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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달팽이가 부럽다는 세대 8
1부. 서울 집값 평균 15억 시대, 내 집은 어디에 - 어느 날, 벼락거지가 되어 있었다 12 - 청약?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 18 - 날씨가 좋으면 임장을 가야 한다네요 23 - 남향을 찾아서 33 - 다시 상도동에 살 뻔했는데 38 - 수택동 현인은 이렇게 말했다 45 - 경기도는 처음이라 50 - 놓치면서 배운 사실, 고민은 빠르게 계약금은 속전속결로 57 - 열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겼는데, 매물이 있다 없어져서요 62 - 종잣돈 모으기 운동 67 - 찾았다, 우리 집! 74 - 오빠야, 여기 성서 할매집 같다 81 - 인테리어 사장님, 나, 그리고 견적서들 86 - 공포의 체리 색 몰딩 94 - KB시세를 매일 들여다보며 살 줄이야 97 - 나, 신용 이런 사람이야 105 - 그렇고 그런 사이의 안 그렇고 그런 돈 거래 110 - 잔금과 함께한 화요일 118 - 해우소를 위하여 127 - 나의 무옵션 아파트 133 - 잘 살다 갑니다 138 - 첫 집 입주라는 긴 하루의 끝에서 143 부록. 집에서 할 수 있는 쓸데없는 20가지 (난이도 하) 152 2부. 서툴지만 즐거운 나의 집에서 - 밤에 복도를 지날 땐 가끔 여고괴담이 생각나요 156 - 첫 못을 박으면서 162 - 방이라는 사치 168 - 빚도 자산이니라 171 - 결혼만 하면 되겠네 177 -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으며 181 - 토요일엔 빨래를 하겠어요 185 - 반려초가 생겼습니다 189 - 우리 집으로 가자 194 - 그렇게 세대주가 된다 199 부록. 집에서 할 수 있는 쓸데없는 20가지 (난이도 중) 204 3부. 태초에 살아온 집이 있으라 - 기록상의 첫 집, 할아버지 댁 : 대구광역시 서구 평리동 (세대원) 208 - 4인용 식탁, 유 패밀리 : 대구광역시 달서구 월성동 (세대원) 220 - 처음 해 본 남의집살이, 열다섯의 미쿡 집 : 미국오리건주 캔비 (홈스테이) 231 - 스무 살의 분가, 학생증을 발급받고 : 서울특별시 동작구 상도동 (월세) 241 - 두 번째 분가, 사원증을 목에 걸면서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반전세) 257 부록. 집에서 할 수 있는 쓸데없는 20가지 (난이도 상) 270 에필로그 : 오늘 조금 더 우리 집 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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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멍청히 있다가 하루아침에 벼락거지 됐네요.’ 기사보다 핫했던 그 댓글 아래 ‘벼락거지’란 단어를 포함한 대댓글만도 수백 개였다. 벼락거지, 처음 듣는 단어였다. 글이 작성된 날짜가 1월 23일이었으니 나는 거의 4개월이 지나고서야 그 단어를 접하게 된 셈이었다. 벼락거지, 벼락거지, 어감이 꽤 재밌다고 생각되면서도 읽을수록 유쾌하진 않은 단어였다. 벼락부자도 부정적인 느낌인데 하물며 벼락거지라니. 그리고 댓글들에 따르면 나 역시 벼락거지였으니까.
--- p.13 어느새 오피스텔 전세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쭉쭉 오르는 아파트값 대열에 전세금도 슬며시 끼어드는 판국에, 임대사업자 집주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금을 인상했으니 내년도 그럴 것이다. 2년 전에 이 전세금에다 은행 대출받고 가진 거 싹싹 긁어다 더했으면 전셋집이 아니라 자가를 마련했을 텐데. 그러면 지금쯤 몇억은 올랐을 텐데. 전세금 인상분을 손가락 접어가며 계산하기도 싫고 떠돌이 신세도 그만하고 싶었다. 관자놀이가 지끈댔다. --- p.16 형은 내가 요즘 가장 부러워하는 부류에 해당한다. 부동산 급 상승기 전에 결혼 같은 자연스러운 이슈로 인해 실거주를 위해서 집을 구매한 사람들. 물론 그때도 집값은 한두 푼이 아니었고 당연히 고민과 결단이 뒤따르는 일이긴 했겠지만, 그 뒤에 등장한 이상한 부동산 정책들의 여파로 아파트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으니, 비슷한 연령대인 무주택자들에겐 그보다 부러운 대상이 없다. --- p.46 자가 매수라는 인생의 큰 고민을 짊어진 무대출 이력의 청년 멘탈은 이 입김 저 입김에도 휘날리는 갈대가 된다. 남이 픽픽 내뱉는 말에 갈팡질팡하지 말고 나만의 원칙을 잘 세워서 판단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어제도 나는 흔들렸다. 향후 몇 년 내에 폭발적인 아파트 공급이 있을 거라는, 그래서 집값이 폭락할 거라는 회사 차장님의 말을 듣고서였다. 내가 불안한 눈빛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자 수택동의 현인은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등기 쳐 봤대?” --- p.49 5년이 넘도록 모은 월급과 간간이 벌어들인 금융소득을 몽땅 합친 것의 곱절이 넘는 돈을 추가로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 친구에게도 돈 한 번 꾼 적 없이 온실 속 화초처럼 살다가 생애 처음으로 대출이란 것을 알아봤다. 큰 금액을 융자받아야 하는데 괜찮겠냐는 부모님께 차분히 대답했다. “다 대출받아서 사는 거죠, 뭐.” 걱정을 덜어드리려는 마음에서 씩씩하게 말한 것도 있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더 용감하게 대답했던 거 같다. 대출 필요한 금액은 넉넉 잡아 3억 5천만 원 정도. 중고차 한 대 사려고 1~2천만 원을 빌린다고 하면 큰돈을 빚진다는 생각이 확 들 텐데, 빌릴 돈이 억대가 넘어가니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되려 덤덤했다. 부루마블 게임에서 게임머니로 호텔을 한 10개 짓는 기분 같달까? --- p.97 그렇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까지, 두 건의 대출을 받았다. 그간의 시간과 비슷하게 앞으로 30년간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 나가야 한다. 30년짜리 주담대 상환액이 다달이 120만 원, 신용대출 8년짜리는 약 80만 원, 총 200만 원이 카드값에 이어 통장을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 알고 빌린 거지만 대출 실행 처리가 찍힌 신청서를 손에 쥐니 앞으로의 험로가 그려졌다. 집을 구매함에 따른 자발적 긴축재정에 들어갔으니 사고 싶던 자동차와의 만남은 좀 더 나중으로 미루고, 압구정 단골 시샤바 사람들하고도 살짝 서먹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월세 내고 적금 부으며 산다 생각하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내 집 한 채가 떡하니 생겨 있을 거라는 형들의 격려에 힘을 내 본다! --- p.109 나는 망치와 못이 닿기 일보 직전 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 스톱! 스톱! 잠시만 멈춰 봐요!” 아버지 팔을 공중에 머물게 한 채로 사진을 찍었다. 그림 사진이 아닌 그림이 걸릴 못 사진을. 아버지는 못 하나 가지고 무슨 유난을 그리 떠냐는 표정이셨지만 그건 그냥 못이 아니었다. 무려 내 집에 처음 박힐 못이었다. 흥분했던지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잠시만! 잠시만요!” 거듭 외치며 셔터를 몇 번 더 눌렀다. 아버지의 손이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더니 못 박기는 순식간에 끝났다. 못은 거룩한 의식에 비해서 너무나도 빨리 박혀 버렸다. 다행히 다시 빼는 일 없이 정확한 위치에 잘 박혔다. --- p.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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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 되어 버렸다. 기성세대가 잠식한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의 요동 속에, 젊은 세대는 제 한 몸 편히 지낼 보금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성실히 일하고 돈을 모아도 치솟는 집값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는 커플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집을 산다는 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고 요즘처럼 계속 금리가 오른다는 말에 걱정이 말할 수 없이 커지지만 설령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또 사람들이 자신을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한탕주의 영끌족으로 매도하더라도 저자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오히려 ‘집이라는 공간에는 호가와 실거래가 같은 숫자로 정의할 수 없는 의미와 추억과 바람이 담겨 있다’며 유쾌하게 그 모든 파고를 넘을 힘을 집이라는 안식처로부터 얻는다.
그렇게 저자는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고 눈치 보지 않으며 내키는 대로 살아도 좋은 ‘마이 홈’에서,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임을 매일 증명하며 살고 있다. 좋은 집이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이 만만치 않은 ‘내 집 찾아 삼만리’라는 여정의 끝은 그래서 해피엔딩이다. [핵공감 부르는 책 속 문장들] 내 집을 찾기까지 손품을 판다며 광클하던 손으로, 아파트 임장을 돌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던 손으로, 매매계약서에 기어코 도장을 찍은 그 손으로 꾹꾹 눌러 쓴 90년생의 좌충우돌 첫 집 마련기는 한마디 한마디가 “아!” 하며 가슴을 치고 공감하게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새 주인은 동시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매년 5%씩 집세를 올리겠다고 공지했다. 매년 5% 상승은 세입자들에게 거저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보증금 1억 7천의 5%면 850만 원이다. 연봉의 15% 남짓한 금액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게 복리 수준으로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6개월 뒤에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데로 이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신규 계약서에 서명했다. ‘집. 집을 사고 싶다. 집을 사야 한다.’ 그런데 살 수가 없다. 알뜰살뜰 잘해봐야 1년에 2천만 원을 모을 수 있는데 그새 집은 또 1억이 올라 있다. 내 돈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집값 올라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리고 새삼 다시 한번 자각했다. 좋은 직장을 구해 괜찮은 연봉을 받아가며 나름 잘하고 있다 믿었던 재테크는 솟구치는 집값에 비하면 돼지저금통 속에 모인 동전처럼 짤짤이 재테크였음을. ‘백번은 흔들려야 집주인이 되나 보다.’ 내가 떠나보낸 매물은 한 달 새 5천만 원이 오르더니 석 달이 지나자 무려 1억 가까이 올랐다. 무슨 게임도 아니고. 아무튼 마시면서 배우는 술자리 게임처럼 놓치면서 배우는 것이 있었다. 고민은 빠르게, 계약금은 속전속결로. 기회가 왔을 때 준비를 시작하면 늦다. 기회란 걸 알았을 때 후딱 낚아채야 한다. 시장과 매도자는 우릴 하염없이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결국 빚도 자산이라’ 이자만 1억이 넘는 막대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이 정녕 옳은지 고민할 때만 해도 걱정이 몹시 컸다. 그렇다고 사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 봐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 막상 저지르고 나니 이상하게 편안했다. 태풍의 눈 속에 도달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뭘 어쩌겠냐는 마음인진 몰라도. 헐렁해진 통장만큼 든든해진 마음이랄까? 내년의 나와 내후년의 나, 그리고 2030년의 나에다 2051년까지의 나까지 힘을 합하면 충분히 갚아낼 수 있는 돈이다! 결국 빚도 자산이니라.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다. 전혀…. …그렇지? ‘그렇게 세대주가 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크게 심호흡했다. 다 끝났다. 수억의 돈이 오가는 큰 거래가 있었고, 몇 달간의 사투 끝에 드디어 집을 마련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 내 집이 생긴 날이었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엄청나게 고팠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다. 하루 세끼를 착실히 챙겨 먹고 간식까지 놓치지 않는 내가 물 한 잔 마시지 않았을 정도로 긴장했던 거다. 큰일이 잘 마무리됐고 긴장도 풀렸으니 이제 먹을 수 있었다.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가 다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 동네 한번 둘러보면서 걷다가 당기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야지.’ 폭풍 같은 허기 속에서 어떤 뿌듯함이 느껴졌다. 마치 밤새워 공부하고 치른 시험이 무사히 끝난 후 기지개 한번 쭉 켜고 집으로 향하는 기분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