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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9
1부 순환 12 상처 13 단면 14 경계선15 노안 16 어떤 저녁 17 함부로 전하는 위로 18 수몰 19 산다는 건 20 아플 예정입니다 21 오래된 책 22 고양이 23 썰물 24 안부 26 사과 28 마음 가난한 나는 29 모든 벽은 모서리에서 만난다 30 가을 복판에서 32 망각 34 소멸 36 가을 37 내가 길 끝에 서서 울었던 건 38 마지막 날 39 미안하다 40 그런 날 41 후숙 42 늦가을 풍경 43 흔적 44 두고 온 사랑에게 45 바람, 바람 46 달라서 아프다 47 어떤 기억 48 술꾼 49 손금 50 어떤 풍경 52 낡은 것에 대한 연민 54 괘종시계 55 알고리즘 56 어머니 57 소멸하는 것들을 위한 기도 58 오로라 59 봄이 오면 헤어지자 60 작은 길고양이에게 61 첫눈 62 뒷모습 64 진눈깨비 66 잊힐 권리 67 산사에서 68 첫눈이라고 생각했다 69 차를 마시며 70 나비잠 71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하여 72 2부 지구 여행 일지 - 19383 76 봄, 눈 78 부조리 80 나무의 언어 81 삽질 82 아무것도 아니다 83 딸아, 하고 부르면 84 귀리 씨앗들은 살아있다 85 발자국 86 수상한 시절 87 꽃이 졌다 88 고등어 89 봄비 90 찔레꽃 91 농담 92 다행이다 93 또 봄날 94 종이꽃 95 사랑 96 젖은 나무가 말을 걸어올 때 97 봄, 고양이 98 들풀 99 사랑 불변의 법칙 100 흰동백이 진다 101 벚꽃비 102 숲을 걷는 사람 103 밤, 삽화 104 꽃과 돌멩이와 사람 105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106 한 남자 107 초여름 풍경 108 회상 110 서른 즈음, 어느 낯선 포구에서 112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113 애썼다 114 로드킬 115 SOS 116 날고 싶다 118 비와 바다 120 기다림 121 비밀의 바닷가 122 염려 124 그 여자 126 바람 128 백구 129 밥과 시 130 문지기 이반 씨 131 치열하게 132 그리움 133 외롭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134 일테면, 사랑은 135 일기예보 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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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꿈이 되어
언제나 내게로 온다 그때의 너는 애틋하고 때론 잔인하며 그리고 자주 아름다웠다 보잘것없는 추억은 뭉게구름처럼 부풀려지고 가려진 시간들은 갈수록 모호해진다 어떤 기억은 서랍 속에 잠들고 아픈 생채기는 화석이 되었구나 너를 그리워했던 나와 나를 애달파했던 네가 한 줄기의 시간 속에서 고요히 풍화되어가는 것을 본다 우리, 사랑이었을까? ---「어떤 기억」중에서 아침이 서늘한 손으로 혼미한 이마를 짚을 때 나는 무방비였다 은빛 햇살에 눈을 찔린 채 나는 더듬더듬 빛의 감옥으로 걸어들어갔다 정원 말라비틀어진 구절초 위로 서리가 내려앉은 건 이미 한참 전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저녁을 생각하고 가을의 끝에서 겨울을 걱정하는 건 얼마나 나쁜 습관인가 마른 풀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죽어 겨울 틈으로 스며든다 해 질 녘 툭 터져 널브러진 붉은 노을 속에서 나는 차마 죽지 못하고 가을이 겨울에게 잊히던 어떤 순간을 떠올렸다 그렇게 하나쯤은 움켜쥐어도 좋지 않을까, 하얗게 지워질 그런 권리 같은 것 ---「잊힐 권리」중에서 나무는 혼자서는 말할 수 없어 웅웅대는 속엣말은 저밖에는 못 듣는데 그의 언어는 언제나 나무 바깥에 있기 때문이지 비바람 부는 날이면 겨우 말문이 터져서는 수십 수백 년 붙박이로 선 비밀스런 사연과 이해와 오해 사이의 침묵에 대해서 밤새 지껄이다가 서늘한 빗줄기에 성급히 뿌리까지 젖어 버리는 거지 모두들 바람의 허물을 얘기하지만 바람을 붙드는 건 언제나 나무였어 바람만이 유일한 그의 언어였으므로 제 팔이 꺾이고 부러지는 것도 모르고 나무는 외로워서 뼛속까지 외로워서 ---「나무의 언어」중에서 애썼다, 핏대 올리며 미워하고 가슴 시리게 그리워하고 애끓게 원망하다가 끝내는 사랑하고 마느라 죽이지 않을 만큼만 미워하고 가슴 터지지 않을 만큼만 그리워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느라 애썼다 그 덕에 아침이 오고 계절 사이마다 비가 내리고 새가 울고 잎새마다 햇살이 타는 것이다 그 덕에 살아있는 것이다 ---「애썼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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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두 번째 시집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로 돌아온 배성희 시인. 배성희 시인의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는 일입니다. 시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깊이를 기꺼이 헤아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인의 언어를 마음으로 읽고, 시집을 덮고 잠시 여운을 느낄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품에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함께 건네고 있는 듯합니다. ‘안부’를 건네는 그의 작품, 달리는 법을 잊은 관절에는 푸른 이끼가 끼었습니다 라며 세월을 이기지 못한 아름다운 아쉬움 마저 느껴집니다. 어찌 그리 우리네 인생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표현하는지 이 서평으로는 다 담지 못할 듯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당신께 배성희 시인의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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