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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7환혼전 12종장 625작가의 말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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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플롯과 힘 있는 스토리 전개로 독자를 현장으로 불러내는 작가 김영미가 『김만덕』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역사 장편소설 『환혼전』을 내놓았다. 역사소설이라는 뼈대에 추리 요소를 가미한 이번 작품은 성실한 자료 검토와 작가 특유의 영화적 구성을 기반으로 정갈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소설은 어떤 사료도 배반하지 않은 채 차곡차곡 결말을 향한 발판을 마련해간다. 이야기 속에서 모든 발판들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플롯을 쌓아올린다. 작가는 역사와 추리라는 ‘장르’에 잡아먹히지도, 그것들을 잡아먹지도 않는 적정선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저 그것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 터를 하나 구축했다. 그 무한한 공간 안에서 막힘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진행은 역사와 추리라는 장르가 주는 빳빳한 긴장감을 잊게 만든다. 무엇 하나 건너뛰어 넘어갈 수 없는 크고 작은 발판 위를 밟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이야기 터 위에 불려가 역사의 현장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단서를 주워 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환혼전』의 오묘한 매력은 작가가 인물과 감정 그리고 각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부터도 발생한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의 궐이며 주인공은 세자와 나인이다. 자연히 화려한 정치적 갈등과 권력 다툼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인물 간의 애틋한 연정에 관한 이야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환혼전』의 두 주인공인 세자와 나인 여리는 화려함의 중심에서 한발 비낀 위치에 스스로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상처 입고 잊혀버린 어둠들을 응시한다. 세자와 여리가 정을 쌓아나가는 방식은 로맨스라기보다 아이러니에서 발생하는 슬픔을 인식하는 이들끼리의 작지만 깊은 연대에 가깝다. 이로써 소설은 역사의 승자 혹은 패자를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승부처 아래 깔린 채 음지로 내몰려 역사 속에서 아예 지워져버린, “살아 있되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을 주목한다. 진득한 왕실 미스터리는 그 전모가 한 꺼풀 한 꺼풀 드러날수록 통쾌하기보다 어쩐지 서글퍼진다. 결론적으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아무런 부조리도 전복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축축한 서스펜스 속에서도 승자가 밟고 선 그림자들을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은 종국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귀신처럼 살고 있을 어둠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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