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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황수로 선생님의 『한국의 아름다운 병화(甁花)』 출간에 부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 문화재 위원, 이선] 온고지신의 시각으로 접도한 우리 꽃 문화 전통 황수로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초, 책으로 먼저 뵈었다. 『한국의 꽃 예술 문화사』(삼성출판사, 1988) 내용 중 고구려 무덤의 벽그림에서 우리나라 병화사를 살핀 대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는 진파리 고분에 그려진 소나무, 운문, 연화문, 당초문 등을 “꽃바람 가득한 하늘로 향해 뻗어 오르는 수목의 꿈틀거림은 생동하는 대지의 곡선과 함께 율동적이고 서정적인 바람을 표현하는 것으로,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길로서 신목(神木)의 관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고고학자나 역사가, 또는 건축가 등이 해 오던 고구려 무덤 벽그림의 의미 해석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책상에 앉아 고서만 뒤적이는 서생은 아니다. 실제로 꽃을 기르고 채화와 병화 작품을 제작하며, 후학을 가르치고 전시회를 열면서 평생을 보냈다. 열정적인 그의 삶 중심에는 항상 꽃이 있다. 꽃으로 완성한 격물치지 이번에 출간된 『한국의 아름다운 병화(甁花)』는 그의 최신 저술이자 작품집이다. 그의 병화 작품을 뒷받침하듯 각종 사료를 인용하며 병화를 설명하는 글이 뒤이어 펼쳐진다. 일상다반과 축연(祝宴)의 자리에서, 그리고 이승을 떠나는 자리에서도 늘 꽃이 함께한 우리의 삶을 재조명한다. 〈책가도〉에서 보듯이 꽃은 문방사우와 동격(同格)이다. 정조(正祖)가 〈책가도〉에 병화를 포함시킨 것은 꽃으로 격물치지를 완성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 사계절을 담아 낸 그의 작품은 일지병화(一枝甁花, 꽃병에 꽂은 한 가지 꽃)를 재현한 듯하면서도,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옛것은 옛것대로 지키되, 그 정신을 새롭게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온고지신의 참된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의 작품 속 꽃들은 옛 선비의 그림처럼 조촐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론 눈이 번쩍 뜨이게 화사하기도 하다. 또한 무심한 듯 툭 내려놓다가도 기운생동하며 용트림 친다. 여기에는 꽃과 꽃 사이, 꽃과 기물 사이, 그리고 꽃과 배경 사이의 여백이 주는 적당한 긴장감도 한몫을 한다. 이로써 우리 산천의 사계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상까지 그려내는 듯하다. 이 땅의 공간과 시간뿐 아니라 새로운 감성까지 병화에 담고자 노력한 그의 작품에서 오래된 시공간의 그윽한 향기가 전해진다. 온 세상을 꽃향기로 채우기를 꽃이 담긴 화병이나 항아리 등의 그릇과 주변의 오브제도 다채롭다. 그릇은 시간과 장소, 꽃의 형태나 색깔, 규모와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신라 토기와 조선의 달항아리뿐 아니라 중국의 청화병이나 이탈리아 유리병과 아프리카 토기까지… 각기 다른 시간 공간의 산물인 그릇들이 꽃을 품고 있다. 만병(滿甁)은 단지 꽃을 담는 그릇만이 아니다. 그 안에 우주를 가득 담아 모든 만물을 키워내는 무한의 공간이니, 꽃 한 송이를 그릇에 꽂는 것이 어찌 안복(眼福)을 위한 장식으로만 생각할 수 있으랴. | 강희안(姜希顔, 1419~1464)은 말한다. “비록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의 작은 것이라도 각각 그 이치를 탐구하여 그 근원으로 돌아가면 그 지식이 두루 미치지 않음이 없고 마음은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양화소록(養花小錄)』] 그렇다면 황수로의 『한국의 아름다운 병화』는 완물상지(玩物喪志)가 아닌 관물찰리(觀物察理)를 깨우쳐 주는 저술이라 할 만하다. |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책을 펴내다니, 이쯤 되면 노익장을 과시하는 저작이란 표현이 맞춤이다. 온 세상을 그윽한 꽃향기로 채우고 싶어 하는 그는 수로부인(水路夫人)의 화신이 분명하다. 임인년 새봄, 이선 2. 꽃을 즐기는 오래된 방법 현대의 우리는 병화(甁花), 즉 병을 이용한 꽃꽂이를 고유의 전통으로도, 가까운 일상으로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병화는 심미적 목적이든 실질적 목적이든 그 쓰임새를 충실히 다 해 왔다. 꽃은 늘 우리 곁에 존재했다. 화려 장엄한 의례를 행하던 왕실이나 자연 지향적 실학 사상의 사대부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도, 민가에서도, 성별과 신분을 떠나 꽃을 즐긴 기록이 남아 있다. | 이러한 한국의 꽃 문화 전통을 되살리고자, 황수로 화장은 오랜 연륜으로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해 예술로 승화했다. 한국의 계절별 자생 식물과 야생화를 현대 플라워링 방식과 결합해 전통 회화와 기록 속의 병화를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표현했다. 사료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구도와 색채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며, 이 전례 없는 시도를 위해 계절마다 피는 꽃을 찾고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꽃은 종자를 구해 직접 길렀다. 소재의 미를 잘 드러내 보이는 병을 찾아 전 세계를 누볐다. 황수로는 소품과 배경을 신중히 선별하고 혹은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 등 채화에 즐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병화에서 역시 한층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고대 토기부터 현대 서양의 작품까지 그의 시도는 한계를 모르고 뻗어나간다. | 화보에 뒤이은 글은 부여의 제천 의식으로 시작한다. 유불선의 풍류를 예찬하며 그는 꽃을 꽂는 다양한 전통 기법을 찬찬히 설명한다. 한국 사료 외에 중국이나 일본의 문헌까지도 폭넓게 살펴 동아시아 꽃 문화 전체를 다루고자 했다. | 책은 2014년 출간된 『아름다운 궁중 채화』와 판형을 같이 한다. 채화(綵花), 즉 비단으로 만든 꽃은 계절감이나 생명력 등 생화가 가지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그 뿌리는 병화와 같다. 우리 꽃 문화에 관한 화장의 연구는 둘 모두를 아우르며 이어져 온 것이다. 채화에 관한 그의 저작은 그간 몇 차례 정리된 바 있다. 병화는 오랜 연구 끝에 드디어 독립된 책으로 발간됐다. | 화장 황수로의 손끝에서 오래 전 꽃을 즐기던 조상들의 아취가 다시금 우리 눈앞에 생생히 살아난다. 3. 병화를 담은 책 본문 용지는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용지 중 자연스러운 질감을 가진 비코팅지를 사용했다. 한지를 연상시키는 종이는 전통 병화 작품과 결을 같이 하며 작품집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 폭이 넓은 재킷은 그 자체로 표지의 한 요소이며, 펼치면 황수로의 병화 작품을 담은 대형 포스터가 된다. 포스터 재킷은 2종으로 사뭇 다른 느낌의 두 작품을 선정해, 각자 원하는 분위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독자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길 바라며 황수로의 작품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