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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
1권 의사, 권력, 그리고 병원 서문 의사의 지배에 대한 사회적 기원 1장 의학과 민주적인 문화, 1760~1850 2장 시장의 확대 3장 전문가 권위의 강화, 1850~1930 4장 병원의 새로운 변화 5장 보건의 영역 6장 기업으로부터의 도피, 1900~1930 2권 의사, 국가 그리고 기업 1장 개혁, 그 신기루 2장 개혁, 조정의 승리 3장 자유주의 시대 4장 미국 의료의 위기 5장 기업의료의 등장 에필로그 연쇄반응, 1982~2016 해제 미국 의료에 대한 폴 스타의 인식 _이별빛달빛 |
Paul St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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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한국 의료에 관해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까? 당분간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의학, 사회과학, 인문학 분야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소통과 공감의 역사가 이런 책을 내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해서 의료사회학, 의료경제학, 의사학(醫史學), 의료지리학, 의철학, 의료인류학과 같이 두 분야 사이의 학제 간 연구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15~16쪽, 원서 개정판 번역 서문: 의사의 지배에 대한 사회적 기원」중에서 권위에 대한 대부분의 개념은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버(Max Weber)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Herrschaft’(‘권위’ 혹은 ‘지배’로 다양하게 번역된다)는 사회의 법칙에 의해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명령에 대해 사람들이 복종하게 될 개연성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언어에서 권위는 명령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학 논문, 종교적인 성전(聖典), 심지어는 한 권의 문법책에도 권위가 담겨 있다. (……) 권위는 또한 현실에 대한 특정한 정의, 의미, 가치판단이 얼마나 정당하고 진실한지를 나타내는 확률을 일컫는다. 나는 이러한 형태의 권위를 베버의 사회적 권위와 구별해 문화적 권위라고 부르고자 한다. ---「33쪽, 1권 서문: 의사의 지배에 대한 사회적 기원」중에서 가족의학 지침서가 중요한 까닭은 독창적인 생각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대중적인 발상으로 그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버컨과 그의 모방자들은 질병을 근본적으로 자연주의적이면서도 세속적인 방법으로 치료했는데 여기에 마술이나 마법에 대한 암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우주관은 유물론적이었다. (……) 그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질병이나 치료법은 절대 존재하지 않으며, 환자의 병인(病因)이나 치료에 어떤 초자연적인 혹은 불가사의한 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59쪽, 1권 1장: 의학과 민주적인 문화, 1760~1850」중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도시마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 하숙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새로운 상점들, 예를 들면 세탁소, 식당, 양복점 등이 등장했다. 보겔(Morris Vogel)이 지적한 대로, 병원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생겨난 기관 중 하나였다. 영국과 미국에서 민간 환자를 위해 맨 처음 세워진 병원들은 대부분 하숙하는 사람들과 아파트 거주민을 염두에 두고 설립되었다. ---「108쪽, 1권 2장: 시장의 확대」중에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지닌 의의는 새로운 관계의 확립에서 찾을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은 과학과 학문적인 연구를 임상적인 병원 진료와 확고하게 결합시켰다. 지도의사의 진료실이나 환자 집에서 의학기술을 익혔던 도제제도와 달리 이제 전공의들은 교육을 받는 병원의 병동에서 진료활동의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은 과학을 역설했는데, 이는 의학의 기술적 관심과 같은 좁은 의미의 과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점이 바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거둔 놀라운 성공의 비밀이었다. ---「162쪽, 1권 3장: 시장의 확대」중에서 병원조직과 재정의 변화는 병원 내부의 권력과 권위의 분배를 점점 바꿔놓았다. 기부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든 반면, 의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입원 문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원래 자선병원에서는 기부자와 의사가 입원시킬 빈민을 선정하는 데 모두 참여했으나, 의료기관으로서의 병원이 크게 부각되면서 기부자는 입원에 대한 결정권을 상실했다. ---「219쪽, 1권 4장: 병원의 새로운 변화」중에서 국가별로 병원을 비교·연구한 글레이저(William Glaser)는 한 가지 종교가 우세한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병원이 정부에 의해 경영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 그러나 종교집단이 서로 경쟁하는 곳에서는 종교적인 세력을 보호하고 확대하고자 종교집단이 계속적으로 병원의 통제권을 쥐고 있었다. 이를 통해 글레이저는 다음과 같이 일반적인 명제로 제시했다. “한 사회에서 종교 수가 많아질수록 병원의 소유권과 경영은 널리 확산되며 병원의 평균적인 규모는 점차 작아진다.” ---「237~238쪽, 1권 4장: 병원의 새로운 변화」중에서 1800년대 후반 세균학의 발전과 더불어 보건의 이론과 실천 및 보건과 의학과의 관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보건당국은 전염성 질환의 전파 원인과 방식을 정확하게 밝혀냈으며, 특정한 병을 유발하는 세균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 보건의 영역에 의학 분야를 포함하려는 것은 일부 보건운동가들에게는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경향으로 비춰졌지만,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듯이, 개원의들은 보건 영역의 확장을 일종의 권리 침해로 간주했다.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공공기관의 치료, 결핵 및 성병 환자에 대한 보고 규정, 그리고 보건당국이 예방의학과 치료의학을 결합한 보건소(health center)를 설립하려는 것에 대해 저항했다. ---「245쪽, 1권 5장: 보건의 영역」중에서 노동자 의료사업은 일부 회사를 필두로 하여 미국 기업 내부의 ‘복지자본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노동자의 충성심과 ‘미국주의(Americanism)’를 확고히 하기 위해 기업주들은 교육, 주택, 사회적·종교적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복지서비스를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다. 기업의 온정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은 노동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를 주입하고 노동자들을 회사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정교한 조직망을 결성하고자 했다. ---「270쪽, 1권 6장: 기업으로부터의 도피, 1900~1930」중에서 사회보험은 피고용자는 물론 고용주로부터도 기여금을 필요로 했기에, 국가는 임금 결정 과정에서 고용주의 특권에 개입했다. 자유주의가 막대한 영향력을 떨치고 개인의 이해관계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나라에서는 사회보험이 가장 늦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회보험은 ‘자유주의’ 개혁으로서의 근대적 복지국가관과는 정반대로 독일과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고, 그 후에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영국, 프랑스, 미국에 도입되었다. ---「314쪽, 2권 1장: 개혁, 그 신기루」중에서 단체교섭과 사회보장은 뉴딜 사회정책의 두 가지 커다란 제도적 유산이었다. 사회보장법과 같은 해에 통과된 국민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일명 와그너 법(Wagner Act)]은 고용주들이 노동조합을 억누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책들을 제한했으며, 선거 절차를 정하고, 근로노동자를 대표하는 권리를 얻은 노동조합이 경영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400쪽, 2권 2장: 개혁, 조정의 승리」중에서 혹자는 이처럼 민간의료서비스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자본주의 사회들은 이와 반대되는 의료를 추구한다. 영국과 스웨덴은 국가가 국민건강보험을 국가건강보장제도(National Health Services)로 바꾸면서 시장모형에서 직접생산으로 전환했고 보건체계를 강력히 통제했다. 자본주의 국가들이 추구하는 의료서비스제도가 다양하다는 것은 적어도 의료조직과 재정구조에서는 자본주의와 의료의 대응 관계가 단순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479쪽, 2권 3장: 지유주의 시대」중에서 이러한 지적인 변화는 전체 사회 속에서 의학에 대해 깊게 팬 양가적인 감정을 반영한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주치의에 대해서는 신뢰를 표시하는 반면, 하나의 계급으로서의 의사들에 대해서는 좀 더 적대적이다. 직업으로서 의학을 택하려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의학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매우 큰 반감을 가졌다. 이러한 양면성은 환자의 권리와 여성운동에서 뚜렷했다. 이러한 권리와 운동은 의학적 권위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동시에 의학적 권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요구했다. ---「498쪽, 2권 4장: 미국 의료의 위기」중에서 의사들은 더 이상 기업의료의 성장을 끝까지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는다. 의사가 단독개원을 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젊은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공동개원을 더 선호하고 있다. 장기간의 전공의 수련 과정으로 이들은 더욱 집단지향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젊은 의사들은 직업 안(in)에서의 자유보다는 직업으로부터의(from) 자유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집단개원은 더욱 규칙적인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독립적 진료에서 생기는 사생활의 침범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562쪽, 2권 5장: 기업의료의 등장」중에서 오바마케어(Obamacare)와 그 효과에 대한 의견은 당파적 소속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이 지속적인 거부감을 일으킨 다른 이유는, 오바마케어를 받는 시민들 중 많은 수가 과거 보험에서 혜택을 받던 건강보장의 일부를 상실했고, 계속해서 오바마케어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는 최악의 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보장기준을 높였지만, 양질의 보험 가입자에게 보장의 축소를 초래했다. ---「595~596쪽, 2권 에필로그: 연쇄 반응, 1982~2016」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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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학, 정치, 산업의 역사적 변동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미국은 서구의 선진국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의 보건의료 문화는 문화적 특징이 비교적 비슷한 유럽과도 크게 다를 정도로 예외주의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미국 의료의 영향하에 성장해 온 한국 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미국 의료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의료의 역사적 변천을 사회과학, 인문학, 의학의 융합적 사유의 지평에서 접근한다. 의학의 전문화, 의과대학과 의학교육, 국민건강보험, 의료수가, 기업의료 등 다양한 주제를 분석한다. 저자는 프린스턴대학 교수이자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보건정책 고문을 지내며 클린턴 보험개혁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보건의료 전문가다. 1982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퓰리처상(논픽션 분야), 라이트밀스상(사회학 분야), 밴크로프트상(역사학 분야)을 두루 수상한 현대의 고전이다. 이번에 나오는 책은 2017년 원서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초판 출간 이래 35년간의 미국 의료의 변화상을 50여 쪽에 달하는 에필로그에 충실히 담아내어 시의성을 더했다. 미국 의료사에 관한 현대의 고전 폴 스타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역작 『의학, 정치, 돈: 미국 의료의 역사사회학』의 원서 개정판이 우리말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의료의 역사적 변화상을 사회과학, 인문학, 의학의 융합적 사유의 지평에서 분석한다. 1982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어 퓰리처상(논픽션 분야), 라이트밀스상(사회학 분야), 밴크로프트상(역사학 분야)을 두루 수상한 현대의 고전이다. 이번에 우리말로 출간되는 책은 1982년의 초판을 기반으로 2017년에 ‘에필로그’가 추가된 원서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의 관점 이 책이 미국 의료와 그 역사에 접근하는 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의료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과정의 산물이기에, 구조적인 분석과 이야기 역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저자의 방법론적 문제의식은 사회학과 역사학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둘째, 의료의 정치학과 경제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의학을 광범위한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의료는 한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갈등이 첨예하게 일어나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셋째, 저자는 의료의 문화, 제도, 정책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데, 이를 통해 의료사회학의 학문적 존재 근거가 더욱 부각된다. 이 책의 구성 760쪽에 달하는 이 책은 두 개의 ‘권(book)’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 권력 그리고 병원’을 주제로 하는 1권은 근대 의학이 아직 형식과 내용을 갖추기 전인 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의 미국 의료를 다룬다. 구체적으로 의사, 기업, 병원이라는 세 부류의 사회적 행위자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권력을 시장경제력으로 만들어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의사들의 승리가 힘보다는 믿음에, 권력보다는 문화적 권위에 근거한 결과라고 본다. 미국 의료의 사회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 다섯 요인들 ― 첫째, 전문화와 병원의 성장에 따른 비공식적인 통제 체계, 둘째, 의료시장에 대한 통제, 셋째, 의사들의 자본주의적 책무로부터의 면제, 넷째, 의사에 대한 대항세력의 쇠퇴, 다섯째, 보건과 제약 시장에 대한 지배 ― 이 서로 결합해 미국 의사들의 권력 확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어서 ‘의사, 국가, 그리고 기업’은 1권의 시기 이후, 특히 20세기 후반 들어 미국 의료가 어떻게 기업화되어 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의료의 기업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미국적 ‘예외주의’가 미국 의학과 의료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탁월하게 논의한다. 1~2권에 이어 2017년 원서 개정판에는 50여 쪽 분량의 ‘에필로그’가 추가되었다. 1982년에 이 책의 초판을 낸 저자는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에 에필로그를 덧붙여 원서 개정판을 펴냈다. 에필로그에는 초판 출간 이후 35년간 미국의 보건의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담겨 있다. 그동안 미국 의료는 어떻게 변했을까? 저자는 답한다. “미국 경제의 25개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를 물어본 결과, 최악의 평가를 받은 두 민간 부문은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이었다.” 지난 35년간 미국에서는 의료의 기업화가 더욱 빨라졌고,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인들은 자신이 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보건의료의 덫’에 빠진 상황이다. 저자의 이론적 입장과 주요 내용 폴 스타는 베버(Max Weber)로부터 권위의 개념을 빌려오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베버의 사회적 권위와 구별되는 ‘문화적 권위’를 제안한다. 양자 간에는 차이가 있다. “사회적 권위는 명령을 통해 행위를 통제하는 반면에, 문화적 권위는 사실과 가치를 정의함으로써 현실을 창조해 낸다”(본문 34쪽). 양자는 가끔 서로 결합되어 나타날 때도 있지만, 사회적 권위가 문화적 권위를 꼭 수반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지식 자체보다 사실과 가치의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어 권위의 이론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의사들의 치료 능력이 향상되어 의학적 권위가 확립되었다는 설명에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의 발달은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자본의 의사에 대한 지배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지식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푸코(Michel Foucault)의 논의와 저자의 견해를 비교해 본다면 더욱 즐거운 책 읽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자본주의가 다양한 의료체계에 적합한 이념이며, 미국 의학이 자본가 계층이나 자본주의 체제의 ‘객관적’ 이해에 의해 발달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본문 38쪽). 아울러 저자는 파슨스(Talcott Parsons)가 구조기능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의사와 환자의 ‘역할기대’ 개념이 환자-의사 관계의 역사적이고 사회구조적인 차원을 무시하고 있다며, 의학적 권위의 제도적 요인을 논의했던 의료사회학자 프리드슨(Eliot Freidson)에 주목했다. “의사들이 규제의 방식을 좀 더 전략적으로 사용할수록, 의사의 권위를 지지해 주는 법의 강제력도 강도가 세어져 갔다”(본문 42쪽). 아울러 저자는 의학적 권위와 의료시장의 형성을 근본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본다. 권위에 근거해 의사들이 경제력을 확보하게 되면 의료시장의 조직과 질서를 지배할 수 있다. 여기서 의사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함께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 의사의 시장지배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한 사회에서 의사의 자율성과 의료체계에서의 전략적 지위는 의학적 권위의 발달과 의료시장의 형성에 대한 함수관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 19세기에는 의학적 권위에 거리를 두었던 미국인들이 왜 20세기부터는 의학적 권위를 추구하게 되었는가? · 19세기에는 심하게 분열되어 재정적으로 불안정했던 미국 의사들이 어떻게 20세기에는 단결해 전문직으로 성장했는가? · 병원, 의과대학, 클리닉 등 의료기관들이 왜 미국에서 제도적 형태를 뚜렷이 갖추게 되었는가? · 왜 병원은 의료에서 중심적인 제도가 되었고 보건은 그렇지 못했는가? · 왜 미국에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가? · 왜 미국에서는 다른 보험제도보다 블루크로스와 상업적인 배상보험이 민간보험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 왜 미국 연방 정부는 의료조직의 변화가 없는 성장 지향적인 정책에서 성장을 규제하는 재조직 정책으로 입장을 바꾸었는가? · 의사들은 오랫동안 근대적 기업의 통제에서 자유로웠는데, 왜 지금은 기업적 보건의료 제도의 형성을 지켜보며 심지어 참여하고 있는가? 이 책이 한국 의료에 주는 시사점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여러 개발도상국들의 보건의료 분야에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했다. 이 나라들에서 미국 의학은 본보기가 되었고 미국 의료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세계화 시대에 미국의 다국적 의산복합체와 제약회사가 세계의 의료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도 이러한 국제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 사정도 다르지 않아 1945년 독립 이후로 한국 의료는 미국 의학, 의술, 의료의 실험실이 되어왔다.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려보면, 한국의 대기업인 현대, 삼성, 대우는 대형 병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데 뛰어들었다. 바로 폴 스타가 지적한 의료의 기업화 흐름이었다. 그 뒤로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흐르고 이제 한국의 병원과 의료문화는 기존의 의과대학과 대학병원들이 아닌, 현대와 삼성이 세운 기업병원들과 경쟁하는 구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저자의 예리한 역사사회학적 분석은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의학적 상황과 의료 현실을 규명하는 데,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들이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