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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살아 있는 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생(生)의 증거오목눈이의 눈물주먹 망원경금낭화해설_아직도 청청한, 우리 시대의 순애보 | 김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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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사랑’이라는 말처럼 흔히 쓰이는 단어가 또 있을까. 온갖 매체를 틀기만 하면 24시간 끊임없이 들려오는 단어가 바로 사랑이다. 공기나 물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공기나 물을 의식하지 않듯 사랑이라는 것도 ‘너무 흔해서’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끝내 삶을 마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이나 유행가를 통해 그려지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일까?작가 박종휘는 이처럼 너무 흔해져 그 존재나 의의가 무색해진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주먹 망원경』은 세 화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랑의 정의다. 작가는 그러나 작품을 마무리하면서도 사랑을 정의하기가 여전히 난해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랑은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생(生)의 증거’라는 조심스러운 결론과 함께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말한다.이 시대에 불가능할 듯한 사랑의 모습유행가 가사를 통해서 듣는 사랑이 과연 사랑일까 하는 의구심은 이 소설을 읽으며 점점 더 짙어지게 된다. 예전에는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많은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를 통해 보아왔다. 그러나 우리가 숨 쉬고 있는 동시대에도 그런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주먹 망원경』의 세 화자를 통해 그 대답을 듣게 된다. 원래 사랑이란 것은 여러 다채로운 면모를 갖고 있다. 사랑은 슬프고 아련하기만 한 것도, 격정적이고 육체적인 갈구만으로 표현될 수도 없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만이 또한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박종휘는 이 모든 측면이 사랑의 모습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랑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탐구해가는 여정’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의 재능에 경의를 표한다.이 책은 각 화자에 따른 세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목눈이의 눈물〉은 고등학교 미술교사인 주인공의 시각에서 두 남자를 만나고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그린다. 그중 한 남자는 주인공이 불의의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슈퍼맨처럼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마음에 사랑이 생겨나게 된다. 두 사람은 결혼생활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책 제목으로도 쓰인 두 번째 챕터 〈주먹 망원경〉의 화자는 주인공의 남편이다. 매사에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남자다. 그러나 주인공의 제자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관계에 금이 가게 되고, 자신의 사랑이 제자에 의해 깨지게 되는 아픔을 겪는다. 결국 자신의 사랑을 뒤로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랑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이렇듯 ‘사랑을 위해 사랑을 버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만큼 서늘한 결말을 끌어낸다.마지막 〈금낭화〉는 주인공의 제자이자 두 번째 남자의 눈으로 그린 사랑의 모습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화상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택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면서 모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결국 이 세 사람이 운명의 파도를 타고 넘으며 소설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사랑의 홍수와 메마름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한 사람의 마음에 동시에 두 개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두 남자에 대한 사랑이 주인공에게는 똑같은 무게여서 어느 하나를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삶에도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구도 이런 사랑의 감정에 손가락질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은 이처럼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하면서도 불가해(不可解)한 존재로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주먹 망원경』은 사랑의 홍수가 난 시대, 그러면서도 사랑이 기근이 든 기묘한 이 시대에 그 진면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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