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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봉인이 풀리다 주술사와 수호자 노비와 사요 저주의 결말 와카사 들판을 지은이 후기 옮긴이 후기 |
Nahoko Uehashi,うえはし なほこ,上橋 菜穗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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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오는 해 질 녘의 들판을, 불길이 가로지르듯 빨간 털을 반짝이며 어린 여우 한 마리가 달리고 있었다.
--- 「첫문장」 중에서 그 뒤로 개들이 사납게 짖어 대는 소리가 어지럽게 쫓아온다. 배에 날카로운 아픔을 느낀 어린 여우는 순간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린 여우―「노비」는 자기 목숨이 한 줄기 연기처럼 나부끼며 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코에는 아직 뜨뜻미지근한 피 냄새가 짙게 남아 있다. 표적의 숨통을 물어뜯을 때 뒤집어쓴 피 냄새다. --- p.13 그 순간 여우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사요의 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사요는 따듯한 바람이 등 뒤로 옮겨 가는 것을 느끼며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숲속으로 뛰어들어 무작정 도망쳤다.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또 헤치며 정신없이 나아가다 보니 갑자기 작은 오솔길처럼 보이는 곳이 나왔다. --- p.16 나는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심부름꾼. 저주를 나르는 화살이니 저 아름다운 불빛에 닿아서는 안 되리라. 깊은 숲의 어둠 속에서, 얼어붙은 코끝을 햇볕이 잘 드는 쪽으로 향하듯, 노비는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 p.34 끝없이 펼쳐진 매화나무 숲. 달빛을 받은 흰 매화꽃이 아련하게 빛나며 산기슭을 하얀 안개처럼 뒤덮었다. 그 사이로 간간이 불꽃처럼 붉은 매화꽃이 흔들린다. 아직 봄이 오는 길목이련만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하늘로 향한 채 셀 수도 없을 만큼 흐드러지게 매화꽃을 피우고 있었다. --- p.67 와카사 들판에 서 있는 아름다운 벚나무 고목 하나에 담쟁이덩굴이 휘감겨 있었다. 그 담쟁이덩굴에서, 도깨비불 세 개가 희미한 빛을 내며 떠오르더니, 해 질 녘의 들판을 휙휙 호를 그리며 날아갔다. 그리고 나무숲 깊은 곳에 열려 있는 「어둠의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p.121 『여우피리』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그리운 장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저도 모르게 조금씩 쌓인 수많은 심상(心象)들이, 가슴 깊숙이 스미고 녹아 하나의 깊은 호수를 이루고… 그런 장소에서 태어난 빛을 손바닥 안에 고이 품어 빛나게 하듯, 그렇게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계속 생각해 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여러분들이 노비와 사요가 함께 달리는 봄 들판의 향기를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p.333 「지은이 후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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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법은 초일급품(超一級品) 입니다.”
by 작가 미야베 미유키 (문고판 추천사에서) 안녕하세요. 『여우피리』를 펴낸 매화책방지기입니다. 점차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면서, 제 가슴속에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던 외국의 이야기들이 한국에 소개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직접 우리나라 말로 옮겨 소개하고자 아주 작은 출판사인 매화책방의 문을 열었고, 그 첫 번째 책으로 이웃 나라 일본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판타지 작품, 『여우피리』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여우피리』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노마 아동문예상을 수상하고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추천작으로도 선정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야기입니다. 또한, 일본 내에서 아름다운 판타지 소설을 꼽을 때 항상 이름이 올라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는 한동안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매화꽃이 필 무렵이면 항상 머릿속에 떠올라 다시 책을 뒤적이며 감상에 젖곤 하지요. 부디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이 글자를 따라가며 머릿속에 장면을 그리는 즐거움과 향기로운 차의 잔향처럼 남는 은은한 여운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2. 신판을 펴내며 안녕하세요. 매화책방지기입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량 제작을 했던 『여우피리』의 초판(2019년)이 품절이 된 후, 많은 분들께서 출판사 메일로 언제 다시 책을 구입을 할 수 있는지 문의를 주셨습니다. 너무나 작은 출판사의, 홍보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이 책을 어떻게 발견하시고 또 출판사로 연락까지 주셨는지 제게는 그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을 알면서도 정말로 2쇄를 찍어도 괜찮을까 고민하고 주저하는 사이에 시간이 꽤 흘러 버렸네요. 많이 늦어졌지만, 『여우피리』에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모양새를 살짝 바꾼 신판을 조심스럽게 선보이려 합니다. 부디 이 책에 담긴 사요와 노비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분들의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등불을 밝혀줄 수 있기를... 용기를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