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난민은 전쟁터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낯선 천장 - 베트남 하노이 골든 돔의 여왕 - 태국 방콕 여우비가 내리는 강 - 중국 징홍 지진 - 2011년 3월 11일 오후 세시가 조금 지난 무렵, 도쿄 이제 폭주할 명분을 얻었다는 사실만이 한없이 기뻤다 하모니카와 한자 - 중국 리지앙 테이프 - 1997년 봄, 서울 구름바다에 서다 - 네팔 포카라 난징에서 온 소년 - 인도 바라나시 상처 - 2011년 2월 9일 밤 11시, 도쿄 행복의 조건 - 인도 델리 니아 - 2009년 10월, 서울 나는 배신자인가요? 바빌론 유수 -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두바이 선 - 2011년 3월 12일 가지 않은 길 - 터키 이스탄불 볼드모트의 이름 - 그리스 아테네 혁명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이집트 카이로 편지 - 2007년 10월 24일, 서울 이 세상 어디엔가 빛나는 - 남아프리카공화국 랑아 넘을 수 있을 거야, Border line을 아프리카의 별 - 나미비아 문데사 21세기 허생전 - 짐바브웨 빅폴 Get over the border - 브라질 상파울루 대답 - 2008년 9월 20일 토요일 오후, 서울 에필로그 |
장은선의 다른 상품
|
“그러니까, 제 또래의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요. 전 최근에 어떤 실패를 좀 겪고서 한동안 처져 있었거든요.”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중학교 때 이래, 정말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제가 원하는 꿈만을 위해서 살았는데…. 그것도 별거 아니구나 싶어서요. 그래 봤자 여전히 가진 것도 없고, 아직 젊다곤 하지만 미래는 막막하고. 하지만 월가 시위도 그렇고, 전 세계 젊은 사람들이 다 비슷한 일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사는지 듣고 싶었어요. 제가 모르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나 세계를 보고 싶어요.” ---「골든 돔의 여왕」 중에서 나는 무대 위의 그녀들을 동정했고, 이런 식으로 그녀들의 여성성을 소비하는 것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들은 이런 식으로 욕망당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여성성을 획득할 방법이 없었다. ‘킹’으로 희화화하건, 성적으로 욕망당하건, 동물원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건 그것 외에는 여성성을 획득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킹은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를 위해 노력한 결과 이 소극장의 넘버원 자리에 서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매혹적인 그 미소와 함께. ---「골든 돔의 여왕」 중에서 사무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지진인가?' 일본에 온 뒤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발밑으로 진동이 느껴지곤 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 흔들리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폴더가이스트 현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책상이 푸들푸들 떨리고 땅바닥이 요동쳤다. 너무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났다. 다들 외근 중이었던지라, 사무실에는 나를 제외하면 사흘 전에 출근하기 시작한 프랑스인 디자이너밖에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슬리퍼 바람인 채 길바닥으로 뛰쳐나갔다. 지진 중에는 실외로 나가는 게 더 위험하다지만 거의 본능에 가까운 대처였다. 다른 건물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어찌나 땅이 출렁이는지 트램펄린 위에라도 서 있는 것 같았다. 전봇대와 전깃줄이 경련하듯이 흔들리고, 사무실 안의 전등이 깜박거리는 게 창문을 통해 보였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겁이 덜컥 나서 디자이너인 보와이에의 팔을 지푸라기마냥 붙들었다. 마치 그녀를 붙잡으면 물속으로 빠지지 않기라도 할 것처럼. ---「지진」 중에서 애니메이션, 아니 당시에는 만화영화라고 했다. 만화영화는 만화영화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초등학교 시절 주위를 둘러쌌던 에덴동산도 아니었고, 어른들이 나에게 강권하는 알지 못하는 현실세계도 아니었다. 주인공이 ‘왜 어른들 사정대로 나를 휘두르는 것이냐, 지구가 멸망하든 안하든 내 의사가 먼저지 않느냐’라고 아버지에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갓 열다섯 살이 된 나는 스스로도 모르는 채 갈구했던 자신의 언어와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테이프」 중에서 여행을 떠난 뒤 매번 느꼈던, 나의 상식이 ‘상식’일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곱씹었다. 타란이 북한에 대해 모르고, 내가 대만에 대해 알지 못하듯이, 우리들은 같은 인간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기에, 이 세상의 진실을 붙잡고 싶기에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발을 디딘 국가의 모순과 사회의 가르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바라나시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런 건 싫다. 이해하고 싶다.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장막을 벗기고 진실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난징에서 온 소년」 중에서 우리에게는, 아니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제각각인 입장과 구획이 있고, 서로 다른 세계가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까불던 나는 그 선의 실체를 아주 약간 엿본 것만으로 겁먹고 좌절했다. 하지만 길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덕분에 그 모든 선으로도 한계 지을 수 없는 드넓은 세상이 있음을 알았으니까. |
|
애니메이션 오타쿠, 세계여행에 나서다!
많은 도락가들이 부러워하는 바가 덕업일치라 하여 기호 삼은 취미를 업 삼아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여행 이야기와 애니메이션 오타쿠로서 덕업일치를 꿈꿔 온 저자의 과거 회상이 오버랩 되며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에세이이다. 중학교 2학년, [에반게리온]에 빠진 저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된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13년간 오직 애니메이션을 모으고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사용하던 저자는 결국 덕업일치를 이뤄 내며 일본의 연예 기획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러나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동일본대지진이 터지고 겁에 질린 저자는 허겁지겁 한국으로 돌아오고 만다. 결국 13년간의 꿈이 물거품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자책하며 절망감에 빠져 괴로워하다 도망치듯 세계여행을 떠난다. 월세보증금을 털어 6개월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남미를 여행하며 세계 곳곳 또래의 청춘들을 만나고 그들과 꿈과 고민을 나누는 사이, 저자는 소중했던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다시 찾게 되고, 스스로를 가두었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 공감의 힘과 폭발하는 에너지를 지금 독자들에게도 선사할 것이다. 세계의 청춘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공감하고 치유 받다, 그리고 ‘No Border'를 외치다! 저자는 또래의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고 싶어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청춘들을 만난다.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태국의 트랜스젠더, 1인 여행사를 차린 지 3일 된 베트남 시골 소녀, 불안한 미래로 인해 꿈을 젊어야 하는 중국의 음대생, 규격화된 삶을 거부한 일본인 국제 귀농자, 뼈아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인도의 호텔 직원, 아랍의 봄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는 이집트 소년 등. 그들의 고민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들을 통해 자신만의 예리한 시선과 세계관으로 통찰력 있게, 세계가 겪고 있는, 아니 지금 모두가 힘겹게 겪어 내고 있는 정치?사회적 모순과 역사적 아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이해와 공감을 통해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저자는 ‘No Border'를 외치며 독자와의 공감과 연대를 제안한다. 당신이 가지 않은 길, 오타쿠! 속도감 넘치는 전개, 맛깔 나는 문장, 그리고 절묘하게 오버랩 되는 과거와 현재의 장면 전환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선한 충격과 함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오타쿠 시절과 일본 생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오타쿠가 되기로 결심한 날, 엄마와의 숨바꼭질 속에서 계속된 오덕질, 자신이 사모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가(이하 애니송)를 부른 가수에게 보낸 메일, 일본 연예 기획사에서의 생활,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혹은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지는 경험담을 읽다 보면 세세한 내용까지 디테일하게 기억해 내는 저자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오타쿠’라는 종족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황 상황들을 애니메이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걸러 보는 저자의 오타쿠스러움 역시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특별한 에세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