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마지막 양 대리? 이젠 양 과장입니다 에필로그 외전 01. 첫 만남 외전 02. 만년 미남 양대희의 본색 작가 후기 만년 대리 양 대리의 본색 (이북 외전) |
|
난 술에 약하다. 아니 술이 약하다. 어느 게 맞는 거지? 암튼, 어느 쪽 표현이든 내가 술이라는 물질을 이겨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건 분명하다. 지금도 내 까마득한 회사 후배의 대리로의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마신 소주 한 모금에 벌써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이런 체질 때문에 개인적으로 회식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늘 어떻게 하면 회식 자리에서 신속하고 빠르고 초스피디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만 궁리한다. “부장님, 한 말씀 하세요.” “아, 응.” 누군가의 목소리에 바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더니 양옆에서 각기 다른 팔이 나를 잡아챈다. “대리님 말고요.” “양 대리는 꼭 취하시면 부장님 행세하더라.” 경리인 지영 씨와 오랜 직장 동료인 곽 대리의 적극적인 만류에 멈칫했더니 상석에 앉아 계시던 한 부장님이 후덕해 보이는 얼굴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랬어, 양 대리?” “평소에 존경해서요.” “그래? 어허허― 그렇구만. 어허허허허.” 사람 좋게 웃어 버리는 한 부장님에게 입술 끝만 올려 형식적인 미소를 보여 드린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취한 척이라도 해서 저 한 부장님의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다. 저분이 말을 시작하면 회식이 길어지니까. 그사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가득 채워진 소주잔을 들어 입 앞으로 가져갔다. 이 한 잔만 더 마시면 이제 슬슬 작전을 실행할 수 있겠다. “한 부장님.” 또다시 한 부장님에게 말을 거는 새로운 인물을 향해 노골적이지 않게 소소한 원망의 시선을 던졌다. 이제 5초만 있으면 얼굴 벌게지고 실수인 척 반찬 그릇 하나만 엎어 주면 상황 끝. 엄청 취한 척 집에 갈 수 있는데, 그걸 방해하다니. “어, 운아. 아니 이제 권 대리라고 불러야 하나?” “편하신 대로 불러 주십시오.” 이 회식 자리의 주인공인 권운이었다. 바로 엊그제 입사 1년차에 바로 대리로 승진한 나의 까마득한 후배로 4년째 만년 대리인 나하고는 뭔가 풍기는 출세 분위기부터 다른 친구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