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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바리
김병심
한그루 202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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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주 비바리 11
시절 인연 69
푸른 새벽을 지나온 햇살 89
식게 123
유령이 되어 떠도는 시간 155
근친주의 187

저자 소개 1

제주에서 태어나 시를 쓰고 있다. 『더이상 처녀는 없다』,『울내에게』,『바람곶, 고향』,『신,탐라순력도』,『근친주의, 나비학파』,『울기 좋은 방』,『몬스터 싸롱』,『사랑은 피고 지는 일이라 생각했다』 등의 시집을 냈다. 『돌아와요, 당신이니까』산문집과 『바다별, 이어도』,『배또롱 공주』 등의 동화집을 출간했다. 『돌하르방』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은 작품이다. 제7회 4·3평화문학상 시부문 수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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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5쪽 | 350g | 140*195*20mm
ISBN13
9791168670785

책 속으로

제주체는 한 번도 해녀가 되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해녀들이 잡아 올린 미역과 천초가 도로 양쪽을 점령하는 오뉴월은 비린 냄새로 멀미가 날 정도였다. 종자씨를 하려고 말리는 마늘까지 널어둔 마을을 지날 때면 옷에 냄새가 묻어날까 봐 투덜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걸어 다닐 수도 없었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과 도로로 나와 걷는 사람들조차 항의를 하지 않았다. 해녀들의 수입으로 섬은 지탱되고 있었다.
--- pp.32~33

부모의 덕분으로 태어났어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지혜로운 여자가 되라고 엄마는 말하곤 했다. 여희가 보기엔 엄마는 가믄장이 아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절을 살고 있었다. 부모가 장님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배꼽 밑의 선 그믓 삶으로 가려면 무지개를 넘어가야 했다. 스무 살. 여희에게는 스무 살이 이 집을 나갈 수 있는 배꼽 밑의 선이었다. 선 안에는 아이의 집이 숨어 있었다. 비밀이 많은 과수원에는 유자들이 햇살처럼 빛났다. 삼나무를 방풍림으로 심던 마을에서 여희는 애기동백꽃을 심은 집에서 태어났다. 여희가 첫 생리를 했을 때 홑겹의 애기동백꽃이 눈이 덮인 올레에 뚝, 하고 떨어졌다.
--- p.83

육지 사람. 섬에 왔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구분 짓기. 연은 섬에 내려올 적마다 육지 사람인지 섬의 토박인지를 묻는 의식을 치렀다. 양다리는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 속에서 연은 항상 양다리를 걸쳤다. 그러다가 연을 끝까지 놓지 않고 애정을 갖는 손에 이끌려 한 쪽에 남았다.
--- p.96

시어머니의 가면과 친척들의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식게를 부활절에 치르게 된 것뿐이었다. 그들은 부활이 뭔지 모를 테니. 사랑 또한 거품이나 처리해야 할 단순 사건쯤으로 생각하려 들 것이다. 미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 부활절이란 것을 모를 테니 그저 산담 문제로 친척들은 기세가 등등하여 달달 볶고, 시어머니의 권세는 잠시 쪼그라들어서 과하게 차린 음식으로 모면하려 드는 것이다. 유치한 식게 풍경 속에서 원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내와 복종뿐이었다.
--- p.130

주임은 신입들을 훈련시키면서 돈을 사랑하는 법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간성을 버리라고 했다. 인간성을 운운하는 것은 사치라고 했다. 허세와 사치는 돈을 지갑에서 빼가는 좋은 약점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를 사칭하고 자식을 사칭하는 판매 전략은 언제나 적중했다. 다만 물품 팔기에 급급해서 서두르는 기색이 노출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인내와 노력으로 고집스럽게 일을 하다 보면 얼굴에 고집이 드러난다. 하루 종일 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돈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국장은 그래서 돈을 사랑한다고 했다.
--- p.174

“그래, 우리 아무것도 되지 말자.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다가 뿌리내린 돌담처럼 살자. 바람이 지나가면 가슴 숭숭 터진 곳으로 보내버리자. 앤디야, 너는 아직 과거에 미련이 남았으면 돌아가. 그래도 괜찮아. 누난 이제 괜찮아. 혼자여도 괜찮아.”
“외로움과 고독의 균형을 맞추려면 누난 아직도 멀었어. 조련사가 필요해. 내가 종신보험처럼 붙어 있어야겠어.”
지긋지긋한 종신보험은 죽은 다음에 타 먹을 수 있는 보상금이라는 걸 앤디는 알고 있을까. 본인은 쓸 수 없는 돈이 종신보험금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까.

--- pp.224~225

출판사 리뷰

■ 작가의 말

“나에게는 글을 쓰게 만든 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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