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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풍경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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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하
작가정신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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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작가의 말
풍경의 내부
작품 해설

저자 소개 1

193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 고교를 거쳐 홍익대 조소과에서 입학했으나, 조각과에 입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1961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3학년에 다시 편입하였다. 「현대문학」, 「신태양」, 「한국일보」 등을 통해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초식』『기차, 기선, 바다, 하늘』『용』『독충』등과 장편소설 『열망』『소녀 유자』『진눈깨비 결혼』, 『능라도에서 생긴 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빈 들판』및 영화칼럼집, CD『이제하 노래모음』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편운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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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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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0.3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6.6만자, 약 2.1만 단어, A4 약 42쪽 ?
ISBN13
9788972884408

책 속으로

절대로 움츠러들어서는 안돼....저따위 돌의 무게가 무어란 말인가...네 속에 설사 평생을 지고 다닐 거대한 무덤 같은 돌덩이가 엎드려 있다 하더라도 느끼지 않을 수만 있으면 그것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해방되라구...껍데기를 벗어버려....자신을 내던져...지금 그러지 못하면 너는 일생 불구의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벗어 던지라니까.....그녀를 두들겨 부숴버려.....

--- p.

출판사 리뷰

순결 이데올로기 앞에
초록 재와 다홍 재로 삭아내리는 신랑과 신부


작가 이제하는 1957년 데뷔 이래 전통적인 소설작법과 관습적인 서술방법을 깨뜨리며 ‘예술가 소설’ ‘환상적 리얼리즘’ ‘광기의 미학’이라는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문단의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그는 시대이념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삶을 구속하는 관습적인 규범’과 끊임없이 싸우는 작가로서의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이번에 펴낸 신작 중편소설 《풍경의 내부》 역시 이러한 작품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순결’의 문제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성을 알게모르게 지배하고 있는 권력의 문제에 잇닿아 있음을 다루고 있다.
《풍경의 내부》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연작의 하나인 〈新婦〉에서 그 모티프가 촉발되었다.

新婦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新郞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新郞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新郞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新婦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나서 四十年인가 五十年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新婦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新婦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新婦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 서정주 〈新婦〉 전문

이 소설은 서정주의 시〈新婦〉의 신랑처럼 첫날밤 신방(희수와의)을 뛰쳐나간 한 남자가 다른 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각함으로써 다시 신방으로 돌아와, 미치광이같이 되어버린 신부(서례)를 맞이하나, 그 신부가 신방을 뛰쳐나가버려 그 남자 자신이 서정주의 시〈新婦〉의 신부처럼 초록 재와 다홍 재로 삭아내리면서 남은 시간들을 견뎌내게 되는 그 사이의 이야기이자 그 자각의 궤적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는 행정고시를 1차까지 패스하고 그 지방의 유지인 한 사장의 딸 희수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첫날밤 동창들이 준 축의금 봉투에서 희수와 어떤 남자가 껴안고 찍은 사진이 떨어지고, 희수는 아버지의 강요로 결혼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나’는 이에 충격을 받고 호텔방(신방)을 뛰쳐나와 고시공부도 팽개치고 서울로 올라와 5년째 숨어산다. 그러던 어느 날 야바위판에서 만난 서례를 얼결에 야바위꾼에게서 50만 원에 사게 되고, 서례가 ‘나’의 하숙방으로 찾아오면서 ‘나’와 서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나’와 서례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이 그 내부를 드러낸다. 그 이전에 ‘나’는 풍경의 표면만을 시각적으로 보기만 했는데, 이제는 풍경의 내부로 들어가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풍경의 표면은 “게딱지 같은” “먹으로 비벼댄 듯한” “썩고 있는” 등의 지저분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그 풍경은 삶의 당당한 일부분을 이루면서 하나의 위력을 가지고 ‘나’로 하여금 “육체의 순결이 곧 정신의 순결”이라고 믿게 하였다. 이 소설에서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풍경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된 이데올로기, 그 중에서도 순결 이데올로기에 비유된다.
‘나’와 같이 살게 된 서례는 스스로 관계망상이라는 병명을 부여해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만난 40대 창녀 인후의 삶을 대신해 살기로 하고 정신병원을 나와 창녀 행세를 하는 여자이다. 이런 서례와 같이 살게 되면서 ‘나’는 성적 임포텐츠가 되고, 끊임없이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삼십 년 가까이나 군바리들이 이 땅에 저지른 만행은 어쩌고?’
‘국립대학 출신치고 사람 같은 놈 하나 없다더니……. 너 언제 철들래?’
‘…….’
‘자신이 오물투성이므로 상대는 순결해야 한다는 오만방자한 독선……. 엘리트로 자처하던 놈이 여태도 그런 거지발싸개 같은 독선을 그냥 껴안고 있는 거야? 그래서 구원을 받겠다고? 무슨 얼어죽을 구원? 이 무슨 자가당착의 소리야. 그것도 곧 썩어질 육체의 순결에나 매달려 버둥거리는 주제에……. 육체의 순결이 곧 정신의 순결이라 우기고 싶겠지? 터무니없는 궤변 깔지 마. 너는 자신을 오물투성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이 순결하다고 기갈이 나 있는 거야. 구원이 아니라 이기심을 보상받으려 억지를 쓰는 논리지. 그건 순결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천덕스런 교지(狡智)가 아닌가. 자신은 깨끗한데 상대는 더러워서 못 견디겠다?’

이러한 대화 속에서 ‘나’는 자신을 타자화시킴으로써 자신 속에 내재한 남성적 권력의 편린들을 읽어내고, 사회적 장 안에 숨어 있는 순결 이데올로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타자화된 자신과 싸우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그물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5년 전 결혼식을 올렸던 희수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게 되고, 서례와 육체적 합일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신방을 차릴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나’가 희수의 아버지인 한 사장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간 사이, ‘나’를 기다리던 서례는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밤새 난리를 치고 이를 보다 못한 박 선생(보신탕집에서 개를 잡는 남자로 ‘나’와 같은 집에 산다)이 서례를 진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그녀를 “깔아문댄다”.
결국 이번에는 서례가 서정주의 시〈新婦〉의 신랑처럼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서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떠나버리게 되고, 남성인 ‘나’는 서정주의 시〈新婦〉의 신부처럼 기다림의 시간을 초록 재와 다홍 재로 감내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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