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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화가 이장미의 블로그에 올라온 방대한 양의 드로잉 일기를 추려 엮은 것입니다. 그녀의 일상 스케치는 햇수로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을 이어온,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그녀의 글과 그림에는 일상의 틈을 통해 발견되는 소소한 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풀 한 포기, 작은 돌멩이 하나지만 작가에겐 땅을 뚫고 꽃을 보여 주러 찾아온 손님이 되고, 반짝이는 보석이 되었습니다. 길고양이, 이웃의 개 한 마리와도 시선을 마주했고, 냉장고의 시끄러운 소음을 듣고도 얼음을 만들어 주기 위해 기꺼이 ‘24시간 근무‘에 열중해 준 냉장고에게 미안함을 고합니다. 조카의 눈에 달린 눈물방울, 얼굴에 난 여드름, 과일에 난 무늬 하나하나, 매일 뜨고 지는 달조차도 작가에게는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들입니다. 얼핏 보면 그다지 별것들이 아닌 듯 보이지만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그 소소한 것들에서 작가가 발견해 낸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그림 곳곳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빠, 언니와 동생, 남동생과 조카들에 이르기까지....... 요즘에는 보기 드문 대가족 형태의 가족 구성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슴 촉촉해지는 가족애가 느껴집니다. 모두가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는 지금, 우리는, 속도에 떠밀려가느라 정작 어디로, 무얼 향해 가는지조차 잊을 때가 많습니다. 놓치고 지나쳐 버린 것들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일상의 부스러기들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며 하나하나의 순간들을 붙잡아 ‘생각’이라는 살과 ‘느낌’이라는 옷을 입혀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잠깐 멈추라고, 어디에 있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네 생각은 무어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다시 느리게 걸으며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갖게 해 줍니다. 10년을 한결같이 사람과 사물, 자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작가의 글과 그림은 그 자체로 세월이고 그 자체로 이야기입니다. 짧지 않은 그 시간만큼 작가와 주변 인물들은 나이를 먹었고, 생각이 자랐습니다. 또 수없이 많은 꽃과 식물들이 피고 지고 피고 졌으며, 수없이 많은 봄이 여름으로 가을이 겨울로, 다시 봄으로 흘러왔습니다. 그 시간만큼의 일상의 편린들이 세월의 물을 들여 이제 하나의 책이 되어 우리 곁에 왔습니다. 첫 장을 열어 읽어 내려가다가 문득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면, 그때가 바로 ‘순간 울컥’ 하고 송두리째 마음을 흔드는 감동을 느낄 여러분의 ‘순간’을 만날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