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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그들
그들의 비밀 그들만의 파티 그들만의 법칙 우연을 가장한 악연 살벌한 그들 그들만의 기적 청담동엔 쇼가 있다 그들만의 드라마 그들이 없는 세상 그들만의 세상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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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고 어리광을 부리는 제임스로 인해 여자들만의 달콤한 데이트는 일찌감치 끝이 났다. 매정한 여진은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살벌한 태린은 지켜보기 피곤하다며 여진을 집으로 들여보냈다. 그렇게 여진과 헤어진 태린은 인사동에 들러 전시회를 보고 서점에 가서 책을 몇 권 산 뒤 남은 오후를 혼자 즐겼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기 전 마트에 들러 텅 빈 냉장고를 채울 먹을거리도 샀다.
터덜터덜 오피스텔로 걸어가는 태린의 옆에 선글라스에 모자를 쓴 남자가 슬쩍 다가와 보폭을 맞춰 걸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태린이 들고 있던 것들을 낚아채듯 빼앗아 갔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태린은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를 돌아봤다. 모자로 가리긴 했지만 햇빛을 받아 더 고급스럽게 빛나는 초콜릿색의 머리칼이 그녀의 시선에 잡혔다. “뭐야?” 멈췄던 걸음을 떼며 태린은 허전해진 손을 양쪽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강심장인 거야, 둔한 거야?” “뭐가?” “모르는 남자가 다가왔는데 소리라도 질러야 되는 거 아니야?” 재미없다는 듯 이태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경박스러워.” “나쁜 놈한테 끌려갈 때도 경박스럽다면서 소리도 안 지르고 당할 거야?” “소리 지른다고 나쁜 짓 하려는 놈이 도망가겠어? 차라리 조용히 끌려가서 한 대 덜 맞는 게 낫지.” 태린의 말에 이태가 놀라서 우뚝 서 버렸다. 그러나 이내 픽, 헛웃음을 지었다. “여전하네, 서태린.” “뭐가.” “평범하지 않은 거. 이래서 너를 안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노을빛을 닮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는 태린의 손짓이 꽤나 우아했다. “그런데 이렇게 떠들 거면 선글라스랑 모자는 왜 쓰고 다녀?” “글쎄, 버릇이라고나 할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는 이태에게 태린이 눈을 흘겼다. “태린아.” 갑자기 진중한 어조로 이태가 태린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래도 나쁜 놈이 따라온다 싶으면 죽어라 소리 질러. 알았지?” 진지한 눈빛을 한 이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눈빛과 미소에 태린의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남자는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태린이 반듯하게 서서 이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쳐다보는 태린 때문에 이태는 조용히 긴장했다. “너, 뭐야?” 미동 없이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던 태린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뭘.” “내가 네 것인 것처럼 굴지 마.” 명령과도 같은 단호한 말이었지만 말투는 편안했다. “그럼 내가 네 것인 걸로 하지, 뭐.” 긴장은 됐지만 이태는 태린의 말을 천연덕스럽게 받아 냈다. “나랑 잘래?” 이태의 진심이 엿보여서, 아니 진심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게 미안해서, 그래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뭐?” “싫음 말고.” 태린이 돌아서서 아까와 같은 걸음으로 걸어갔다. 멀어지는 태린을 이태는 굳은 얼굴로 쳐다봤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