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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prologue 특별한 곳으로 떠나기보다 가까운 특별함을 찾기
ㅂㄱㅂㄹ 016┃ 버건디 고무 대야: 세상 뜨거운 여행 019┃ 버건디 골목: 길 잃기는 길 읽기 026┃ 버건디 그녀: 사랑은 언제나 눈물겨워라 028┃ 버건디 글러브: 내 이름은 옥혜가 아니에요 031┃ 버건디 기둥: 한 채의 궁궐은 소나무 숲의 현현이다 039┃ 버건디 기차 여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045┃ 버건디 도로: 모든 나라에는 1번 도로가 있다 052┃ 버건디 드레스: 속죄의 피로 순백의 트라우마를 덮다 057┃ 버건디 롤러스케이트: 꿈의 탈것 061┃ 버건디 룸: 남영동 대공분실과 다크투어 ㅂㅁㅂㅅ 072┃ 버건디 맥주: 고전과 캐주얼을 한 잔에 076┃ 버건디 모래시계: 팬시 계의 토마손 081┃ 버건디 반추동물: 긴 여정을 통해 이룩된 부드러움 085┃ 버건디 버스 여행: 끈적끈적했던 추억 088┃ 버건디 뼈: 드러나서는 안 될 것이 드러날 때 094┃ 버건디 뷰익: 육로로 평양을 방문한 차 097┃ 버건디 사과: 훔친 사과의 향미증가성 원칙 101┃ 버건디 산딸기: 돈 주고 안 산 딸기 107┃ 버건디 상그리아 혹은 뱅쇼: 탁월한 저급의 향기 113┃ 버건디 성경책: 진정한 자유와 인간 되기 119┃ 버건디 성찬: 성찬에서 성배로 126┃ 버건디 소화전: 스트레스 상황이 일어나는 시간 ㅂㅇㅂㅊ 128┃ 버건디 언덕: 히스로 뒤덮인 요크셔 언덕 135┃ 버건디 오렌지: 오렌지색이 아닌 오렌지 141┃ 버건디, 와인에서 찾은 인생: 인생을 발효시켜라 149┃ 버건디 우체통: 고뇌의 처소 154┃ 버건디 유로: 액자에 넣고 싶은 돈 160┃ 버건디 자물쇠: J와 Y는 여전히 사랑할까 163┃ 버건디 자수정: 모래와 보석 사이 168┃ 버건디 자전거: 운명의 탈것 176┃ 버건디 차이: 터키인의 핏속에는 차이가 흐른다 ㅂㅋㅂㅌ 182┃ 버건디 카니발: 방탕 좀 땡겨 쓸게요 189┃ 버건디 캐나다: 장대한 단풍의 바다 198┃ 버건디 코트: 필요한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205┃ 버건디 크리스마스: 떠나지 않고 떠나는 여행 210┃ 버건디 클로버: 행운보다 행복 215┃ 버건디 퇴근길: 삶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 그리고 222┃ 버건디 트렁크: 네 근의 무게를 지닌 물건 230┃ 버건디 티타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쉼표 ㅂㅍㅂㅎ 234┃ 버건디 팥죽: 내 영혼의 차칸 수프 236┃ 버건디 페이브먼트: 어쩌다 혁명 도구 246┃ 버건디 페이크 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중산층 253┃ 버건디 풍차: 풍차 거인아 덤벼라 259┃ 버건디 플래트나: 느리지만 너에게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262┃ 버건디 하이힐: 여자 인생의 무게를 떠받치다 265┃ 버건디 향기: 좋은 향수를 살 수 없다면 268┃ 버건디 헤어: 튀는 게 아니라 이쁜 거야 270┃ 버건디 화장실: 배설하는 인간 273┃ 버건디 홍콩: 홍콩독감보다 무섭다는 홍콩중독 280┃ 버건디 흔적: 시간으로 덮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284┃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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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대야 속에서 어렴풋이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세 상은 내가 원하지 않는 온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 때로는 뜨거움을 견디고, 때로는 차가움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 내 예감은 맞았다. 고무 대야 밖의 삶은 고무 대야 안보다 훨씬 강렬했다. 길에서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나기도 했고, 턱이 깨져서 흉터도 얻었다. 숙제를 안 했다고 매도 맞았다. 교내 마라톤대회에 나갔다가 죽다 살아났고, 수험생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죽어났다. 대학 때는 사랑에 실패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돈 문제로 전전긍긍했다.
--- p.16 ‘길 잃기’는 궁극의 ‘길 읽기’였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많은 공간을 경험한다는 것이고 공간 경험은 전체를 가늠하는 능력을 선물한다. --- p.24 누구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한 대씩은 갖고 있다. 이 아이는 나이기도 하지만, 나보다 더한 나이기 때문에 잘 달래야 한다. 달리고 싶어할 때는 조금씩 달리게 해야 한다. 멈춰야 할 때는 속력을 줄일 시간을 주어야 한다. 마냥 세워만 두면 블랑쉬(비비안 리)처럼 정신을 놓아버리기 쉽고 또 마냥 풀어주면 스탠리(말론 브란도)처럼 짐승이 되어버린다. --- p.40 무엇보다 뒤체스가 선보이는 오묘한 맛의 비밀은 8개월간 숙성시킨 젊은 맥주와 2년 이상 묵은 늙은 맥주를 적절하게 혼합한 것에 있다. 새것의 날카로움과 묵은 것의 은은함이 뒤섞이면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향을 내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노인이 젊은이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톡톡 튀는 감각을 갖고 있거나, 젊은 사람이 노인의 사려 깊음을 지녔을 때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 p.75 소가 풀을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라면, 인간은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다. 소의 양식이 풀이라면, 인간의 양식은 경험이다. 소가 무의식 중에 들판의 풀을 뜯듯 인간도 무의식중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 경험은 인간의 양식이라 할 만큼 귀중한 것으로 삶 속의 실수를 줄여주고 세상을 알게 해준다. 그런데 인간 어른은 왜 그토록 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고리타분한 꼰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그것은 풀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반추를 안 했기 때문이다. 되새김질을 안 했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되새김질을 안 하면 생각이 뻣뻣해진다. 어느 시점에 소가 풀을 게워내 다시 씹듯 인간도 경험을 반추해야 한다. 말하자면 반추는 경험의 소화 과정이다. 경험을 잘 소화해 살과 피로 만들어야 한다. --- p.82 산딸기, 블루베리, 포도 같은 버건디 과일 열매는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이 풍부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버건디 열매는 시력을 보호하고 안구건조증을 예방하며, 변비와 노화를 막고, 항 암 작용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다. 몸에 좋은 음식들은 피로와 불면을 이기게 해주고 활력과 안 정감을 제공한다. 러시아에 다녀온 후로 한 뼘쯤 건강해진 기분 이 들었던 것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주워 먹었던 산딸기 덕이 아니었을까. --- p.104 니체가 말했듯 우정이 부재한 부부는 결국 헤어지게 되어있다. 가족이라는 것은 사랑보다 의리를 동력으로 하는 생명체다. 그만큼 대단한 각오가 따르는 게 결혼이다. 누군가 그랬지. “결혼은 혼자 있었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문제들을 둘이서 애써 해결하려는 시도다.” --- p.134 긴 산책 끝에 맛본 향긋한 커피와 달달한 스콘, 이런 게 여행의 맛이 아닐 까 생각했다. 그날 처치 애비뉴에서 베이뷰까지 가는 데 내 걸음으로 왕복 3시간이 걸렸다. 베이뷰 인근에 ‘온타리오 401’ 고속도로가 있어서 미국 여행길에 다시 한번 가까이서 그 건물을 구 경할 수 있었다. 토론토 명소 축에도 끼지 못하는 콘도 한 채가 그렇게 나만의 소중한 명소가 되었다. --- p.194 나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솜씨가 없기도 하지만 요리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나는 매식買食으로 끼니를 잇는다. 요리만 안 해도 하루 두 시간 이상을 번다. 장 보고 설거지하는 시간까지 아낄 수 있으니까. --- p.203 남의 도시를 여행하면 그 도시는 몰라도 내가 사는 도시는 제대로 보게 된다. 삶의 활기가 넘치는 모스크바에 비하면 베 냐민의 베를린은 ‘귀족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황량한 도시에 불과했다. 그는 이런 발견을 매우 놀라워했다. 내가 서 있는 장소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장소에 가봐야 한다. --- p.223 여행은 우리에게 다양성을 연습시킨다. 낯선 풍경 속에서는 일상도 ‘모험’이다. 한 끼 때우기 개념이었던 식사조차 여행지에서는 미션이 된다. 처음 보는 음식을 그 나라 말로 주문해야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너무 맵지는 않을까, 특이한 향이 나지는 않을까, 잘못시켜서 디저트나 애피타이저를 먹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외국인이라고 무시하고 이상한 향료를 잔뜩 뿌리지는 않을까. --- p.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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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과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색다른 방법! 임요희 작가의 말처럼 세상 풍속을 구경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의미는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다. TV와 유튜브가 절찬리에 상영해대는 온갖 세상들 너머로 떠나기엔 현실적 제약도 많다. 작가는 아주 특별한 곳을 찾아 떠나기보다 지금 자신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가까운 특별함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제안한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버건디였다. 화려한 건축에서 볼 수 없는, 웅장한 자연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버건디 컬러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여행의 상당 부분은 버건디를 찾는 데 할애됐다. 조선의 궁궐을 방문하면 전각이나 누각보다 버건디를 먼저 보는 식이었다. 버건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파랑새를 찾는 일만큼 무모한 여정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진짜 버건디’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나 역시 버건디를 모방한 버건디 비슷한 색 속에서 버건디의 느낌을 상상할 뿐이었다. 오히려 그랬기에 버건디는 나를 끊임없는 매혹 속으로 몰아넣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버건디는 프랑스어 부르고뉴Bourgogne에 어원을 두고 있는 컬러 이름으로 사전에는 청색 기운이 도는 짙은 붉은색 혹은 적포도주 색이라고 적혀 있다. 고흐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에게 인간 내면의 ‘광기’를 드러내는 색으로 인식되었는데, 임요희 작가 역시 아름다우면서 끔찍한 색, 원초적이면서 세련된 색, 귀족스러우면서 신비로운 색, 원초적인 생명의 색으로 감각하고 있다. 당신의 여행은 어떤 깔인가요? 북유럽을 안내하고 뉴욕의 핫플레이스를 세세히 알려주는 가이드북은 많다. 제주도에서 30일을 살아보거나 한 달 동안 런던을 헤집고 다닌 여행 마니아의 에세이도 서점에서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계속 색다른 곳과 보다 많은 곳으로 향하려면 당신의 여정이 곧 지치고 만다. TV 예능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쏟아내는 무수한 해외 도시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연신 감탄하는 여행지 비주얼은 호기심을 자아낼지언정 어쩐지 ‘내 여행’과 거리가 먼 듯하다. 『버건디 여행 사전-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은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더러는 식상해 보이는 관광지에서도 자기만의 여행을 찾아 즐기는 법에 대해 귀띔한다. 여행 에세이 『버건디 여행 사전-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의 임요희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장과 여행에서 유독 존재감을 보여왔던 강렬한 빛깔 버건디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한다. 러시아의 작은 도시 수즈달에서 발견한 버건디 색 산딸기와 영국 남부 도시 스틴스퍼드에서 본의 아니게 훔쳐 먹은(?) 버건디색 사과, 버건디 색 카펫이 깔려 있는 듯했던 캐나다의 짙은 단풍, 휴양을 기대하고 떠났던 태국 방콕에서 무에타이 체험을 하며 손에 껴야 했던 버건디 색 글러브처럼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다. 하지만 그녀의 사적 경험과 감각은 두툼한 여행서들이 소비하는 러시아의 맛집과 영국의 호텔, 캐나다의 드라이브 코스, 태국의 교통 정보보다 열정적으로 여행의 기운을 북돋는다. 임요희 작가가 이야기하는 버건디 컬러는 때로 평범한 보라색이거나 조금 짙은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쉽게 마주치는 붉은 우체통과 보라색 양초도 그녀의 짙은 추억이 덧씌워지는 순간 버건디 색 여행으로 물들어버린다. 이 책을 통해 독자도 자기만의 버건디 컬러를 찾아보면 어떨까? 굳이 버건디 색이 아니더라도 내 여행과 일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색을 발견하는 순간 짜릿한 추억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그것이 백만 가지 여행 정보를 습득하고 길을 나서는 것보다 여행 같은 일상 혹은 일상 같은 여행을 만나고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