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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책을 열며] 염화미소 : 채화(綵花)로 세운 서원(誓願) [황수로]
025 [A] 웅장하고 잔혹하던 유년의 정원 057 순조 지당판(純祖池塘板), 고종지당판(純祖池塘板), 청개(靑蓋), 홍개(紅蓋) [화보] 065 [B] 자주빛 바위 끝의 꽃 한 송이 097 한국병화(韓國甁花) [화보] 105 [C] 매곡리 대운산 자락에서 137동부산컨트리클럽 [화보] 145 [D] 예술로의 여행, 여행이라는 예술 177홍벽도화준(紅碧桃花樽) [화보] 185 [E] 화장의 일생일화(一生一花) 241한국궁중꽃박물관(韓國宮中꽃博物館) [화보] 249 [F] 한 송이 시들어도 꽃은 영원하다 281한국궁중꽃박물관(韓國宮中꽃博物館) 전시실 [화보] 289 [G] 수로, 장인의 이름 313한국궁중채화연구원(韓國宮中綵華硏究院) [화보] 321[책을 닫으며] 꽃에 미친 사람들 |
황수로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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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활 문화에 차를 즐기는 다도(茶道)가 있습니까? 교수님의 질문에 깜짝 놀라 ‘네, 있습니다.’ 해 놓고서는 ‘식후 숭늉을 마십니다, 라이스 티(Rice Tea).’ 하고 답해야 했다. ‘라이스 티(Rice Tea), 아아, 그런 차(茶)가 있군요.’ 교수는 위로하듯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 분은 한국에 꽃 문화 전통이 없지 않느냐고 또 물었다. 나는 정색하며 어렸을 때 외가 친척들이 명절이며 제사 때마다 상에 꽃을 만들어 올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무슨 근거로 믿게 할 것인가. ‘한국에는 전통 다도 문화, 꽃 문화가 없는 것인가?’ 자문자답을 거듭하며 그 날 밤의 곤욕에 몸부림쳤다.” --- p.73
“‘홍도화가 비에 젖으면 비단꽃 어떡해….’ 이리 저리 뛰며 허둥대었다. 들고 뛰자, 중화전 안으로?! 거대한 장대를 이리저리 받쳐올려 철근 같이 무겁고 큰 홍벽도 화준을 번쩍 들어 메고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정동 뒷길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중화전으로, 중화전으로…. 거대한 용준에 오얏꽃 2만 다발을 싣고 수십 명 여자들이 아우성을 지르며 빗속을 뚫고 덕수궁 중화전을 향해 맨발로 뛰고 또 뛰었다. 시민들은 어리둥절. 저게 뭐야? 하고 보다가 ‘꽃… 꽃… 아휴, 비에 젖으면 어떡하나….’ 덕수궁 돌담길의 연인들도 우리들과 함께 뛰며 굴렀다. 폭우 속 꽃들의 파노라마(Panorama)가 물결쳤다. 예기치 못한 드라마틱한 이벤트였다. 순찰병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연약한 여자들 어디서 저런 무서운 괴력이 나왔단 말인가? 불가사의한 초능력이었다.” --- p.201 “우주의 법칙이 그러하듯 땀 흘려 만든 노역의 미는 위대하고 성스럽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손을 치마 폭에 감추는 습관이 있다. 손이 상처투성이로 거칠고 거칠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언론사와 인터뷰 중 ‘장인의 손을 보여 주세요.’ 하며 카메라 초점을 맞추었다. 그 날도 나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감추었다. 그 기자는 기어이 내 손을 잡고 ‘이 거친 손이 위대한 손입니다. 투박한 손이야말로 아름다운 손입니다.’ 하는 것이다. 그 후로 사람을 대할 때면 먼저 그 손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 사람의 손이야말로 그 분이 살아 온 삶이며 일생이다. 나의 손은 나의 삶이며 역사의 증거이다.” --- p.311 “‘매탕’ 이덕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규장각 서리 김덕형(金德亨)은 꽃에 미친 바보 ‘화탕(花宕)’이었다 한다. 그는 꽃 아래 자리를 깔고 누워 꿈쩍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배고픈 줄을 모르고 누워 꽃만을 바라본다. 이러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미친 놈’ ‘멍청한 바보’라 비웃고 조롱하기도 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백화보(百花普)』라는 아름다운 꽃그림책을 지었다. 양산 매곡리에 은둔하며 매화와 꽃에 미친 나도 이만하면 천치, 바보 축에 낄 것이다. 깊은 골에 매화 수백 그루를 심었다. 그것도 모자라 깊은 밤 홀로 화로 끼고 앉아 밀납 녹여 매화 꽃을 빚는다. 헝겊 조각 오리고 다듬어 비단 꽃 만든다. 꽃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며 인생을 바쳤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화탕’이요, ‘매탕’?이 바보야말로 치유될 수 없는 불치의 병(病)이리라.” --- p.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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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황수로의 솔직한 삶과 꽃 이야기
1935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황수로는 어려서 부산으로 이주했다. 유복한 사업가 집안의 외동딸로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결혼하여 일본 유학을 떠났다. 꽃꽂이에서 출발해 환경 미술, 설치 미술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을 펼쳤으며,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한편,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아 경영에도 나섰다. 우리가 알던 무형문화재, 인간 장인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이런 여성이 어떻게 궁중 채화를 접하게 되었을까? 장인의 길을 다시 나서게 되었을까? 『염화미소[拈花微笑] · 꽃, 웃음』은 어려서부터 문학을 흠모하고 예술을 사랑하던 장인 스스로 오랜 세월 동안 한 편 한 편 직접 써 두었던 수상(隨想)과 기억의 모음이다. 수류산방은 다소 예스럽고 투박한 그의 필치가, 되도록 그 맛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지도록 세심하게 다듬고 편집했다. 세련되거나 정교하지는 않지만, 85년 하루도 쉬지 않고 뜨겁고 강인하게 살아 온 한 여성의 통찰과 환상을 만나게 된다. 『염화미소 [拈花微笑] · 꽃, 웃음』의 구성 본문은 7개 장으로 나누었다. [A. 웅장하고 잔혹하던 유년의 정원]은 어린 시절 겪었던 6.25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서 시작한다. 그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참혹한 전쟁은, 꽃과 연희, 전통의 계승이나 국가의 안녕과 대척점에 있는 가장 잔인하고 살벌한 파괴의 풍경이다. [B. 자주빛 바위 끝의 꽃 한 송이]에서 황수로는 고된 일본 유학 시절에 오히려 자신의 어린 시절 속 침잠해 있던 한국 전통 문화를 다시 떠올리고,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샤머니즘, 단군, 삼국유사, 불교 등 한국 문화의 밑바탕을 만나간다. [C. 매곡리 대운산 자락에서]는 한국 최초로 청지와 코듀로이 원단을 생산했던 아버지 일맥 황래성의 태창기업과, 이를 이어받아 동부산컨트리클럽을 직접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다. 문화를 통한 기업 경영, 기업을 통한 문화 공헌을 이야기한다. [D. 예술로의 여행, 여행이라는 예술]은 설치 미술가이자 꽃 예술가로서 일본과 교류하며 받은 영감과 교훈을 모았다. [E. 화장의 일생 일화]에서는 조선 왕조 의궤와의 만남, 순정효황후 윤비와의 인연으로 시작해 궁중 채화를 살려내는 화장(花匠)의 길로 오게 된 필연과 인연을 황홀하게 떠올린다. [F. 한 송이 시들어도 꽃은 영원하다]에서는 궁중채화연구원 비해당에서부터 한국궁중꽃박물관 수로재를 개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어려움, 아버지의 호를 딴 일맥문화재단, 보안여관 등에 대한 소회를 표현한다. [G. 수로, 장인의 이름]은 이름이 된 아호 ‘수로’의 이야기와 수로회를 소개하며, 꽃에 대한 사색으로 맺는다. 조선 왕실의 연희와 궁중 채화 ’채화(綵花)’는 헝겊에 물들이고 손으로 자르고 붙여 만드는 꽃이다. 지화(紙花)가 종이로 만든 꽃이듯, 비단 채(綵)를 쓴 채화는 헝겊으로 만든 꽃이다. 조선 시대에는 궁중에서 큰 연회나 행사가 있을 때, 이렇게 채화를 만들어 장식했는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전통이 사람들 기억에 아주 잊혀 버렸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장 황수로는 이렇게 명맥이 끊어질 뻔한 ‘궁중 채화’라는 존재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세상에 알리고 나아가 조선 궁중 의궤를 꼼꼼하게 재현해 그 제작 기법을 살려낸 예인이자 장인이다. 오늘날 서울에 있는 조선 궁궐의 어전과 국립고궁박물관 등을 장엄하고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화준이나 상화는 모두 그의 작업이다. 조선의 궁중 복식과 음식, 무용, 음악 등은 문화 유산이자 전통미의 원천으로 일찍이 계승되어 왔지만, 황수로 장인이 화준과 상화, 머리에 꽂는 잠화 등 채화를 되살려냄으로써 비로소 조선의 궁중 연희는 그 원형에 한층 근접하게 되었다. 아름답고 격조 높은 수필집 『염화미소 [拈花微笑] · 꽃, 웃음』 2013년 궁중채화장이라는 종목이 비로소 지정되고, 그 첫 보유자로 인정되기까지 황수로와 그의 궁중채화연구원은 조선의 궁중 채화를 소개하는 수많은 전시와 행사를 주도해 왔다. 1990년 『한국 꽃 예술 문화사』(삼성출판사), 2010년 『아름다운 한국 채화』(노마드북스), 2014년 『아름다운 궁중 채화』(수류산방) 등의 저서를 통해 조선 왕조 궁중 의궤를 바탕으로 그가 재현해 낸 한국 채화의 세계를 학술적, 기법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책 『염화미소[拈花微笑] · 꽃, 웃음』은 기존의 전문 서적과 달리, 황수로의 생애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과의 만남, 그리고 조선 전통 문화와 궁중 채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아름답고 격조 높은 수필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