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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청빛 저녁이면
현대 프랑스 미학의 지도
이찬웅
이학사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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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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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1부 이미지와 개념

1장 유희─칸트의 미론
2장 간극─푸코와 마그리트
3장 지각─메를로퐁티와 세잔
4장 투영─리오타르와 뒤샹
5장 공모─보드리야르와 워홀

2부 감성의 원천

6장 압도─칸트의 숭고론
7장 생성─들뢰즈와 프랜시스 베이컨
8장 증언─리오타르와 바넷 뉴먼
9장 중지─랑시에르와 주노 루도비시

맺음말

미주
참고문헌
도판 저작권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뤼미에르 리옹2대학교에서 영화학 석사를 마치고 리옹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 예술, 과학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들뢰즈와 현대 프랑스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 『들뢰즈, 괴물의 사유』를 쓰고, 질 들뢰즈의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를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양화과에서 이론 담당 교수로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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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2쪽 | 562g | 140*210*23mm
ISBN13
9788961474283

책 속으로

이미지와 개념은 상위에서 그것들을 통일해주는 것의 지도 없이 대등하게 만나야만 한다. 이제 무한한 술래잡기, 긴장 넘치는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이다. 이 열린 공간 안에서 솟아오르는, 종잡을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현대 미학과 현대 미술의 아카이브를 채우게 될 것이다.
--- p.50

이미지와 개념의 기능을 생각해보자. 이미지는 ‘재현’하고 개념은 ‘의미’한다. 마그리트 그림에서 이미지의 재현과 개념의 의미는 일치하지 않는다. 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심지어 두 요소가 같은 공간에 속하는지 아닌지도 불확실하다. 둘은 기묘하게도 한편으로는 공존하는 듯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밀어낸다. 이미지와 텍스트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뒤섞일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 p.64

메를로퐁티는 비전과 사유를 일치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하는 생각은 풍경이 나를 빌려 나타내는 생각과 같다. 인간인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 또한 생각한다. 풍경은 내 안에서 생각한다. 메를로퐁티는 세잔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풍경은 내 안에서 자기 자신을 사유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 이 문장이 아마도 철학자 메를로퐁티가 화가 세잔을 가장 멀리까지 실어나르는 문장일 것이다.
--- pp.113~114

이미지와 개념의 간극이 벌어진 공간 안에서 뒤샹과 세잔은 정반대에 위치한다. 세잔이 이미지의 생명력에 확신을 가졌다면, 뒤샹은 개념과 기술의 주사위놀이에 내기를 건다. 세잔이 시각이 미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뒤샹은 미술을 망막으로부터 논리적인 층위로 이동시켰다. 세잔이 “새로운 감각을 가진 야만인”이라면, 뒤샹은 ‘새로운 개념적 사유를 하는 도시인’이다.
--- p.135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은 단지 허상이 모상을 넘어서 진상에 가까워졌고 그것과 대등한 힘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허상이 실상을, 모방이 실재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허상이나 모방이 아니라 시뮬라시옹이 제일 먼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 p.158

현대 미술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엉켜 있다. 이미지는 현재에 있고, 개념은 과거 및 미래를 가리킨다. 이미지는 매번 우리에게 현전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시간에 있고, 개념은 작품을 보는 우리를 끊임없이 나누고 분할해서 과거와 미래의 시간으로 실어 보낸다.
--- p.189

들뢰즈에게 예술은 지각이 아니라 감각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 감각들은 지성의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서로 힘을 전달한다. 시각이 청각을 소환하고, 청각이 후각을 동원하는 이상한 공감각이 감각의 논리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들 역시 이러한 폭력적인 감각들의 상호 영향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 p.232

리오타르가 보는 모더니티는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처럼 이미지와 개념이 합치하는 행복을 향유할 수 없고, 눈앞에 이미지로 나타낼 수 없는 어떤 것을 생각하는 태도이다. 여기에서 상실된 것을 그리워하는 태도가 우울을 낳는다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용기 있게 착상하는 태도는 혁신으로 나타난다.
--- pp.272~273

미학의 불안 또는 모순이란, 현대사회에서 한편으로는 어떤 사물을 특별히 예술작품으로서 구분해서 보는 심미적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적 사물과 일상적 사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이 둘이 모호하게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제거해야 할 혼동이나 혼란이라기보다 미학이 마주보고 있는 전선 그 자체이다.

--- p.316

출판사 리뷰

푸코에서 랑시에르까지,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공간에서 펼쳐진
다양한 현대 미학 사상


이미지와 개념의 유희가 모더니티의 공간을 형성한다고 할 때 이는 칸트의 미학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성과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라는 정식으로 나타나는 칸트의 미학을 통해 18세기에 아름다움이라는 이름하에 이미지와 개념이 유희하는 공간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후 여섯 명의 현대 프랑스 철학자가 이 공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차례로 찾아가며 각각의 철학자와 한 미술가를 짝짓는 방식으로 그들의 미학을 관련 도판과 함께 살펴본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사유와 미술의 짝은 푸코와 마그리트, 메를로퐁티와 세잔, 리오타르와 뒤샹, 보드리야르와 앤디 워홀, 들뢰즈와 프랜시스 베이컨, 리오타르와 바넷 뉴먼, 끝으로 자크 랑시에르와 주노 루도비시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공간이 어떻게 칸트의 미론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며, 현대 프랑스 미학의 여러 이론이 어떻게 이 공간 안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푸코는 마그리트와 함께 이미지와 개념의 매듭들이 풀려 있는 광경을 주제적으로 다루었고, 이후 메를로퐁티의 세잔과 리오타르의 뒤샹은 이미지와 개념의 양극단에서 현대 미술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즉 이들은 정반대 지점에서 각각 순수한 이미지가 스스로 나타나게 만드는 시선(메를로퐁티와 세잔), 그리고 개념이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과정(리오타르와 뒤샹)에 현대 미술의 동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드리야르는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관계 없음, 곧 니힐리즘을 보았다. 하지만 이것을 감추려는 예술의 제도, 그리고 이것 자체를 주제로 삼는 예술의 반어적인 자기 고백을 또한 고발했다. 현대 예술은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화제의 중심으로 삼지만, 이 때문에 사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가지고 무한 증식한다는 것이다. 보드리야르의 이론은 예술이라는 공모에 대한 가장 냉소적인 비판이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관계가 칸트의 숭고론에서 어떻게 나타났으며, 자신들의 사상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요소를 칸트의 숭고론에서 발견한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이미지가 개념을 압도하고 주어진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을 어떻게 자신들의 이론 안에 수용하는지를 살펴본다. 들뢰즈에게 예술은 힘을 포착하는 것이고, 이때 감각은 개념을 초과하며 새로운 사유를 촉발한다. 이런 점에서 감각은 모든 사유의 출발점이며 적극적인 창조의 시작점이다. 반면 리오타르는 교환, 합의, 의사소통, 사실성 같은 규범을 발생시키는 개념과 권력의 협력을 비판한다. 예술의 역할은 그 바깥에서 쉽게 통약 가능하지 않은 어떤 것을 증언하는 것이며, ‘지금’ 사건 자체의 발생을 상기시키면서 새로운 규칙의 미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미학의 의미를 제작과 감상이 미리 전제된 코드 없이 각자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 속에서 발견한다. 심미적 혁명이란 능동과 수동, 형식과 감각, 단일성과 다양성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정치적 영역에서 프랑스혁명과 함께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단절과 감성적 단절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하나가 없이는 다른 하나도 지속되지 않는다.

현대 미학의 기초를 놓은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보는
철학과 예술의 가치와 역할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사유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미술 이론과 전시 곳곳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대 미학의 기초를 놓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사유를 통해 예술과 철학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일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철학과 예술이 오늘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큰 시야에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철학, 미학에 관심 있는 독자 및 학생, 연구자, 미술계와 예술계, 문학계 종사자 등 폭넓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의 미학 이론을 그들이 직접 언급한 서양의 미술작가들과 연관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장의 마지막에 그와 관련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국내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미학 이론들이 오늘날 한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연장되고 갱신되고 있는지 함께 보여준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은 안규철, 오인환, 홍순명 작가처럼 이미 미술계에서 확고한 평가를 받은 중견작가들, 노상호, 지희킴, 이근민 작가처럼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담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진작가들, 강유정, 김그림 작가처럼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청년 작가들로 다양하다. 현대 프랑스 미학의 지도에 따라 큐레이팅된 이 책의 작은 “상상의 미술관”을 통해 독자들도 각자의 상상의 미술관을 지어나가는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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