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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백지영
알렙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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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언니를 위하여
저 푸른 초원 위
노란 리본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바람 부는 날
그 봄날의 당신
금연
온달이 빵

해설 / 소유의 세계_ 김영임(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작품집으로 『피아노가 있는 방』,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장편소설로 『나의 노열 패밀리』,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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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82g | 144*210*15mm
ISBN13
9791189333522

책 속으로

다음 주엔 학부모 상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 문 여사는 흔쾌히 참석할 것이다. 학교에 오기 위해 그녀는 팩을 하고 마사지를 할 것이다. (……) 하지만 그녀가 간 곳이 라스베이거스라면 그녀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우선 방을 얻고 문 여사를 기다릴 계획이다. 젊음의 묘약을 위한 여정에서 돌아올 그녀, 나의 엄마, 아니 언니를 위해.
--- 「언니를 위하여」 중에서

꼭 하루 만에 초원마트 앞에 선 종구는 몸이 천근 같았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노랑머리가 아이를 잃은 걸 알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곁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가 내린 다음이라 밤하늘이 몹시 맑았다. 그 하늘 밑에 불 꺼진 초원마트의 간판을 바라보다가 종구는 갑자기 충호 놈이 흥얼대던 노래가 떠올랐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 「저 푸른 초원 위」 중에서

“우와! 노란 리본이다!”
그때까지도 그저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풍경이었다. 광장엔 여전히 노란 리본이 가득했다. 그리고 천막 속의 사람들도 여전했다. 하나같이 아직도 슬픔을 떨치지 못한 얼굴이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해진 슬픔과 분노와 좌절이 켜켜이 쌓인 얼굴.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곤 걸음을 빨리 했다. 아이는 천막 속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제야 아이의 머리에 노란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왜 하필 그걸 달아줬을까. 후회가 밀려들었다.
--- 「노란 리본」 중에서

표백제를 들이부은 듯 머릿속이 온토 하얬다. 갑자기 우리들 모두 형편없는 집안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 아빠가 자동차 부품 공장에 다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가 그 나이까지 일을 다니는 것도 오빠가 철학과를 나온 것도 내가 전문대를 나온 것도 모두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집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한동안 메아리가 돼 동굴 속처럼 집안을 울렸다. (……) 그래도 내겐 더없이 자랑스러운 가족이고 집안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그렇게 형편없는 집안일 수도 있는 모양이다.
---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중에서

“우리 영아 결혼 날짜도 잡혔는데 수분 엄마 때문에 큰일이네.”
엄마는 이제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복터의 위상에 더 이상 흡집을 내기 싫은 걸까. 아니 어쩌면 엄마는 두려운 건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집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못했다. 모든 진실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 「바람 부는 날」 중에서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꽉 막힌 도로에 벚꽃이 비가 되어 날리고 잇었다. (……) 나는 꽃비가 내리는 하늘을 다시 올려다봤다. 그 하늘 위엔 역시 높다란 크레인이 솟구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아버지가 있었다. 일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냈을 아버지가, 봄날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 「그 봄날의 당신」 중에서

나는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담배 한 보루를 샀다. 이제 금연이고 뭐고 때려 치우고 담배 한 보루를 모조리 피워재낄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는 담배에 여전히 불을 붙이지 못한 채였다.
나는 담배를 손에 든 채 밖으로 나갔다. (……) 손가락 사이에서 고개를 까닥이던 그것은 한심한 듯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여전히 불을 붙이지 못한 담배였다.
--- 「금연」 중에서

“이리 오셔서 케이크 좀 드려 보세요.”
나는 엄마의 생일 케이크를 동네 어른들과 나눠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케이크 상자를 보는 눈들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순간 아차 싶었다. 우리 동네 어른들은 절대 용식이의 빵은 먹지 않았다.
(……)
“그 바보 같은 놈이 사랑이랍시고 거들먹거리더니……”
속보에 이어 누군가 하는 혼잣말이 들렸고, 가게 안의 어른들은 저마다 알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흘렸다.

--- 「온달이 빵」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음식물 쓰레기 주변을 맴도는 고양이의 울음, 길에 넝마를 깔고 누운 노숙자,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시위대의 외침. 그리고 노란 리본이 가득한 광장……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체념 그리고 저항


“백지영의 인물들 안에서
모두의 모습을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만들어 내는 윤리의 자리다!”
(김영임/문학평론가)

백지영이 『내 황홀한 옷의 기원』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단편소설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은 노인, 장애인, 경제적 약자, 외국인 등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약자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표제작「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는 집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사가 무산된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가족의 모습이 나타난다. 극 중 ‘나’의 오빠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어엿한 공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해 한 여자와 결혼을 전제로 알콩달콩한 연애를 한다. 그러나 여자의 부모는 남자의 전공, 직업, 미래 등 그 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남자의 집안을 “별 볼 일 없는 집안”으로 평가한 여자의 부모님은, 이들이 헤어지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헤어진 후, 예상치 않게 직장에서도 해고당한 남자는 그 충격으로 방황한다.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본, 엄마는, 아빠는 그리고 동생인 ‘나’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의 “몰락”은 개인의 탓인가? ‘고양이’를 찾는 화원 직원인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관찰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지만, 녹록지 않다. 이들을 내몬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유의 사회에서 약자로 산다는 것,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요구로 무력해지는 일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 앞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약한 계층이기 때문에 사랑도 일도 잃게 된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의 ‘오빠’, 노년이자 여성의 정체성으로 사회에서 불투명한 존재로 살아가는「언니를 위하여」의 문 여사, 치매라는 병으로 이웃에게 삶과 존재의 긍정적 가능성과 의지를 박탈당한 「바람 부는 날」의 수분 엄마, 어려서부터 “바보 같은 놈”으로 불린 ‘용식’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의심받는「그 봄날의 당신」의 용식의 아내, 러시아 출신의 “노랑머리” 아내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충호 등 백지영 소설의 인물들은, ‘소유’라는 절대적 가치로 사람을 판단하고, 서열화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다양한 이들의 복잡다단한 얼굴을 드러낸다.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당한 이들의 생존법,
체념하거나 저항하거나


백지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소유의 정량에 미달하는 인물들”(김영임/문학평론가)은 소유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경제적 약자로 내몰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러나, 많지 않다. 거대한 자본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순응하는 것은 어쩌면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이다.대부분 이들은 타인의 편견 어린 혐오의 시선에 순응하고 만다.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서 오빠도, 엄마도, 가족도 사라진 집에 혼자남은 ‘나’가 지킬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고양이 루비를 데려와 모든 가족들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금수저들이 쌓아놓은 세상의 난공불락 중 하나쯤은 깰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 저항의 전부이다. 여자친구 혜원을 위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서울로 인사발령을 받아야 하는「금연」의 주인공 ‘나’는 금연에 최적화된 방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상사에게 애원도 해보지만 결국 인사이동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된다. “타히티 같은 소리 하네. 지금 정신이 있어?”라는 여자친구의 말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꿀 수 없는, 소유에 미달한 인간의 답답한 현실과 이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쳇바퀴 같은 무력감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연대의 희망은 존재한다

그러나 작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노란 리본」의 ‘슬기 엄마’는 적어도 시댁 부모님들보다는 광장에서 아픔에 가진 이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러나 ‘제2의 사라장’을 꿈꾸던 슬기가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 즉,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자녀의 장밋빛 미래가 아스라질 때 결국, 그녀도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내 삶, 내 자식, 내 가족의 삶이 제일순위인 평범한 한국 사회의 부모가 되고 만다. 사회의 아픔보다 내 아이의 평탄한 미래가 더 중요한 그녀는 그러나, . 아이를 놓친 광장 한가운데서, 슬기의 연주를 통해 아픔을 겪은 이들의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아이의 머리에서 나풀대는 “노란 리본”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 푸른 초원 위에」의 종구는 “밸도 없이” 주인집 영감에게 마음을 주는 엄마 ‘공주댁’이 답답하다. “김 사장의 똘마니 노릇”을 하며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새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엄마는 아파트엔 전혀 관심이 없다. 결국 홀로 아파트에 들어가 엉엉 울던 종구는, 일하는 마트 앞 거적때기 속에서 살아가는 충호와 그의 외국인 여자친구 나타샤를 “새 집”에 거둔다.

노인은 물론, 여성 노인의 욕망에 전혀 관심 없는 사회에 살면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노년을 만들어 가는 「언니를 위하여」의 문 여사는 자기가 ‘딸’이라 여기는 극 중 ‘나’의 통장엔 “손도 대지 않고” 어딘가로 떠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러나 가장 문 여사다운 “젊음의 묘약을” 찾아나선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외면했던 노인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사회가 차단하고, 주목하기를 거부하는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이 아닌, 낯설고 불편한 결말로 ‘노인’의 대한 편견 가득한 우리의 문법을 비튼다.

작가는 이러한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내몰려도 끝까지 버티고 마는 모습, 어설프지만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 죽일 듯이 미워하고 부정해도 결국 인간적인 마음을 내버리지 못한 약자들의 연대라는 옅은 희망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소설 속 상처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만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소유’와 인간적 삶에 관한 문제를 주목하게 한다.

추천평

“백지영의 문장들 역시 존재의 벽을 부수고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평범한 문장들과 익숙한 서사를 택하면서도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소유와 그에 연결된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문장 안에 섬세하게 심어 놓고 있다. 그녀의 인물들은 타인의 시선 안에서 규정된 수동적 자아의 주인이기도 하고, 역으로 자신의 편견 아래 타인의 가능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회적 시선의 무리이기도 하다. 백지영의 인물들 안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백지영의 소설이 만들어 내는 윤리의 자리다. - 김영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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