개하면 향기로운 내음이 교정에 꽉 찼고, 생명을 잉태해 열매를 맺었다. 가을이 되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추수철엔 친지와 열매를 나누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30년 가까이 우리 곁에서 극복해야 할 난제의 고비를 넘어 변함없이 같이했다. 이민 생활에서 일구어낸 성취의 기쁨을 나누었다. 인생의 동무가 되어 결실된 감사를 보여주었다. 학교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아프고 기뻐했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한 애나하임 어린이학교 교정의 아보카도 나무를 역사 속으로 보낸다. 이제 다른 외국 원장이 이 학교를 인수하여 운영할 것이다. 여전히 아보카도 나무는 제자리에 남아 제 역할을 다하겠지. 학교를 넘기기로 작정하고 정리하면서 유독 아보카도 나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나를 조카가 위로했다. 그 조카 역시 이 나무를 보며 함께 자랐고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는 열매를 맺는 시기에 있다. 언젠가 그 열매를 따 먹고 씨를 화분에 심어 키웠다고 했다. 그 묘목을 내 집으로 가져오겠다는 거였다. 어린이학교에 심은 꿈을 집으로 옮겨갈 수 있다니! 식목일을 정하고 아기 나무를 화분에서 넓은 땅으로 옮겨심기로 한다. 우리 집에서 햇볕과 물 빠짐이 좋은 적당한 장소를 골라 은퇴 후의 새 터전으로 삼는다. 은퇴라는 저무는 계절에 다져진 관록을 밑거름 삼아 제2 인생의 발돋움으로 어린 나무를 심는다. 조카와 손주, 다섯 명이 연장을 들고 모인다. 삽으로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연약한 뿌리에 물을 주고 거름을 부어 흙을 북돋운다. 화분에서 큰 면적의 대지로 옮겨 심는다. 행여나 뿌리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정성을 다해 작업한다. 지난날 고국을 떠나 우리가 겪었던 이민 생활의 정착과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곳 일터를 떠날지라도 새 터전에 또 다른 묘목을 심어 성장시키려 한다. 그동안 아이들과 아보카도 나무를 키웠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은퇴는 남아 있는 저만치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여지를 주지 않는가. 여전히 봄을 키우려는 여력으로 후세를 위한 나무를 심는다. 내일을 심는다. 영국 속담에 ‘1년이 행복해지려면 정원사가 되고, 평생이 행복해지려면 나무를 심어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묘목은 자라나 아름드리나무로 자리 잡을 날이 올 것이다. 손자와 후세들이 자라듯이. 미래 어느 날에 우리는 자취를 감추더라도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후손들의 성장과 활약을 지켜볼 것이다. 그들에게 이국땅에 정착한 이민 1세인 조부모의 교육 유산과 자취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새 역사가 뿌리를 내린 날이라고 기억될 터이다. ---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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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의 수필은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온 오후에 쓰는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되는 과정 속에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화합이다. 우리는 이 화합을 조화(調和)나 하모니(harmony)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의미를 차용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응해주는 것’이며, 가장 이상적인 관계의 지칭이다.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화합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유형의 작품은 교시(敎示)의 감정을 조절하는 절제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가르치고자 하는 감정이 너무 앞서게 되면 자칫 하염없는 넋두리로 전락하게 되거나 혹은 엄격한 경전의 문구로 읽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필 과정에서 작가 자신이 경험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거리감을 두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만남의 과정을 소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만남이 보다 큰 의미로 확장된다면 가장 평범한 소재가 소중한 의미를 산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작가는 쇠붙이를 황금으로 전환시키는 연금술사가 되는 것이다.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는 주제의 드러냄에 대한 감정의 절제, 관계와 화합에서의 조화 등을 빛내면서, 일상과 사물의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진정한 의미를 포착한다.
작가의 말 어릴 적 나는 알프스산에서 뛰노는 ‘하이디’ 동화를 즐겨 읽었다. 문학전집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던 단발머리 소녀는 글 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5남매의 맏딸로 안정된 직업을 위해 교육대학를 다녔다. 초등학교 어린이와 함께 하면서 글쓰기 지도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글을 통해 어린이와 소통하는 즐거움이 컸다. 결혼 적령기에 두 갈래 길에서 사람이 적게 밟은 길을 택했다. 목사 아내로서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을 숨기며 많은 체험을 했다. 부족한 내 모습이 담긴 ‘사모 일기’를 여태껏 간직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태평양을 건너왔다.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에 주정부 인가 어린이학교(State Licensed Day Care Center)를 설립하여 생후 1년 6개월 이후 유아부터 12세 어린이(Toddler-School Age)까지의 다민족 어린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일을 30여 년 동안 해 왔다. 여러 인종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한글 표현이 많이 서툴러졌다. 익숙하던 모국어들이 망각의 경계에서 가물거리곤 했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겪은 일을 글로 썼다. 추억과 기억, 자연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끌어냈다. 사물이 주는 의미를 찾으려 애썼고, 세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짚어보기도 했다. 이웃과의 소통과 나눔에 관해서 생각해 봤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소신도 담아 보았다. 낯선 땅에 정착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이만큼이나마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가족의 응원과 사랑에 대해서는 되새김질했다. 내 글이 생동감 있게 살아나 아프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 2018년 재미수필문학가협회를 만난 일은 후반부 인생의 빗장을 여는 것과 같았다. 글 모임을 통해 내 미숙한 언어 숲에서 숨 쉬고 있던 글들이 작은 나무가 되어 배움과 습작으로 성장했다. 수필의 숲을 가꾸며 호흡했고, 힘든 시기를 지나며 하나님의 햇살 아래 65편을 내 무늬로 엮을 수 있어 가슴 벅차다. 합평을 통해 지도해준 성민희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책의 출간을 도와주신 박덕규 교수님과 해설을 써주신 김동혁 평론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2년 봄날 이희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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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작가는 일상에서 끌어온 수필의 소재에 화려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새로운 가르침을 입히기보다 다시 일상적인 이야기를 덧대어 전하는 방식의 창작을 선호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읽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한 편 한 편 독서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잘 보존한 묵은 김치처럼 깊은 맛이 난다. 각각의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가 절제의 조화로움 속에서 차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김동혁 (문학평론가, 울산과학대 초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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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의 수필들은 비교적 짧다. 짧다는 것은 분량과 관련된 것이지만 또한 그만큼 단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려는 생활인으로서의 소박한 바람, 인생의 교훈을 핵심적으로 짚어 전하려는 선배로서의 책무, 옛 사연을 과장하지 않고 단아하게 표현하려는 문필가로서의 성향 같은 것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삶에도 문장에도 욕심을 버리면서 건강한 치아처럼 가지런해지고 차돌처럼 단단해진 수필 65편을 기쁘게 만난다. - 박덕규 (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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