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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인 내가 어느 날 직장인이 되었다
동녘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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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페미는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1장. 메갈도 취업을 합니다

미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안전지대는 끝났다
옆자리 여자와 연대할 수 있을까?

2장.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싸운다

얼마나 씩씩해야 할까?
여기자는 일하기 편하다는 말
롤 모델 여자 선배 찾기
화내지 않으면서 싸우는 법
업무에 페미니즘 묻히기

3장. 남들처럼 잘 살고 싶다는 욕망

어쩌면 나 결혼할지도 몰라
한남은 싫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몸과의 불화를 멈출 수 있을까?
‘여성적’ 취미를 위한 변론
‘정상에서 만나자’가 담지 못하는 것들

4장. 그래도 세상은 바뀝니다

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지도 몰라
유리천장을 깰 생각은 없었는데요
그 노래방이 사라졌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때

나가는 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을 찾습니다

저자 소개 2

1994년생. 5년차 기자. 경상도 시골에서 장녀로 태어나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가부장의 반대를 뚫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몰아치던 바로 그때, 여성주의 교지를 만들고 소모임을 하며 글을 쓰는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났다. 페미니즘이 가르쳐준 것들을 잊지 않는 생활밀착형 페미니스트로 살고 싶다.
1994년생. 여대를 졸업했다. 사회를 바꾸고 싶어서 기자를 꿈꿨지만, 어쩌다 보니 경제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페미니즘을 알게 됐을 때의 충격과 해방감을 잊지 못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 안 거야?’ 한때는 맨 앞에서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272g | 128*186*12mm
ISBN13
9788972970620

책 속으로

“페미는 걸러야 한다.” 나와 내 친구들이 직장인이 되기 위해 애쓰던 시절을 전후해 생겨난 말이다. 1994년생인 내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애쓰던 2017년은 우리 세대의 ‘페미니즘 리부트’로부터 멀지 않은 시점이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다. 하지만 동시에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는 사회악이라고, 생활의 영역을 막론하고 ‘페미’는 걸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새롭게 얻은 정체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걸러지지 않고 무난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수행했다.
--- pp.5~6

그러나 사회생활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정규직 명함 앞에서는 겁나는 게 많아졌다. 회사에 발을 내디딘 후에야 이전에 있던 곳이 안전지대였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던 안전지대는 끝났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게 유리한 모습을 영리하게 찾아 갖춰야 했다. 그렇게 3년차 직장인이 된 지금,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던 메갈은 어디 가고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쿠션 팩트를 두드리고 상사의 시비에도 ‘예쁘게 말하는’ 직장인이 남았다.
--- p.32

어느 날엔 여자 동료를 미워하고, 다음 날이 되어선 그들을 미워하는 나 자신을 다시 미워하는 쳇바퀴를 돌았다. 지금도 그 쳇바퀴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나는 여전히 친구들과 일터의 여자 빌런 이야기를 하고 나면 ‘여혐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자조한다) 나름대로 명제를 만들었다. ‘여자’라는 접두어를 포스트잇이라고 생각하기. 포스트잇을 원하는 위치에 제대로 붙이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사람은 없다. 조금 비뚤어졌으면 떼고 다시 붙이면 된다.
--- p.48

사회에 진입하기 전에는 직장인이 되는 게 두려웠고, 직장인이 된 후에는 이전의 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 같아 울적했다. 나는 두 세계가 양립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차원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다. 직장인이 되고는 함께 차별에 대해 말하고 싸우던 친구들과 멀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날 시간도 없었고, 함께 공유할 이야기도 줄었다. 그 친구들의 눈에 내가 변절자처럼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동시에 나는 안락하고 안정적인, 나름의 규칙을 갖고 굴러가는 자본주의 세계의 논리에 점차 익숙해졌다. 친구들이 싸우는 방식이 비효율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이라는 답답함마저 갖게 됐다. 두 세계는 너무 멀어졌고, 나는 그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것 같아 외로웠다. 누군가 그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두 세계에 발을 한 쪽씩 딛고 서 있으면 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때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다.
--- pp.106~107

20대 초반, 내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나를 비혼주의자라고 정의했던 건 내가 결혼과 너무 먼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결혼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결혼, 선, 조건, 부동산, 투자, 정상 가족. 이런 것들은 내 욕망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단언했다. 그러나 사회에 내던져지면서 내 욕망과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구분하는 게 어려워졌다. 그리고 보편적인 욕망, ‘다정하고 잘 생기고 쿵짝이 잘 맞는 남자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망이 사실 내 안에도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됐다. 나의 비혼 선언이 손쉬웠던 건 결혼이라는 정상성의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무서운지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 pp.135~136

페미니즘을 치열하게 실천했던 시간들을 완전히 지우지 않더라도, 소소하지만 독창적인 시각으로 일하는 직업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모든 페미니스트가 회사를 뒤엎을 수 없고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용기를 낸 페미니스트만이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 세상과 삶의 궤적은 무한하게 확장되는 각도기 같다. 보잘것없었던 단 1도의 차이가 지속돼 끊임없이 뻗어나가면, 결국 닿기 힘든 먼 거리를 만들어낸다. 당신이 바꿔낸 아주 작은 변화가 어떤 멋진 미래로 이어질지 차마 가늠할 수 없는 이유다.
--- p.224

언젠가 만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는 일터와 일상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얼굴을 조금 더 뚜렷하게 드러내려 노력하고자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얼굴을 드러내고 사회 곳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는 일만큼 우리의 페미니즘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서로의 영향력 안에서 끊임없이 유연하게 발전하는 존재들의 삶의 양식이다.
--- p.254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강렬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사회 어딘가로 흩어져버린 친구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안전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도착하는 경험이 힘들지는 않았냐고. 그리고 이제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을 찾고 싶어서, 그렇게 당신들과 다시 연결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 p.259

출판사 리뷰

“페미는 거르면 된다”고요? 페미니스트도 취업을 합니다!
광장을 떠나 직장으로 들어간 ‘메갈’들의 좌충우돌 혼란스러운 분투기


□ 학교 다닐 때는 안 하던 화장, 취업하고 하고 있다
□ 예전이라면 정색했을 빻은 말, 이젠 흐린 눈으로 무시하거나 웃으면서 욕한다
□ 남성 중심적 일터에서 ‘여자’라는 고정관념 속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무리한 적 있다
□ 회사 빌런인 여자 동료를 욕하려다, ‘이거 여적여인가?’ 멈칫한 적 있다
□ 일하다 여성 직업인을 만나면 ‘혹시 페미니스트일까?’ 탐색에 들어간다
□ 당연히 비혼을 생각했는데, 주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진 적 있다
□ 소심하게나마 노트북에 페미니스트 스티커를 붙여뒀다
□ 성차별, 성폭력 사건을 듣게 되면 피가 다시 끓어오른다

위 체크리스트에서 세 개 이상 ‘그렇다’고 답변했다면, 분명 당신도 ‘페미니스트-직장인’ 자아를 지녔다. 당신은 한 명의 여성 노동자로서 매일 고민하고 망설이면서, 일터의 수많은 모순을 때로는 견디고 때로는 정면 돌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015년, ‘메갈리아’가 쏘아올린 공으로 페미니즘은 리부트되었다. 그때 가장 활발하게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던 여성들은 20대였다. ‘메갈’들은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대학과 온라인 공간은 새로운 공론장이 되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유토피아의 울타리 안에서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성폭력과 성차별을 폭로했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었고, 불공평한 규칙들을 바꿨고, 새로운 언어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수많은 ‘메갈’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렸다. “페미는 걸러야 한다”는 말이 떠도는 적대적인 세계에서, 페미니스트 취준생과 사회초년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걸러지지 않는’ 무난한 직장인이 되어야만 했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논할 필요도 없던 ‘당연한’ 것들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필드에 들어선 여성들은 필연적으로 여러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대놓고 성차별의 기운이 느껴지는 면접장과 인턴 자리를 꿋꿋이 버텨내고, ‘남성성’을 과장해 털털하게 행동하거나 ‘여성성’을 부각해 얌전한 척을 하며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꾸며낸다. 여성 동료가 당연히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짐작했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기도 하고, 여러 이유를 일터를 떠나는 여자 선배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선택을 곱씹기도 한다. 회사 안에서 여성혐오적인 발언에 용기 있게 대응하거나 웃으면서 받아치는 법을 터득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적용하며 효능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는 처음엔 뒤죽박죽이고 엉망이었지만, 점차 ‘K-직장인’의 모습에 ‘메갈’ 시절의 자신을 끼워 넣으며 정체성을 재조립해간 페미니스트들의 솔직한 ‘애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강렬한 경험을 공유하고 사회로 흩어진 친구들에게 던지는 질문
페미니스트 직장인 여러분, 다들 잘 살아남고 있나요?


사회에 진입해 적응하다 보니 페미니스트로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도 있다. ‘메갈’ 시절 비교적 쉽고도 명확하게 페미니즘 실천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되는’ 안전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혼’을 외쳤지만, 결혼이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점프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걸 깨닫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을 발견하는 페미니스트도 존재한다. ‘정상성’을 갖춰야만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자신의 욕망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한다. 사회에서 수행해야 하는 꾸밈노동과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고민하기도 하고, 자신의 ‘여성적’ 취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달라진 환경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더 넓고 깊게 페미니즘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사회에 진입한 페미니스트들은 바빠진 일상에 더해 백래시와 팬데믹으로 이전의 강력한 연대를 잃어버렸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페미니즘이 바꾼 세상을 피부로 체감하며 전율하기도 한다. ‘야망’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자기계발과 각자도생을 외치는 페미니스트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희미한 연대감이 분명히 존재한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약 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몸집을 불린 거대한 백래시의 파도를 마주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짧은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은 끊임없이 나은 방향으로 변해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감각하기도 한다. 혼란과 외로움, 막막함을 뚫고, 이 책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을 직장인 페미니스트들에게 다정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안전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도착하는 경험이 힘들지는 않았냐고. 이제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이야기해보자고. 이 책은 ‘광장’에서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던 시간을 지나 ‘직장’에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된 페미니스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별과 혐오를 돌파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한 어지러운 궤적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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