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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Foster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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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덕의 문제가 아닙니다 ― 이는 우리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디폴트세팅, 즉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자기중심적인 본성과 자신이라는 렌즈로 만물을 보며 해석하도록 되어 있는 경향을 무슨 수로든 개조하든가 지워버리든가 하는 작업을 자기 과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p.50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이 받은 인문학 교육의 진가라고 나는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성인으로서의 삶을 그저 편안하고 순조롭게, 그럴싸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같이 살지 않는 방법, 또한 자기 머리의 노예, 허구한 날 독불장군처럼 유일무이하며 완벽하게 홀로 고고히 존재하는 태생적 디폴트세팅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 p.66 진정한 교육의 진가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내 뜻입니다. 성적이라든가 학위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다만 깨어 있는 의식에 관한 것입니다 ―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고 근본적인, 우리 주위 환히 보이는 곳에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현실, 매일 끊임없이 그 존재를 스스로 깨우쳐주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하는 그런 현실, 그런 현실을 알고 살아가는 각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물입니다.” --- pp.139~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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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
디폴트세팅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한 끝없는 과업 월리스가 보기에,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디폴트세팅(default setting)’, 즉 컴퓨터의 기본설정과도 같은 자기 마음속 신념의 형판(型板)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만이 절박하고 실존하는 현실”이며, 나 자신의 체험만이 절대적 진실이 되는 이 같은 디폴트세팅은 우리 모두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경향이며, 자기중심주의와 교만이 움트는 발원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폴트세팅을 벗어던지는 것이 지식이나 지성을 통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물을 지성화하거나 추상화하여 ‘나’의 내면에만 몰두하는 식자층들의 습속을 본뜨기보다는, 같은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처럼 다른 물고기들이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같이 숨 쉬는 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대형마트 계산대 앞의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점원의 지루하고 반복되는 삶을 헤아림으로써, 계산대 앞에 줄을 선 자신만 피로하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다른 사람도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음을 인정하는 온정과 공감을 실천함으로써, 지옥 같은 일상이 더불어 사는 공간으로 상승한다. 판에 박힌 일상에 얽매여 “죽은 사람같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와 결별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영혼 없이 물신과 습관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연민과 성찰로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자 교육의 진정한 가치이며,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다. 그럼으로써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깨닫지 못하는 현실을, ‘물’을, ‘삶’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디폴트세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이며, 평생을 걸어야 할 ‘과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직하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말한다. “이른바 ‘진짜 세상’은 여러분이 디폴트세팅을 바탕으로 사는 것을 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남성과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진짜 세상’은 공포와 경멸, 좌절과 갈망 그리고 자기숭배를 연료로 쓰면서 잘 굴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의 문화도 이런 경향을 동력화해 엄청난 부와 편의 그리고 개인적 자유를 산출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 진실로 중요한 자유는 집중하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 자제심과 노력, 그리고 타인에 대하여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격식에 매이지 않는 유머, 날카로운 지성, 현실과 맞닿은 철학 그리고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특유의 천재성으로 가득한 이 책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도전을 제시하는 한편,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크나큰 깨달음을 선물한다. 가까운 곳에 늘 소장하고 싶은 메시지다. 이 책은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한 주제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사회에 나와 ‘반은 죽은 상태’로 살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곁에 두는 상비약 같은 책이다. 평생을 싸워야 할 자기중심적 사고에 환한 빛을 쏘여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