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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의 덫
장미를 바치다 붉은 심장의 사거리 앎이 비어 있다 낙서 유이새 책임 알맹이 없는 잔치 잘못된 선민사상 아니다 이론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재인의 영광에 도착하다 박수만 쳐라! 당신이 정한 게 뭐길래 금지에 대하여 표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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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어색함을 내 몸과 마음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지옥이었다. 나는 자유스럽지 못했으며 어색함에 의해 신변이 감금당한 것 같았다. 나는 나의 그녀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고 그녀에게 하는 비상 착륙도 추락도 있을 수 없었다. 단지 나는 나였을 뿐 나에게 덧붙여지는 것은 너무도 앙상한 겨울 회초리 같은 나뭇가지와 같은 것이었다. 메말라가고 있었다. 누군가 라이터로 불을 켜면 나는 기겁을 했고 불이 번져 재가 될까봐 사시나무처럼 바람에 떠는 운명을 붙잡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탈출을 해야 했다. 가면 갈수록 이대로 버틸 수 있는 것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었다. 나는 변신을 해야 했다. 무엇으로든 변신을 해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여기저기 뾰족해진 것 같아 찔레나무 같았다.
--- p.43 “발열 체크하겠습니다.” 나에게 열이 나고 있었다. “36도 3부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열이 나고 있었다. 광화문 우체국에서도 불이 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머뭇거리자 출입문의 검사 요원이 말했다. “정상입니다. 들어가세요.” 나는 어두운 마음으로 입을 굳게 다문 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욕을 할 듯한 험악한 표정을 한다고 해도 검사 요원은 모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웃음이 나왔다. 검사 요원이 그런 내 눈가의 웃음을 보고 팔을 들어 어서 가시라고 친절을 베푼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엄혹한 시절로 인도하고 있었는데 가끔 마음을 풀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잠시 잊고 있던 우편물이 내 손에 쥐어지고 다시 울분에 젖게 하고 있었다. --- p.76 그녀의 담배가 몇 대째인지 나는 헤아려볼 수 없었다. 나는 겁도 나고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뒷모습인 채로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무엇에 겁을 먹고 있었지?” 이 방 안, 조명등 그리고 침대보 색상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내게 생소하고 겁을 주고 있었는데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침묵을 이어가자 그녀가 말을 더 꺼냈다. “사람들을 무서워하나?” 그녀가 내게 여러 여자들로 보였지만 그녀는 하나였다. 난 그 물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너는 거리에 밀려 있었어. 왜 밀려 있었지? 뭐가 겁이 나서?” 나는 그 물음이 도시의 중심에서 사람들의 화려함에 빈곤한 내 자신과 비교돼서 궁지에 몰린 쥐처럼 구석에 처박혀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라 깨닫고 있었다. 겁이 난 것도 사실이었다. 시끌벅적한 것도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p.4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