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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말리꽃 소녀
2장 별리(別離)의 계절 3장 만월여정(滿月旅情) 4장 애가(愛歌) 5장 풍운천하(風雲天下) 6장 재회(再會) 7장 탁류(濁流) 8장 역풍(逆風) 9장 파양대전(?陽大戰) 10장 떠도는 풀들(浮草) 11장 하늘을 오르는 춤(飛天舞) |
본명: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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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처럼 아스라한 불멸의 명작! 춤처럼 아름다운 시대의 역작!
시대가 흘러도 명작의 향기는 영원하다. 김혜린의 「비천무」가 그렇다. 데뷔작 「북해의 별」이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혁명의 뜨거운 서사시라면, 「비천무」는 14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한 삶과 죽음의 처연한 서사시다. 서양 배경의 순정만화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작가는 동양 무협 서사를 끌어와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비천무」에서는 실재와 가상의 수많은 인물이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얽히고설킨다. 다층적 캐릭터 설계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게 만든다. 선 굵은 작품이지만 촘촘한 구성과 섬세한 연출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없이 서정적이다가도 격정적인 연출로 전율을 선사한다. 시처럼 아름다운 내레이션은 울림을 주고, 스쳐 지나가는 한 줄 대사에서도 번뜩이는 통찰을 얻는다. 전권에 등장하는 한시(漢詩)는 고전문학의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비천무」에서 김혜린의 작품 세계는 더 깊고, 더 아름답고, 더 강렬해졌다. 어떻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이토록 진지한 성찰을 작품에 담을 수 있었을까? 동양 철학적인 메시지가 동양풍의 아름답고도 장쾌한 그림과 어우러지니 작품은 높은 완성도를 얻는다. 격동하는 군웅할거 실제 역사에 사랑과 운명의 절절한 상상이 더해지니 작품은 탁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비천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 원나라 말기, 말리꽃 향기 섞인 바람이 부는 곳, 하북성 산매현 마을에서 어린 설리와 진하는 운명적으로 만난다. 나풀나풀 춤추는 설리, 피리 부는 유랑 소년 진하. 14세 동갑내기의 풋풋한 사랑 눈처럼 하얀 말리꽃처럼 피어오른다. 하지만 설리 어머니의 죽음은 두 사람에게 아픈 이별을 예고한다. 서출인 설리는 아버지의 타루가 표두의 강요로 이복 오라비 야훌라이가 있는 절강성 소흥으로 떠난다. 어머니의 유품 옥경을 진하와 정표로 나누어 가진 채. 아버지에게 설리는 정략결혼의 도구이다. 진하는 삼촌으로 위장한 곽정의 보살핌 속에 ‘비천신기’의 무공비기를 익힌다. 그러다 곽정의 죽음으로 자신이 몰락한 ‘호북유가’의 당주 유장옥과 명기 무수연의 유일한 아들임을 각성한다. 절강성에서는 친원 한족의 상징 남궁세가의 외아들 남궁준광이 설리의 매혹에 빠져 연정을 품는다. 부패한 원나라 말기. 주원장, 장사성, 진우량 등 반원 세력의 패권 다툼으로 세상은 더욱 혼란하다. 힘없는 민초의 삶은 더욱 척박하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설리와 진하의 운명도 잔혹하게 휘말린다. 사랑과 운명, 삶과 죽음의 가슴 저린 이야기가 굽이쳐 흐른다, 한번 명작이면 영원한 명작이다. 만화장인 김혜린의 1408쪽 「비천무」는 100% 수작업 만화다. 요즘 같은 웹툰 시대에는 상상도 못 할 공력이 만화 작업에 필요했던 시대였다. 펜과 붓, 잉크와 스크린톤 그리고 종이가 만화 도구의 전부였던 시절, 작품에 배인 작가의 섬세한 손맛이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비천무」 RETRO PAN은 모든 원화를 새롭게 스캔하고 완벽 복원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전 10권 박스 세트와 함께 디지털 데이터(전자책)로도 만날 수 있다. 작품해설 대하 역사 서사와 아가페적 사랑 「북해의 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김혜린은 바로 「비천무」를 그린다. 1988년 도서출판 프린스에서 「비천무」 출간을 시작한다. 두 번째 장편 연재작이며 만화방 만화였다. 권 단위 마감의 긴 호흡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 나가야 하는 대하 역사 서사에 잘 어울린다. 1980년대는 어느 때보다 역사에 관한 관심이 커진 시대였다. 은폐된 역사, 기억을 서술하는 작업이 소설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대중문화에서 역사 서사를 끌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만화의 경우 역사의 특정한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저 멀리 유럽의 공화 혁명을 탐구하며 시작된 김혜린의 역사 서사는 「비천무」를 통해 공간의 거리를 좁힌다. 「비천무」는 1400페이지 분량으로 완간된 대하 역사 만화다. 원명 교체기를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얽힌 여러 인물의 삶을 그렸다. 운명적인 사랑,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투쟁, 약자들의 연대와 같은 가치들은 허구의 경계를 넘어 독자들의 삶으로 들어선다. 김혜린 만화는 늘 그렇게 허구와 현실이 경계를 넘나들었다. 「비천무」 등장인물이 보여준 사랑은 모두 비합리적이고 이유 없는 아가페적 사랑이다. 사사로운 이익 추구를 동기로 하지 않는 흠모, 존경, 연대, 비합리적 열정 등을 모두 포함한 아가페적 사랑은 낭만적 열정의 속성을 지닌다. 그러니 다시 봐도 여전히 마음이 움직인다. 「비천무」는 무와 협의 세계다. 많은 무협은 무와 협의 세계를 가상의 공간에 가까운 중원에서 펼치지만 「비천무」는 역사의 시공간을 활용한다. 「비천무」는 아가페적 사랑을 보여준다. 주요 인물들은 조건 없이 서로에게 헌신한다. 이처럼 무협과 로맨스라는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비천무」는 낭만주의 역사화처럼 숭고하다. 펼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한 격정적인 전투 장면은 과감한 붓 터치로 전쟁의 참혹함을 잡아낸다. 과감하게 펼친 페이지에 거친 붓 선으로 힘차게 묘사된 액션 장면은 「북해의 별」보다 더 과감하고 힘이 넘친다. 숭고함을 담아내려니 호흡이 길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부실한 캐릭터들을 억지로 연계해 과도한 감정을 조장하는 작품들과는 다르다. 인물의 이야기는 숭고한 감정선을 타고 유려하게 흐른다. 역사 서사는 거대한 장강처럼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며 나아간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작가 이야기 이 책이 자그마한 쉼표라도 되기를 별로 많지 않은 나의 작품들 속에서 비천무는 북해의 별에 이어 두 번째 장편 만화다. 북유럽의 가상 국가를 몇 년간 헤매다가 휘리릭 동양으로, 그것도 원명 교체기의 중국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사실 딱히 대단한 이유나 계기는 없었다. 그저 그때 그것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드레스와 로코코풍 장식 대신 동양풍 뭔가를 그려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튼, 이런 식으로 욕구 혹은 충동이 올라오면 대책이 없다. 사건이 먼저인지 인물이 먼저인지 머릿속에서 그런 경계는 늘 애매하고 서로 뒤섞인다. 인물들의 이름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기와집 한 채도 제대로 그려본 적 없는 주제에 겁도 없이 일단 덜컥 덤벼들었다. 지금처럼 자료가 웹에 넘치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애써 찾은 자료사진이나 관련 책자, 화첩 하나하나가 반갑고 고마웠다. 하여, 이야기의 진행은 그럭저럭 사료에 맞게 흘러가지만, 의복이나 주택 양식, 무구 등은 제대로 고증되지 않았으니 부디 그 부분은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도 좋으란 법은 없지만, 운 좋게도 많은 분이 비천무를 어여쁘게 보아주셨다. 내가 보듬어냈던 여러 인물을 사랑해 주셨다. 행여 가벼이 들킬세라 애써 숨기면서도 사실은 조금은 알아봐 주셨으면 했던 내 마음속 그 무엇들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함께 울어주셨을 때, 그 부끄러움과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재출간은 기쁘고 고마운 일. 나는 행복해하며 잠시 고개를 숙일 따름이다. 저 때의 소회에 적었듯이 꽃을 뿌려주고픈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이 책을 보아주시는 분들께 부디 이 책이 자그마한 쉼표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김혜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