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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탈출기
백지영
알렙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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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나? 하우스푸어!
2장 하우스푸어의 기원
3장 내 집이 필요해
4장 꿈★은 이루어진다
5장 내 집이 위험해
6장 굿바이! 하우스푸어!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작품집으로 『피아노가 있는 방』,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장편소설로 『나의 노열 패밀리』, 『내황홀한 옷의 기원』, 『하우스푸어 탈출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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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78g | 144*210*20mm
ISBN13
9791189333690

책 속으로

난 그저 내 집 하나 지키며 사는 것밖에 다른 욕심 없는데, 그것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너도 참 딱하다. 그놈의 집은 왜 사서 그렇게 궁상을 떨며 사니? 들어가 살지도 못하면서.” 처음 집을 샀을 땐 대단하다고 부러워하던 친구들은 이제 나만 보면 한심하다며 혀를 찼다. “야, 너 얼굴 좀 봐. 너 그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울산 발령 문제로 신경을 썼더니 아닌 게 아니라 거울을 볼 때마다 나도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다. 며칠 새 십 년은 늙은 것 같았다. 이렇게 신경 쓰다간 정말 내 명까지 못 살고 죽는 건 아닐까. 그러니 어떡해서든 울산 발령은 피해야 했다. 그래야 내 집을 지킬 수 있었다. 나는 반드시 내 집을 지켜야 했다. 집은 어려서부터 내 유일한 꿈이었다. 엄마 집도, 아빠 집도, 우리 집도 아닌 말 그대로 내 집.
---「1장」중에서

서울로 올라와 엄마는 다락동 언덕배기 단칸방에 터전을 잡았다. 엄마의 셋방살이는 그렇게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그래도 시골집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미래를 꿈꿀 수 있어 좋았다. 당장이야 어려워도 둘이 같이 벌면 집 하나 못 살까. 자신감이 넘쳤던 것도 잠시. 자리도 잡기 전에 오빠가 생겨버렸다. 시간이 지나 복개천 지금 동네로 내려왔을 땐 이미 뱃속에 내가 자라고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두 아이에 치이며 셋방살이를 전전했다. 어린애 둘을 데리고 남의집살이를 하는 건 공중 곡예를 하는 것과 같다며 엄마는 늘 한숨을 쉬었다.
---「2장」중에서

그렇게 고대하던 우리 집이 생겼음에도, 나는 좁은 베란다에서 밥상을 책상 삼아 이불 더미를 장롱 삼아 벽에 박은 못을 옷장 삼아 살아야 했다. 관에 누우면 이런 기분일까. 베란다에선 꼭 정자세로 반듯이 누워야 했다. 뒤척이거나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미닫이문이 발에 걸려 요란하게 흔들렸다. 다른 식구들은 제쳐두고 그 소리에 내가 언제나 놀라 잠을 설쳐야 했다. 제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빠의 입대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3장」중에서

“이모! 저 대출받았어요. 저한테 파세요. 집!” 이모는 간만에 제법이네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나는 은자 이모의 아파트를 샀다. 서울, 그것도 강남에. 어릴 때부터 꿈꿨던 집주인의 꿈을 정말 이루고 만 것이었다. 내 집이 생기다니. 그동안 안 입고, 안 쓰고, 적금 붓고 곗돈도 부었다. 도망친 계주를 찾아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전라도 섬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자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메었다. 내 이름이 쓰여 있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니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펑펑 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부동산 아저씨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4장」중에서

불량 식품으로 취급받는 과자를 만드는 곳을. 파는 곳도 마트나 슈퍼가 아닌 문방구나 리어카가 전부인 과자를 만드는 공장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가족의 미래를 걸다니. “난 싫어!” 기침을 겨우 멈춘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공장을 인수하는 건 둘째 문제였다. 집을 팔고 이사를 가다니. 공장이 있는 동네는 회사에서 지금 집보다 배는 더 멀었다. 서울의 중간 부분에 있는 우리 집의 위치상 지금은 회사도 공장도 출퇴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반대 끝부분에 위치한 회사와 공장은 거의 출퇴근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앞으로 몇 년은 더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야 했다. 그러니 방을 얻어 나올 수도 없었다. 아니 출퇴근 문제가 아니라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5장」중에서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 도리 못하고 살면 집은 집이 아니야. 짐승이 사는 우리지.” 갑자기 아빠 말이 떠올랐다. (……)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집만 아니면 희연이처럼 세계 일주는 아니라도 동남아 여행쯤은 갈 수 있을지 몰랐다. 점심시간 사람들과 함께 맛집을 돌며 식도락을 즐길 수 있을지도. 가끔은 작지만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며 효도를 할 수 있을지도 말이다. 전에는 집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집만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제야 알았다. 어느 순간 내 집은 집이 아닌 짐이 되어 있었다는 걸. 집은 힘을 주는 절대반지가 아닌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곳이라는 걸. 짐이 돼버린 집을 내려놓으면 아빠 말대로 인간 도리 하며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6장」중에서

혼자 왔다고 하자 여자는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딸이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는데 여자는 딸까지 끌어와 셋이 같이 찍자고 했다. 여자가 손에 든 핸드폰엔 곧 작은 등대를 사이에 두고 세 얼굴이 담겼다. 꿈을 이뤄 기쁨에 넘치는 얼굴. 꿈을 마주하곤 실망한 얼굴. 그런 꿈을 꾸는 걸 이해 못하는 얼굴. “한 번 더!” 여자가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나는 마음을 고쳐 할 수 있는 한 크게 웃었다.
---「에필로그」중에서

이 작품에서 꿈을 이루고 지키기 위해 애쓰던 봉다미는 기로에 서게 된다. 꿈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것이다. 봉다미뿐 아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갈등에 빠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꿈을 지키는 게 맞을까. 양심을 지키는 게 맞을까. (……)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인생을 걸며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양심까지 버리진 못할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이기적이 된다면 이 세상은 정말 살고 싶지 않은 곳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건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소시민들이다. 진짜 성공한 사람들은 양심을 선택하는 행동과 용기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봉다미 같은 특별하지 않지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내 나름의 응원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집에 울고 집에 웃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

백지영은 인간의 기본 욕망에 천착하여 ‘의·식·주’에 주목해 왔다. 첫 번째 장편에서는 음식을, 두 번째 장편에서는 ‘옷’을 다루었다. 백지영의 세 번째 장편소설인 신작 『하우스푸어 탈출기』는 작가의 ‘의·식·주’ 시리즈 중 세 번째,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동산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도배하고, 집값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오늘, 백지영은 셋방살이 설움으로 집에 한이 맺힌 싱글녀 하우스푸어 봉다미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집에 울고 집에 웃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시종일관 집을 사고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집을 벗어나기 위한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좋은 집을 ‘살(buy)’ 정도의 물질적 풍요와 안정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아내기(live) 위한 용기, 힘,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지영은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문단의 평을 받았다. 이후 첫 번째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를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두 번째 장편소설 『내 황홀한 옷의 기원』에서는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며, 시대를 긴장감 있게 오고 가는 상상력을 드러냈다.(김승구/세종대 교수) 최근 작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서 백지영은 “평범한 문장들과 익숙한 서사를 택하면서도”(김영임/평론가) 사회의 숨겨진 소외와 차별의 문제를 발굴하여, 때론 극적으로 때론 담담하게 드러냈다.

집주인에서 삶의 주인으로 나아가는 하우스푸어의 여정

자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봉다미는 하우스푸어다. 무리해서 집을 산 탓에 다달이 집세를 받기 급급하고, 회사에서는 눈칫밥을 먹으며 악착같이 버틴다. 세입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건 덤이다. 봉다미는 어쩌다 이런 기구한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집에 대한 집착 너머에는 오랜 셋방살이의 설움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설움의 시작은 밤새 공들인 숙제를 달랑 과자 한 봉지에 내주며 약 올라 하고, 오빠가 주인집 아저씨에게 두들겨 맞던 다락동 봉개천 병태네 집 별채에 세 들어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월세를 면한 후에는 전세살이가 시작됐다. 위층 눈치, 아래층 눈치 보고 전세금 올려줄 때가 되면 이사를 가던 나날, 마침내 다미네 가족은 셋방살이 설움을 마무리한다. ‘우리 집’이 생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집, 그런데 방이 두 개뿐이다. 엄마, 아빠가 한 방, 오빠가 한 방. 그렇게 봉다미는 ‘베란다 방’ 생활을 시작한다.

대학 입시를 망친 봉다미는 차마 재수하고 싶다는 말을 못하고 곧장 취업을 한다. 친구를 따라 컴퓨터 학원을 끊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본 끝에 작은 회사의 사무보조로 첫 출근을 한다. 연차를 쌓고 이직도 하지만 ‘고졸 사원’에게 회사 생활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업무 능력이나 인간성이 아닌 대학 졸업장 하나 때문에. 악착같이 일을 하고 돈을 모아도 집은 꿈도 꾸지 못하는 채로 서른이 훌쩍 넘어 폭삭 늙어버린 어느 날, 봉다미 앞에 은자 이모가 나타난다. 왕년에는 강남 아파트를 몇 채씩 주무르던 알아주는 복부인이었던 은자 이모. 이모는 봉다미에게 아파트를 사지 않겠냐고 묻는다. 고민 끝에 봉다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은자 이모의 아파트를 사기로 한다. 서울, 그것도 강남에. 어릴 때부터 꿈꿨던 집주인의 꿈을 정말 이루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하우스푸어로 산 지 어언 몇 년. 봉다미의 일상을 뒤흔드는, 아니 회사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봉다미는 이 일에 휘말리며 자신의 일상, 직장, 무엇보다 집을 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일생의 꿈이던 집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봉다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우리의 하우스푸어 봉다미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제야 알았다. 어느 순간 내 집은 집이 아닌 짐이 되어 있었다는 걸.
집은 힘을 주는 절대반지가 아닌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곳이라는 걸.
짐이 돼버린 집을 내려놓으면 아빠 말대로 인간 도리 하며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이번 신작은 백지영 표 ‘착한 소설’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현실적 고려들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봉다미부터, 그를 실망시키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기도 하는 가족과 직장 동료들까지. 『하우스푸어 탈출기』 속 인물들의 모습은 하루하루 일상에서 마주하고 부대끼는 이웃들이자, 우리 자신이다. 특출난 개인 내지는 영웅이나 초능력자들이 중심이 되는 스펙터클한 서사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오늘, 백지영은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건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소시민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백지영은 “봉다미 같은 특별하지 않지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우리의 일상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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