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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창문 밖이 훤하다. 새색시 걸음으로 밤새 걸어왔구나. 고요 처마 밑 낙숫물 소리. 찻잔에 찻물 따르는 소리. 고요를 본다. 겨울나기 어떻게 지내냐고 걸려온 한 통의 안부 전화 그냥 따뜻하게 잘 지냅니다. 춥다. 도끼질 질기고 질길수록 오기가 발동한다. 부질없는 곳에 마음 쓰는 나 깊은 숨 말아 쉬고 허리를 펴니 눈앞에 깊고 푸른 하늘 끝이 없다. 겨울밤 긴 겨울밤 배가 고프다 밖으로 나와 하늘에 있는 별과 달을 먹는다. 밖이 금세 어두워진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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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깥에 은둔한 한 예술가의 눈에 맺힌 순백의 자연과 마음, 그리고 세상 이야기!
김양수 화가가 안성 동막골 적염산방(寂拈山房)에서 자연의 고요, 생의 고요를 포착하여 짧은 시와 명상적인 그림으로 담아 아름다운 시화집을 펴냈다. 『고요를 본다』는 그가 세상에서 비껴나 자연 속에 침잠하여 어떻게 마음을 비우고 허물없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간결하고 소박하게 담아내고 있다. 김양수 화가의 시와 그림에는 언제나 나비, 새, 벌레, 닭, 개구리, 고양이, 꽃, 나무, 나비, 눈, 달, 별, 바람, 호수 등과 같은 친근한 자연 대상이 나온다. 하지만 그 자연의 대상은 그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고, 하나같이 김양수 화가의 감성이 이입된 투사체다. 한 마디로 김양수 화가는 이미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同體)인 것이다. 작가의 삶이 고독과 외로움을 촉매제로 하여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되면, 누구에게나 근원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양수 화가는 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의 시나 그림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김양수 화가의 시와 그림에는 거대한 질서로 어우러진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치열함과 엄격함이 잘 깃들어 있다. 동시에 그 자신도 그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경외감과 겸손함 또한 잘 드러나 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시와 그림에는 순정한 고독, 외로움, 그리움, 그리고 슬픔과 아픔 속에서 끌어낸 자기 성찰이 깊이 녹아들어 있다. 특히 하이쿠 같은 김양수 화가의 시는 귀를 맑고 깨끗하게 울릴 뿐 아니라, 문면에 숨겨진 뜻이 있어 뒷맛이 은근하고 깊다. 그런가 하면 그의 그림에는 고독과 외로움을 품어 안아줄 넉넉한 여백이 있어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행복하다. 모름지기 이 시화집에는 자연과 호응해 자연을 따르고 닮는 김양수 화가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시화집 발문에서 이시형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김양수 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말한다. “그림만큼 그의 글도 짧고 간결하면서 무게가 실려 있다. 그리고 행간엔 넓은 여백이 차지하고 있다. 그의 여백을 읽어내기엔 내 좁은 식견으로선 턱없이 부족하다. 말씨에서 글에서 그림에서 그의 인품 그대로 간결하면서 여백덩이다. 나는 그를 일러 여백의 화가로 부른다.”고. 그처럼 각각의 시 한 편, 그림 한 점에서 풍겨 나오는 여백덩이들이 이 시화집을 읽고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하면서도 무언가 먹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