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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11 에필로그 |
탐하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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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쥔 손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봄이는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컵을 움켜잡았다.
순간 루한이 컵 쥔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렸다. 봄이는 긴장해서 속눈썹을 내리깐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숨을 꾹 멈추고 있자 그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굽어지더니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접촉은 조용하면서도 은밀했다. 밀착된 피부 사이에 달콤한 전류가 고이더니, 그는 의도적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천천히 그녀의 손안에서 컵을 빼 갔다. 삐익. 젖은 유리컵이 손안에서 매끈하게 빠져나가며 야릇한 소리를 냈다. 봄이는 무의식중에 다리를 움츠렸다. 동시에 잡생각이 싹 사라지며 온 신경이 그에게만 집중됐다. 루한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자연스러운 손길에 설레는 친근감이 드러났다. 그는 하도 울어서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볼에서 머리칼을 떼어냈다. 가느다란 머리칼이 스르륵 미끄러지다 목덜미의 예민한 부분을 스쳤다. 봄이는 미묘한 전류에 움찔했다. 꼭 애인이랑 은밀하게 애정행위를 하는 것 같아 두근댔다. “용감하고, 맞서 싸우고, 성실하게 고민하고, 느긋하고, 상대를 배려해 기다렸다 이야기할 줄 알고, 유쾌하며 현명한.” 그의 음성은 갓 구운 식빵 위에 발라놓은 벌꿀처럼 달콤했다. 그녀의 얼굴 곳곳으로 흐르던 그의 눈길이 마지막엔 눈으로 돌아왔다. “봄이 씨는 여러 면에서 저에게는 의외입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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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너무 초라해, 언니.”
시작부터 앙칼진 불만이라니. 나비 모양의 흰 상장을 가슴에 단 망인의 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장례식장에 쳐들어온 시누이들이 다짜고짜 트집부터 잡기 시작했는데, 누가 셋이 자매가 아니랄까 봐 표독스러운 목소리들마저 비슷했다. “아무리 시골 장례식장이라지만, 아유, 창피해서 원.” “돈 좀 쓰지 그랬어. 오빠 벌이도 좋았담서.” “맞아! 그 왜, 부잣집 요리사로 들어가고부터는.” “요리사! 하! 라면도 못 끓이던 양반이 그 나이에 갑자기 요리사라니.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까마귀 세 마리처럼 시끄럽게 깍깍대던 시누이들이 외아들인 상주를 대놓고 깔보며 혀를 찼다. “하긴, 아들이 사업하다 왕창 망했댔나?” “사람, 참 갑갑해. 세 번이나 사업하다 말아먹은 애에게 뭐 하러 또 돈을 퍼줘?” “궁상 하고는……. 장례 치를 돈이 없음 우리한테라도 좀 달라 하지. 어떻게 떠나는 사람 마지막 밥상을 저리 차리우?” 망인의 처는 목구멍으로 치솟는 온갖 말을 가까스로 꿀떡 삼켰다. 시누이 셋에게 빌려 준 돈을 다 돌려받는다면 강남에 큰 빌딩도 샀다. 참다못한 아들이 불끈 성을 내며 끼어들었다. “이보쇼, 지금 어디서…….” “원래 허례허식 안 챙기던 사람이에요.” 망인의 처는 재빨리 아들의 옷자락을 등 뒤에서 움켜잡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불편하고 불쾌해 속이 끓었다. 빨리 가주었으면 좋겠으나 시누이 셋이 텅 빈 장례식장을 두리번거리며 계속해서 트집을 잡았다. “아유, 황량해서 원! 오빠가 아무리 촌구석에서 일했대도 아는 사람은 있을 거 아냐? 어떻게 장례식장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나.” “화환도 없고. 어쩜 이리 썰렁해. 저 봐라, 저 봐. 화상소에 서기도 없네. 부조금은 누가 받아?” “아까 조객록 보니까 우리 이름이 다더라니까.” “세상에! 넌 친구도 없니?” 어금니를 부득 물고 삐딱하게 서 있던 아들이 마침내 한 소리를 툭 던졌다. “아줌마들, 밥이나 먹고 얼른 가.” “뭐야? 이놈의 자식, 말버릇 보게!”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