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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 6
들어가는 말 · 9 천년숲의 정체성 ―함양상림을 대표하는 나무는 뭘까? · 14 함양상림의 생물 다양성 ―야생을 닮은 작은 생태계 · 22 오직 하나뿐인 마을숲의 내력 ―문화적 사연이 넘치는 천년숲 · 56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거북돌의 미소 ―대관림을 일군 최치원의 역사·문화 이야기 · 74 핫 플레이스와 뷰 포인트 ―함양상림의 상징성을 지닌 별난 장소들 · 90 생태계를 떠받치는 풀 ―생태계의 풍성함을 더하는 풀꽃 이야기 · 108 숲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 ―숲속의 생명을 키워내는 나무 이야기 · 148 천년숲에 깃든 새 ―함양상림에 둥지를 튼 조류 생태 관찰기 · 194 고목의 다람쥐 ―함양상림 다람쥐 생태 집중 관찰기 · 232 늙은 졸참나무와 딱다구리 ―함양상림 딱다구리 생태 집중 관찰기 · 240 위천과 함양상림의 원앙 ―함양상림 원앙 생태 집중 관찰기 · 252 감사의 말 · 270 함양상림 생물 목록 · 272 참고문헌 · 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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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상림은 완전히 다른 마을숲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함양상림에는 심었다고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위와 아래, 중간의 복층 구조를 이룬 숲의 생태계는 야생 상태에 가깝습니다. 곤충과 새들은 또 어떻습니까? 이처럼 생물 다양성이 뛰어난 마을숲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함양상림은 신라 말부터 1,120여 년의 오랜 시간 동안 주민과 함께해 왔습니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해온 마을숲입니다.
--- p.58 나무와 풀 그리고 버섯까지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함양상림은 자연스러운 숲의 생태환경을 보여줍니다. 숲을 이루는 100여 종의 낙엽활엽수와 100여 종의 풀꽃은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함양상림은 다양한 생물들이 모인 작은 생태계입니다. 각각의 생물종이 한데 어우러져 먹고 사랑하고 경쟁하고 스러지며 순환하는 가운데 숲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갑니다. 이렇게 다양한 식생 구조와 생물상은 야생의 숲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 pp.23~24 동쪽 산책로를 걷다 보면 상림에서 제일 큰 이팝나무가 곧게 서 있습니다. 속이 썩어서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늙은 나무입니다. 이 앞을 지나칠 때면 늘 나무와 눈길 한 번 마주치곤 합니다. 문득 나뭇가지 사이로 가늘고 부들부들한 다람쥐 꼬리가 햇살에 빛나고 있는 걸 봅니다. 멈춰서서 자세히 쳐다보니 나뭇가지를 타고 노는 새끼 다람쥐입니다. 반가움과 호기심에 눈이 확 커졌습니다. 지금껏 상림에서 본 새끼들보다 더 작은 녀석들입니다. 나뭇등걸을 타고 여기저기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니 몇 마리인지 셀 수가 없습니다. 세 마리는 확실히 넘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새끼 다람쥐들은 늙은 이팝나무 구멍에서 태어나 겨울을 지낸 모양입니다. 자꾸만 쳐다보고 있으니 나무 구멍으로 숨었다가 얼굴을 내밀고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2021년 5월 초 상림운동장 다볕당 근처에서도 새끼 다람쥐들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2022년 4월 초에 보았으니 한 달은 빠릅니다. 해마다 함양상림의 고목에서 다람쥐들이 태어나고 있으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 p.33 낙엽 쌓인 얕은 물에 고개를 들이밀고 다니더니 금방 물고기 한 마리를 물고 나와 돌틈에서 꿀꺽 먹어 치웁니다. 그러기를 한참 동안 정신없이 하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기척에 몸을 숨깁니다.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빤히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이내 눈을 감고 하품을 해댑니다. 배불리 먹고 나니 식곤증이 오는 모양입니다. 하도 진귀한 모습이라 점심 먹고 오후에 또 가봤습니다. 어린 수달은 손쉬운 식사에 홀려 아직도 근처에서 고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3시간 전에 그렇게 배불리 먹어놓고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수달이 대식가라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어미는 보이지 않고 아까부터 혼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혼자 숲속 개울로 찾아든 어린 수달은 온갖 생태활동의 모습을 한순간에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황홀하고 짜릿한 만남을 이루었습니다. “반가워 수달!” “고마워 안녕!” --- p.41 방로태감이라는 직책으로 볼 때 대산군이나 부성군의 지방관보다 훨씬 긴박하고 중요한 임무를 지니고 천령군에 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년 남짓 활동 기간에 대관림을 만든 것입니다. 대관림 조성 연도를 894년으로 잡으면 2022년 현재로부터 무려 1,128년 전의 일입니다. 대관림 조성에는 얼마큼의 인력이 동원되었고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특히 이때는 왕권이 약하고 지방 호족의 힘은 센 시기였습니다. 호족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대규모 인력 동원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4km에 달하는 대관림의 규모로 볼 때 최치원은 태수로 있는 1년여 동안 대관림 조성에 몰방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임기 내내 홍수 방지용 숲만 만들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치원이 후백제를 견제하는 방로태감까지 겸했다는 사실에 눈길이 쏠립니다. 군사적 방어 목적으로 대관림을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지요. 바람 앞에 촛불 같은 나라의 위기 속에서 방대한 스케일의 치수 사업을 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 있습니다. 그 짧은 임기 동안에 말입니다. --- p.84 물푸레나무의 겨울눈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커다란 꽃차례가 검붉은 주먹을 치켜세운 듯합니다. 어찌나 크고 우락부락한지 평범하게 생긴 조그만 겨울눈 속에 이리도 큰 꽃차례가 포개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겨우내 비좁은 방에서 이 많은 식구가 몸을 비비며 몹시도 봄을 기다려왔을 듯합니다. 하지만 햇잎이 조금 더 자라나서 꽃차례가 뭉텅 쏟아져 나오면 우락부락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가녀린 우윳빛 꽃차례가 활짝 펼쳐지면서 벌들을 한껏 유혹합니다. 부풀어 오르는 물푸레나무 겨울눈은 몰래 숨겨 두었던 반전의 드라마를 쓰고 있습니다. 곧이어 돋아나는 진초록의 물감은 하늘을 담뿍 물들일 것만 같습니다. 물이 파래진다는 그 이름의 유래가 이때만큼 또렷하게 각인될 때 가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p.156 2020년 3월 중순 오후에 쇠딱다구리가 조그마한 느티나무 가지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무언가 쪼아먹는 모습을 봅니다. 상림 주차장에서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피노키오 조형물 근처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자주 먹을 수 없는 진귀한 먹이 앞에서 주변을 살필 정신조차 잃었나 봅니다. 덕분에 눈앞에서 멋진 사진을 건졌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쇠딱다구리가 정신없이 먹던 것은 사마귀 알집이었습니다. 그때는 쇠딱다구리가 무엇을 먹는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는 쇠딱다구리에 홀딱 빠져서 촬영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 p.245 숲에 햇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따스한 날이면 구애의 행위는 더욱 농염해집니다. 그 사랑의 유혹을 슬쩍 훔쳐보았습니다. “2017년 3월 말 12시 무렵. 그 진한 광경을 확인하게 되었다. 세 마리의 수컷이 두 마리의 암컷을 향해 달려든다. 그러더니 각자 먹이활동에 집중한다. 잠시 뒤 또다시 수컷끼리 경쟁이 시작됐다. 암컷이 꼬리를 치켜드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숙이면서 구애의 소리를 낸다. 짧고 강하게 윅윅윅 하고 내는 소리의 주인공은 수컷으로 보인다. 채 10m가 떨어지지 않는 거리까지 다가가 이 흥미로운 풍경을 지켜보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는지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으려니 개울 위 안 보이는 곳으로 모두 올라가 버린다. 암컷의 구애 소리는 계속해서 들린다. 또 다른 네 쌍의 원앙이 개울 아래쪽에 보인다.” 2018년 3월 말, 위천 변의 마른 초목 사이로 파스텔 톤 초록이 물감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이 어우러져 간절기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물가에는 원앙들이 쌍쌍이 앉아있습니다. 잔뜩 깃을 세운 수컷의 자태가 화려한 조각 인형 같습니다. --- pp.253~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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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 상림을 위하여
평소 나는 숲에서 붓을 들 때 ‘숲은 생명의 둥지요 우주’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숲은 지구별이 생겨난 이래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인류와 함께하고 있으므로…. 또한 숲에 깃든 햇빛과 별들의 대화는 우주의 노래로 그 정령들이 숨 쉬고 있다. 하여 숲은 생태계를 넘어 모든 진리의 세계라고 말하고 싶다. 이 숲을 지닌 우리 국토 중에 가장 대표적인 숲을 들라면 나는 함양의 상림(上林)을 꼽겠다. 숲이 조성된 천년의 역사나 생물과 생태의 다양성, 그리고 규모에서도 단연 으뜸의 숲이다. 이 상림은 함양의 상징으로 지역 역사의 보고(寶庫)요, 대자연의 선물이다. 가히 자연사박물관이라 부를 수 있고 오늘날 삶을 위한 치유의 숲이 되고 있다. 상림의 중요성은 누누이 알려져 왔지만 실제로 상림의 얼굴을 살핀 노력과 기록은 아쉬운 편이었다. 그런데 천년 숲에 시절 인연이 닿았으니 최재길 선생과의 만남이다. 오롯이 상림을 위해 현지에 머물며 수년간 생태일지를 쓰고 사진을 찍어온 생활은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최 선생의 노력 과정을 지켜본 증언자로서 결실이 된 이 책을 기쁘게 추천한다. 그의 말대로 “함양상림은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귀중한 복합문화유산이자 자연생태 박물관”이다. 그 향기와 빛깔이 책에 잘 어우러져 있다. 오랜 기간 사계절 현장에서 관찰하고 찍은 사진을 통해 식물, 곤충, 새들의 성장 과정과 먹이사슬 관계를 살피게 한다. 인접한 강(위천)의 물새 중 5년 동안이나 집중적으로 살핀 원앙의 사례는 참으로 집요하다. 또한 그의 제언은 생태계의 변화를 염려하고 있다. 이처럼 상림은 돌아보고 다시 천년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가꾸고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저자의 노력이 인정받기를 바란다. 나아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이호신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