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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횔덜린의 시 세계
튀빙겐 찬가 프랑크푸르트 시절, 송시문학 홈부르크 시절, 시학적 전환기 고전 문학 형식 비극과의 결별과 비가문학 근대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고대 시학의 수용 후기 서정시의 난해성 지친 날갯짓 대신 조국적 찬가 후기 시의 숭고미 최후기의 시 2장 횔덜린 시 깊이 읽기 인류에 바치는 찬가 디오티마 떡갈나무들 천공에 부쳐 운명의 여신들에게 우리의 위대한 시인들에게 내가 한 소년이었을 때… 휘페리온의 운명의 노래 조국을 위한 죽음 시대정신 저녁의 환상 하이델베르크 시골로의 산책 빵과 포도주 자연과 예술 또는 사투르누스와 유피테르 눈먼 가인 반평생 삶의 연륜 하르트의 골짜기 회상 이스터 강 므네모쉬네 이 세상의 평안함… 산책 가을 전망 지은이의 말 참고문헌 횔덜린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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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은 프랑크푸르트 시절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계속 짧은 송시 쓰기에 스스로를 제약하고 나서, 다시금 긴 시연을 갖춘 시 쓰기로 돌아온다. 창작의 말년까지 놓지 않았던 송시 형식에서는 물론, 비가 시절과 후기 찬가 시절까지 이러한 경향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는 이제 규모가 큰, 다수의 시연을 가진 송시를 쓰고, 프랑크푸르트 시절에 쓴 짧은 송시들을 규모가 큰 송시로 확장해서 개작한다. 두 해에 걸친 프랑크푸르트 시절 《휘페리온》의 집필이 결정적인 진척을 이루고 송시에서의 심미적 표현이 성숙했다면, 관념적으로는 횔덜린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세계관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 p.19 1800년에 쓴 현세에서 작별한 연인들은 내세에서 다시 결합하게 되는 것을 노래하는 비가 〈디오티마에 대한 메논의 비탄〉으로 디오티마를 그린 횔덜린의 사랑 노래는 막을 내린다. 1803년 12월 출판업자 빌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렇지 않아도 사랑의 노래들은 항상 지친 날갯짓입니다”라고 단언하고 “그러나 조국적 찬가들의 드높고 순수한 기쁨의 환호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시 쓰기 방식의 전환을 알렸다. 이제 횔덜린 후기 작품의 중심에는 소위 말하는 ‘조국적 노래들’이 자리한다. 주체의 고립을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상호작용, 즉 새로운 조국을 불러내는 것이 과제인 서정시가 중심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 p.71 백성을 깨워달라는 위대한 시인들을 향한 호소로써 횔덜린은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혁명적인 은유법을 구사한다. 디오뉘소스가 “성스러운 포도주”의 해방과 구원의 작용으로 백성들에게 깨어 있는 의식을 촉구했듯이, 시인들은 언어를 수단으로 백성들의 급진적인 변화를 목표로 삼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대와 성서, 경건주의에 기원을 둔 사상의 전통이 함께 흐르고 있다. 다만 경건주의와는 조금 다르게 개별자가 아니라 전체 백성의 깨어남과 부활을 생각한다. 분명한 건 정치적 압박과 법률적인 형식 안에서 경직되고 죽은 현존 양식에 대항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 p.102 〈반평생〉은 의미론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는 2개의 시연으로 되어 있다. 충만의 여름에 대한 감동적인 자연묘사가 겨울의 결핍 상태와 충돌한다. 호수에 속으로 매달려 있는 “노오란 배” 그리고 “들장미”로 첫 시연은 식물들의 호화로움의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거기에 더하여 이 유쾌한 공간에 “입맞춤”에 취하고, 사랑의 내면화를 관조할 수 있게 하는 “백조들”이 가담한다. 동기나 내용상의 조화는 이 시연의 통사나 운율 구조와도 상통한다. 시행 이월로 연결된 하나의 단일 문장이 일곱 행에 걸쳐서 펼쳐져 있다. 이때 통사적인 단위들은 시행 분절과 일치를 이룬다. “슬프다”(제8행)라는 비탄의 외침으로 제2연은 첫 시연의 목가와 가파르게 대조를 이루며 출발한다. 이 감탄사는 포괄적인 부재(不在)를 상상케 하는 “내 어디서”로 도입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 pp.215~216 방랑자가 보고 있는 정경은 기이하게도 담백하다. 마치 그가 마음속으로만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명사와 수식어는 보편성을 담고 있다. 숲과 나무는 있지만, 떡갈나무와 은백양나무, 느릅나무 숲과 무화과나무는 없다. 시냇물은 있지만, 가론 강, 도나우 강, 스카만드로스는 없다. 이 시는 그 이전의 것을 투과한다. “계곡에 있는 너희들 사랑스러운 영상들”은 한때 “나의 네카, 사랑스러운 초원과/강변의 버드나무들 더불어”(〈네카 강〉)라고 노래하거나. “거기 가파른 강변에/작은 오솔길 넘어가고 강으로는/시냇물 깊숙이 떨어져 내린다”(〈회상〉)라고 노래했던 생동하는 표현과는 대조적이다. --- p.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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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은 〈반평생〉, 〈빵과 포도주〉, 〈평화의 축제〉 등의 많은 서정시와 서정적 소설 『휘페리온』, 미완성 비극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 핀다르의 송시 등을 남겼다. 〈판단과 존재〉, 〈비극적인 것에 관하여〉 등 철학과 문학에 대한 여러 편의 에세이와 현실 체험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300여 통의 편지도 전해진다. 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 열정과 의지는 방대한 작품이라는 귀중한 유산을 남겼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횔덜린의 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횔덜린의 귀중한 유산 중 그의 시학적 사상이 짙게 배어나는 시 26편을 골라 ‘원문과 함께’ 배열하고 해설했다. 시의 운율 구조나 형식 등 감상의 중요한 요소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원문이 꼭 필요해서다. 본문의 구성을 살펴보면, 횔덜린의 시문학 세계를 개관하는 글을 1장에 두었다. 그의 시 세계의 변화를 볼 수 있도록 시대순으로 설명했다. 2장의 시 26편 역시 창작연대순으로 배열하고 해설했다. 튀빙겐 찬가에 속하는 〈인류에 바치는 찬가〉를 시작으로 6운각 시행의 시 〈떡갈나무들〉, 송시 〈저녁의 환상〉과 〈하이델베르크〉을 거쳐 비가 〈빵과 포도주〉, 그리고 〈반평생〉과 〈하르트의 골짜기〉 같은 ‘밤의 찬가들’, 후기 시 〈회상〉과 〈므네모쉬네〉, 정신착란기 작품인 〈이 세상의 평안함…〉이 그 대상이다. 횔덜린에게는 “현대 서정시의 선구자”, “고유한 표현예술의 때 이른 완성자”라는 수식어가 붙듯이 그의 시는 광기와 사랑, 슬픔, 자유 등을 넘나들며, 전통 규범에서 탈피한, 관념적이고 과감한 은유가 넘쳐나 해설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나의 해설이 횔덜린 시의 심오한 의미에 독자들을 얼마나 가까이 접근케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텍스트라는 근원지를 멀리 떠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중략) 이런 과정에서 작품이 지니는 구성의 모호성을 섣불리 취급하진 않았나 걱정이 앞선다. 시의 모호성은 파헤치고 극복해야 할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옹호해야 할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해설도 필요 없는 예술작품은 없다. 모든 작품은 감상과 공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민중을 대신하여 ‘민중의 혀’를 자처한 횔덜린은 어느 시인보다도 공감을 갈망한 시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해설로도 해소되지 않는 모호한 부분은 앞으로 탐구해야 할 과제일 뿐, 수용과 감상의 한계를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노파심에 당부의 말을 남기지만, 저자는 당시의 문학적 배경과 횔덜린을 오랜 시간 연구한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자세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은 독일 현대문학의 선구자, 횔덜린 시의 정수를 온전히 감상해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