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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_마침내 ‘아내의 역사’를 쓰다술 찌꺼기를 옷에 묻힌 남편을 나무라다_목은 이색의 아내 안동 권씨전통주의자 서거정의 아름다운 시간_아내 선산 김씨는 다정한 술친구김종직이 숙인 창녕 조씨에게서 선비를 보다_나의 아내는 단정한 선비세종대왕, 퇴계 이황 그리고 남명 조식의 열망_음란한 여성은 용서 불가송덕봉, 미암 유희춘의 지기(知己)가 되다_남편의 존경을 받은 능력자탁월한 여성 작가의 출현_신사임당과 허난설헌상촌 신흠이 쏟은 눈물_대의명분에 투철한 아내 전의 이씨미수 허목이 시대의 풍경을 기록하다_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무명의 아내들명재 윤증이 눈물로 쓰다_호란과 당쟁으로 얼룩진 누님의 일생여성과 가족에 관한 실학자의 새로운 해석_성호 이익이 만든 백과사전위선적인 열녀 놀음을 그만두자_연암 박지원의 풍자와 질타가난과 질병의 늪에 빠진 여성 문제를 어떻게 풀까_고뇌에 빠진 청장관 이덕무살림 잘하는 아내가 으뜸이다_다산 정약용의 소망남편은 어리광쟁이 도련님_예안 이씨와 추사 김정희의 특별한 로맨스여성도 가정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자_혜강 최한기의 근대적 시선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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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열다섯 이야기책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는 고려 말의 성리학자 목은 이색의 부인 안동 권씨다. 권씨 부인은 불교적 가치관의 소유자로서 남편 이색과 함께 누구보다 정답고 평온한 삶을 살았으나, 조선 ‘개국’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절명하고 만다.15세기 후반, 점필재 김종직의 아내 창녕 조씨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제는 아내도 “훌륭한 선비”여야 하는 세상이 왔음이 명백해진다. 16세기가 되면 이런 경향은 한층 더 강화되어 송덕봉은 남편인 미암 유희춘과 다시없는 친구로 살아간다. 그때는 송덕봉처럼 자의식이 강한 아내가 곳곳에 존재하였다. 그러나 왜란과 호란을 겪고는 세상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신분의 고하를 떠나서 모든 아내에게 ‘절개’라는 굴레가 씌워진다. 설상가상으로 당쟁이 격화되자 세상은 더욱 억압적으로 바뀌는데, 이런 가운데서도 아내들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고심한다.18세기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벗어나려는 선각자들이 등장한다. 성호 이익과 연암 박지원 등 실학자들의 눈을 통해서 저자 백승종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를 읽어낸다. 실용적 관점이 등장하고, 조선 사회를 휩쓴 ‘열녀병’에서 벗어나려는 해법이 모색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아내의 역사도 상당히 달라진다. 근대화의 물결이 높아가고 있던 19세기 중반에는, 신지식인 혜강 최한기의 등장으로 여성과 가정 문제를 서구의 ‘과학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이 책은 조선왕조 500년에 걸쳐 그 시절 여성의 대명사인 ‘아내’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열다섯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아내들의 삶을 전기적으로 다룬 ‘열전’이 대부분이지만 여성에 관한 당대 지식인들의 담론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책의 중요한 성과가 아닐까 한다. 저자 백승종 교수의 미덕은 두 가지다. 그는 미세한 시대적 분위기를 날카롭게 포착하였고, 단편적인 기록에 숨어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풍부한 입담으로 서사화하였다는 점이다. 그의 입담을 통해 우리는 조선 사회의 모습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단연코, 조선 사회의 모습을 또 다른 시각에서 살펴 입체적인 역사관을 길러주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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