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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_ 우리 부부가 걸어온 생의 이야기 ‘로미의 정원’ ·4
1부. 봄, 햇빛의 정원 내 영혼의 밀알 ·16 산 목련꽃 그늘아래서 ·28 금빛 백룡어의 전설 ·38 나로 돌아가는 아라한 순례길 ·48 당신의 달콤한 숨소리 ·63 현재에 살아야 행복하다 ·67 숲의 주인은 그들이었다 ·73 로미의 개구리 사랑 ·80 2부. 여름, 사랑의 정원 당신과 나의 아리탑 ·88 우리들만의 연리지 ·101 늙은 적송赤松의 시간 ·107 한여름이 부끄러운 백작약 ·115 변치 않는 사랑을 위한 연가 ·212 각시바위의 전설 ·126 로미와 나의 구두 한 켤레 ·134 어느 비 내리는 오후 ·141 와글거리는 연못 속 세상 ·145 고독한 시가 나를 위로 합니다 ·152 정선은 사랑이다 ·156 3부. 가을, 마음의 정원 떡갈나무 숲에 사는 생명들 ·164 단풍나무 아래서 ·172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의미이다 ·180 로미의 가을 연가 ·186 어머니는 들꽃향기로 ·192 고독은 혼자만의 즐거움이다 ·198 음악이 흐르는 숲 ·203 지도 밖의 인생 ·209 지혜의 쉼터, 카페 어도원 ·217 4부. 겨울, 당신과 나의 정원 모닝커피와 겨울 칸타타 ·224 신에게 이르는 길 ·232 천년의 침묵 ·240 뒤죽박죽인 서재의 질서 ·245 하얀 고독의 숲 ·251 저기 먼 길 ·256 인생은 한 줄의 문장이다 ·262 당신과 나의 겨울왕국 ·267 삶은 순간인 듯 영원하다 ·278 에필로그_ 그리고 다시 봄, 인생의 정원에서 ·2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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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털어낸 숲은 하루가 다르게 파래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수리나무 숲은 흰 눈을 덮은 채 고요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다람쥐와 참새, 까치 등 날짐승 발자국들만 눈밭을 수놓았습니다. 눈이 갑자기 사라진 걸 보면 봄은 고양이 걸음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불쑥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 p.17 사람도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깨닫는다면 욕심과 욕망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것입니다. 바람의 인연으로 산골짜기까지 날아온 민들레와 기꺼이 개미의 먹이가 되어주는 목련꽃, 죽은 제 몸까지 버섯에게 내주는 소나무처럼 사람의 일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봄 숲의 전령들이 전하는 삶의 진리에 또 한 번 깨닫습니다. --- p.36 숲은 나무들이 내뿜는 서늘하고도 달착지근한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눈이 환해졌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린 듯 숲은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로미도 크게 심호흡을 했습니다. 숲의 기운이 가슴을 활짝 열리게 했습니다. --- p.54 무슨 일이든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먹는 사람이 좋은 약인 줄 모르고 먹으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듯 순례자의 눈이 맑지 못하면 자연은 그저 나무와 풀에 불과할 뿐이고 눈앞의 생명수도 개울물로만 보여 질 것입니다. 샘물로 갈증을 다스린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순례의 끝은 아직 멀었습니다. 어디쯤에서 무엇을 만나고 발견할지 모르는 것이 순례입니다. 하지만 로미와 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순례는 인생이라는 긴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 p.62 우주의 모든 것들은 누구 것이 아니라 잠깐 머물다 가는 모든 생명체의 것이라는 진리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 어느 것도 무한한 것이 없으니 주인이 있을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밤새 으르렁거리며 영역 다툼을 한 날짐승들도 이 산의 진짜 주인은 아닐 것입니다. 놈들 역시 이곳에 잠깐 머물다가 사라져버릴 먼지 같은 생명체에 불과할 테니까요. 산에 살다 보면 잎 새에 이는 바람조차 허투루 볼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늙어갈수록 생각이 많아져 그런지도 모르지만 자연의 이치를 볼 때마다 삶의 유한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 p.74 태양도 잠깐 뜨거움을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여름 한가운데 머물고 있는 정원은 한없이 깊고 눈길 가는 곳마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마치 오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큰 성처럼도 보입니다. 나는 오늘 그 성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가시버시성에 오를 예정입니다. --- p.88 현관에 신발이 가득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 신발과 로미의 신발이 뒤엉켜 있어 현관이 비좁을 지경이었습니다. 아이들 신발 하나 하나를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가족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나 둘 결혼해서 집을 떠날 때마다 현관은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현관을 벗어나 더 넓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간 것입니다. 그 또한 흐뭇하고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기에 기꺼이 자식들을 떠나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현관에 로미의 신발만 덩그마니 남아 날 기다리고 있습니다. --- p.135 연못 속의 개구리들이 여름을 저토록 뜨겁게 달구는 것도 치열한 한 시절을 보내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연못의 물이 식기 전에 가을과 겨울이 오기 전에 개구리는 목청을 아끼지 말고 연못의 상징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앞산 그림자가 슬며시 사라지는 저녁 무렵 연못 벤치에 앉아 있으면 로미의 정원은 개구리들 세상이 됩니다. 와글와글 소리가 꼭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청춘의 젊음들만 같습니다. --- p.151 오늘은 청설모 한 마리 때문에 가을 숲이 더없이 풍요롭고 따뜻했습니다. 창백했던 로미의 얼굴이 단풍처럼 화색이 돌아 더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가 떠나도 청설모와 다람쥐의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숲에는 놈들이 숨겨 놓은 밤과 도토리 잣 등이 다음 숲을 위해 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로미와 내가 이곳에 없어도 숲은 영원할 것입니다. --- p.170 로미와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갈 것입니다. 어제보다 허리는 더 구부정해지고 걸음걸이는 더 둔해질 테지만 겨울 산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로미와 나의 겨울이 더없이 짧아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 찬바람은 무섭지 않습니다. 나는 〈닥터지바고〉의 연인들처럼 로미를 한겨울 속으로 데려가 다시는 오지 않을 우리들의 낭만을 즐길 것입니다. --- p.231 나는 산을 로미의 정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곳이 사랑하는 아내 로미와 마지막 생을 보내기 위한 최고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죽을 때까지 자연의 품속에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산은 나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정원의 사계가 수십 번 바뀌는 동안 로미의 손은 더 작아졌고 내 등은 더 굽었습니다. 로미의 정원에 꽃이 피고 지며 봄과 겨울을 수없이 반복하는 사이 로미와 나의 인생도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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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걷고 있노라면 흘러가버린 기억도 아름답게 보인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이미 흘러가버린 “인생의 정원”도 다시 맞이하는 봄처럼 아름답게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정원은 희미해져버린 지난 삶을 선명한 색으로 되돌려 놓는다. 뜨겁게 끓어오르던 청춘은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여름의 시간으로, 전력을 다하며 삶에 진하게 녹아들었던 중년의 시간은 붉은 단풍 가득한 가을의 시간으로 채색해 놓는다. 그래서 정원을 걷고 있노라면 그렇게 흘러가버린 기억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삶의 기억은 결코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은 그 기억을 위로하고 치유해줄 줄 안다. 적송 가득한 숲길을 걸으며, 꽃 사이를 노니는 나비를 눈으로 쫓다보면, 어느새 고단했던 지난 삶은 기쁨의 순간이 되어 스스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며 깨달음의 언덕에 올라서게 한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이미 흘러가버린 지난 시간일지라도 ‘인생이라는 정원’을 다시 맞이하는 봄처럼 아름답게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은퇴 후 강원도에 정착해 아내와 함께 산을 가꾸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고향을 빼다 박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이곳에 마음의 닻을 내리게 되었다. 수목원의 이름을 젊은 시절 저자가 아내를 부르던 이름 ‘로미’라 짓고는 숲을 가꾸고 일구며 살아간다. 현관을 가득 채웠던 신발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이제 달랑 두 켤레만 남게 되었지만 저자는 그 고요하고 단출해진 삶에 ‘내 인생의 정원’을 들여놓았다. 노부부의 시간은 멈춰 서 있는 듯하지만 아름다운 정원과 씨름하는 노부부의 일상은 계절마다 차곡차곡 내미는 반가운 얼굴들을 보듬느라 쉴 틈이 없다. 시간이 멈춘 듯한 늙은 고목에도 새순이 돋아나고 그 곁에 노란 민들레가 총총히 돋아나듯이 자연이 일깨우는 무한한 신비에 빠져 봄처럼 설레고, 여름처럼 우거질 일만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계 속에서 영원한 시간의 주인이 없듯 삶이란 유한함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더 삶의 비밀에 대해서 깨닫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숲의 사계 속에는 영원한 시간의 주인이 없다. 봄은 여름에게, 여름은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는 망설임 없이 떠난다. 아무리 강원도 겨울이 드세고 산을 뒤덮을 듯 무거운 눈을 쏟아놓는다 하여도 겨울은 봄을 다시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일 뿐이다. 이처럼 숲의 사계 속에서 영원한 시간의 주인이 없듯 우리의 인생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흘러간다. 여름을 준비하는 숲의 생물들에게 산 목련이 뚝뚝 모가지를 부러뜨려 꽃잎을 내어주듯이,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봄을 맞이하는 누군가를 위해 서슴없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삶이란 유한함이 있기에 항상 겸손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삶의 비밀에 대해서 깨닫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숲의 아름답고도 의미 가득한 풍경들이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봄꽃의 반짝거림과 앙증맞음이 눈앞에 떠오르고, 한여름 밤, 부글부글 끓는 듯한 개구리 소리와 마음까지 녹이는 시원한 밤공기, 푹신하게 떨어진 가을 낙엽의 눅진한 냄새가 코끝에 전해지는 듯하다. 그리고 하얗게 눈 덮인 정원의 겨울은 어느 계절 보다 고요하게 경건하게 마음을 잡아끈다. 이처럼 숲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숨 가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으며 묘하게 정화 시킨다. ‘적송의 이야기’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웃음을 남기며 마지막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100살을 바라보는 저자에게 200년 묵은 늙은 적송이 한마디를 건넨다. “이보게 아직 청춘인데 벌써 노인 흉내 내면 안 되지.” 저자는 숲의 사계를 통해 늘 삶에 대한 지혜를 얻고, 지금 이 순간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정원을 꿈꾼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힐링의 로망을 품고 있다면 내 인생의 정원으로 찾아오시라 각박한 세상사와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사고 속에서 힐링의 로망을 품어온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삶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대신 실현해 주고 있다. 자신만의 정원을 걸으며 자연 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다면, 자신을 치유하는 고요한 시간에 잠겨보고 싶다면 내 인생의 정원으로 찾아오시라. 삶을 치유하고 행복을 발견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