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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4
1. 사회적 엄마, 또 다른 헝겊원숭이 이야기 27 2. 아이들 이야기 57 3. 어른 없는 사회 이야기 77 4. 헝겊원숭이운동본부를 만들기까지 115 5.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137 6. 코로나19 팬데믹 155 7. 밥먹고놀자 식당 205 8. 헝겊원숭이의 사업 241 에필로그 259 저자의 말 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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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돌보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좋은 기운이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없다. 처우도 좋지 않고 일 자체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 일이다. 어린이집이나 시설 등에서 벌어지는 학대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처벌과 감시를 강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어쩌면 여기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돌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 p.43 우리나라 돌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의할 때 이야기하곤 한다. 노동환경이 좋아진다면 부모님이 일찍 퇴근하실 것이고 아이들은 혼자 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노동환경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 실현 가능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자면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다. 밥먹고놀자 식당처럼 아이들이 함께 저녁밥도 먹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동네마다 만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밥먹고놀자 식당은 지역아동센터처럼 자격을 확인하고 등록해서 다니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아이들이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가 필요할 때 와서 머물다 갈 수 있다. 친구들도 있고 보호해주는 어른들도 있다. --- p.61 얼마 전 3년 동안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한 아이가 한밤중에 우리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엄마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가출했는데 쉼터에 연결해 달라는 것이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아이의 엄마는 전부터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최근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의 강도가 점점 심해져서 더 이상은 집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직원이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짐을 싸서 나온 것을 보니 얼마나 야무지게 싸 왔는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속도 상하고 때로는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생명력을 발견한다면 이상한 이야기일까? 나는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한 단단한 기운을 느낀다. 중학교에 간 남동생이 네 명인 수희는 학교생활 잘하고 있고, 쉼터에 간 남동생 수 민이도 다섯 살 난 막내 동생을 돌보면서도 자기 할 일 다 하며 잘 지내고 있다. --- p.75 2018년 1월 25일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40여 명이 참석한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창립총회가 사무실에서 거행되었다. 서툴고 부족한 것투성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마음을 모은 뜻깊은 모임이었다. 창립총회를 마치고 우리는 헝겊원숭이운동본부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여러 가지 행사에도 참여했는데 당시 동계올림픽의 붐을 타고 인기 있던 컬링을 아크릴판 위에서 할 수 있는 버전으로 변형해서 철쭉 축제와 어린이날 행사에서 재연했는데 결과는 인기 만점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모두 사무실에서 만들어졌다. 매일같이 회원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놀았던 것 같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의 비전과 미 션, 그리고 좋은 어른은 어떤 어른인가 하는 토론과 공부도 계속되었다. --- p.131 코로나 시기 동안 학교가 문을 닫고 가정에만 있던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줄 어른이 없었다. 먹을 것이 없다기보다는 먹을 것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 시기 동안 반찬 배달의 수요는 엄청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화요일에는 푸드트럭에서 7,80개의 도시락을 나누고 금요일에는 50명의 아이들에게 반찬 배달을 한다. 토요일에는 본도시락의 후원으로 60개의 주말 도시락을 배달한다. 방학 때는 신청을 받아 먹거리 꾸러미를 택배로 보낸다. 2020년~2021년 2년 동안 우리가 도시락이나 먹거리를 지원한 아이들의 숫자가 무려 10,191명이었다. --- p.162 밥먹고놀자 식당은 예산을 마련하는 일도 도시락을 나누어줄 곳을 찾는 일도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 회원님들은 예산 지원 없이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냐며 걱정을 해주셨고 시골집에서 고춧가루, 양파, 고구마, 감자, 쌀을 모아서 보내주셨다. 고춧가루를 스무 근 넘게 보내주신 덕에 김장을 하기로 했다. 그러자 반찬 가게를 하는 사장님이 배추를 같이 구입해주셨다. 김치냉장고는 고춧가루를 보내주신 임옥선 선생님이 이사 가면서 쓰던 것을 주셔서 해결되었다. 김치가 넉넉하게 냉장고에 들어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김치볶음밥을 메뉴에 넣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노루목공원에서 도시락을 받는 아이들도 김치볶음밥 언제 나오냐며 기다리고는 했다. --- p.215 ‘왕따’라는 것도 1990년대 이후에 새롭게 생겨난 용어다. 왜 우리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보이는 것일까? 정부는 교실 붕괴나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를 강조하고 처벌과 분리 정책을 통해 극복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문제는 점점 더 심해졌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마을에서 혹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헝겊원숭이와 같은 역할을 해주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졌다. 부모님 대신 아이들을 돌보아주고 관심을 가져주었던 관계가 점차 없어졌던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에게 마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전에는 부모가 바빠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도 조부모나 이웃, 친구들을 통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서적 지지 체계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산업화가 가속되고 마을 공동체, 가족공동체가 사라지고 핵가족화되면서 더 이상 이런 관계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교육 생태계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물질적으로는 그 이전 세대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p.263-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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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놀자!
―우리나라 돌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 산본공고는 경기 남부 전역에서 학생들이 오다 보니 아침을 먹지 못하고 오는 아이들이 대부 분이었다. 저녁에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밥을 거르기 일쑤였고 학교에서 먹는 점심밥이 유일한 식사인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학교에 오면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아침부터 축구를 하고 뛰어놀길래 교장 선생님이 물어봤다고 한다.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아침밥 먹었잖아요!!”(133쪽) 위 대목은 아침밥을 제대로 못 먹던 청소년들이 헝겊원숭이운동본부가 제공한 아침밥을 먹고 변화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자체에서도 교육청에서도 가급적 ‘복지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군포의 헝겊원숭이들이 찾아다니면서 밥을 먹이고, 놀이를 하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활동은 아이들의 생활에 놀라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동시에 어른들의 몰이해로 인한 일탈의 함정에 작은 동아줄을 던져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절제하고 스스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이 활동은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심어주는 ‘불우이웃돕기’가 아니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가 보다 안정적으로 밥과 놀이와 공부를 선물해주기 위해 마련된 밥먹고놀자 식당의 운영 원칙과 놀이 개발은 아이들 스스로가 책임진다. 나아가 아이들 자신이 봉사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밥을 먹는 게 자신들의 권리임을 가르침으로써 필요한 것을 요구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방종의 상태로 몰아가지 않는다. 권리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감사의 마음과 절제도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 울타리는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절제를 가르치기도 하는 상징이다. 울타리가 되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지켜준다는 의미와 함께 적절한 한계를 설정해준다는 의미도 갖는다. 아이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어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일은 어쩌면 쉬운 일이다. 아이와 부딪힐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지키고 적절한 한계를 알려주고 직면하게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280쪽) 결국 ‘밥 먹고 놀자’는 말은 같이 밥 먹고, 같이 놀고, 마을이 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먼저 마을 어른들이 헝겊원숭이가 되자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것은 저자의 현실 인식에서 드러난다. 산업 문명의 발달로 인한 가족공동체와 마을 공동체의 해체를 꼽는 것은 여느 활동가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여기서 저자는 구체적으로 우리의 노동환경이 변화되어야만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돌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61쪽) 이것이 저자의 속마음이기도 하면서 최근에 부쩍 회자 되는 돌봄 문제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은 이론이나 추상적인 당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그동안 직접 몸으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사실’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돌봄에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좋은 모델을 제시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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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김보민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는 숱한 ‘사회적 엄마’들이 등장한다. 지역아동센터, 교회, 주민센터, 학교 등에서 조용히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자기 고통으로 여기고 자신의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들”이다. 지역사회를 꽉 채우는 이 향기롭고 숭고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덕분에 그나마 우리 아이들이 덜 죽고 덜 굶고 덜 아프고 덜 외로웠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보민 선생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내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언어로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뭉뚱그리지 않고 아이들이 했던 구체적인 말과 표정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은 사람들은 또 한번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일으킬 변화는 바로 그 구체적인 기억에서 출발할 것이다. - 변진경 (변진경, 『시사IN』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