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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 좋은 인연들과 평탄한 삶에 감사하며…
제1부 가슴이 시킨 대로 정원 복수초 클로버 내 사랑 그곳 위대한 탄생 가슴이 시킨 대로 여행 중 정거장 동굴 버섯 소나무 꽃 나를 이어주는 끈 물같이 몰입 갈대 순정 유홍초 도전은 나의 동력 한 송이 겨울 장미 바다 위에 떠 있는 사자 제2부 한 그루 지킴이 보리 한 그루 지킴이 만추 메밀묵 찹쌀떡 외침 장독대 쌓인 눈 마음의 친구 사춘기 마음 낚시꾼 가족 고층 아파트 소꿉친구 다이어트 책 커피 맛 모르는 촌 여인 교복 생일 국수 문방사우 욕심 제3부 삶의 정원 소중한 오늘 한 마리 새 재스민 서울역 미루나무 남이섬 아버지 은행잎 참새 죽음 해외여행 삶의 정원 못생긴 메주 어머니 손길 늦가을 비 일편단심 눈 꽃송이 인생은 방향이다 집 안의 반딧불 엉겅퀴 제4부 온 인생 하루 두 마음 작약 인연 개나리꽃 울타리 겨울 저수지 눈꽃 북한산 구절초 꽃무릇 겨울 바다 녹음의 계절 행운 꿀꿀이 똥고집 나만 바라보고 사는 생명들 온 인생 하루 수국의 향기 무지개 부록·갤러리 추천사 ①~⑤ |
김연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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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수채화로 써 내려간, ‘소중한 오늘’
시와 그림이 만났을 때 화가 김연수의 첫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정확하게는 ‘시화집’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가슴이 시킨 대로’, 제2부 ‘한 그루 지킴이’, 제3부 ‘삶의 정원’, 제4부 ‘온 인생 하루’로 전체 89편의 시마다 그림을 곁들여 독자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는다. 시가 점점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시를 찾는 독자들이 줄어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중과 유리된 깊은 성채 속의 시적 비의(秘意)와 그것이 불러오는 난해성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화집은 오히려 시의 매력을 살리고, 시적 언어와 구상을 이미지로 어루만질 수 있게 함으로써, 독자들과 쉽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김연수의 첫 시집은 이런 점에서 매력적인 출발선에 섰다. 익숙하지만, 깊고 깊은 철학박사라고 하지만 그의 시어는 결코 낯설거나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바로 눈앞에서 만나고, 어루만지고, 생각하고, 더듬고,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가볍고, 익숙하고, 조금 오래된 표정에 가깝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시인을 만들어낸 세계가 응축돼 있다. 클로버, 정거장, 동굴, 버섯, 소나무 꽃, 갈대, 유홍초, 겨울 장미, 보리, 메밀묵과 찹쌀떡, 장독대에 쌓인 눈, 고층 아파트, 소꿉친구, 책…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이 명사들은 시의 제목으로 소환된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들이다. 시인은 이 익숙한 것들이 ‘오늘’과 함께 가는 것임을 경험 세계임을 환기하고, 이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뚫어간다. 김수영 이후 한국시는 일상어와 더욱 친숙해졌다. 생활 속에서, 나날의 삶에서 시가 뿜어져 나온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일상어의 외피를 했지만, 문법과 의미가 달나라에 가 있는 ‘의미를 종잡을 수 없는’ 시들이 마치 좋은 시처럼 인식됐다는 것이다. 시가 의미의 2차, 3차 연쇄를 낳으며 ‘낯설게’ 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사물의 경계를 재구성하게 한다고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역행했을 때, 독자들은 발길을 멈추게 된다. 김연수의 시어들은 평이하다.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이며, 손때도 제법 묻어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시인의 마음과 정신, 육체와 인생의 방향까지도 빚어낸 것들이란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하얀 파도 거품 속에 호소하듯 고개 들고 구원하는 돌사자 차가운 바다에서 힘들다고 소리치지만 누구도 무관심 나만이 사자 얼굴 보이지만 구할 길 없네 ― 「바다 위에 떠 있는 사자」 전문 누구나 쉽게 지나쳤을 바닷가의 작은 바위. 이것은 암초일 수도 있겠지만 시인의 눈에는 ‘돌사자’로 보인다. 그런데 아무도 이 작은 바위를 ‘사자’로 인식하지 않는다. 억겁의 시간을 작은 바위 혹은 암초로 바다 위에 내던져졌던 그를 ‘돌사자’로 불러주는 순간, 그는 김춘수의 ‘꽃’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사자가 된다. 그 사자는 시인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거대한 야생이기도 하다. 이 돌연한 은유적 접근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인사동 국밥집 앞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시인에게만은 ‘지킴이’로 호명되며(「한 그루 지킴이」), 시내를 지나고 서울역을 지날 때 눈에 들어오는 미루나무는 어린 시절 집에서 가까운 냇가 둑의 미루나무 그늘을 소환하면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서울역 미루나무」). 시인은 이렇듯 늘 자신의 주변에서 자기를 만든 존재와 소통하면서 구체성을 확보한다. 톡톡 튀는 표현과 함께 김연수의 첫 시집은 그의 살아온 이력이 묻어난다. 가정주부에서 공부의 길을 확장한 그이기에 시적 이미지의 돌발도 흥미롭지만, 시를 빚어내는 시적 언어의 처리도 독특하다. 얼핏 보면 ‘딜레탕티즘(dilettantisme)’의 기척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는 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의 삶이 만들어낸 어투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만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황금빛 솔솔 부는 바람에 살랑살랑 내려 소복이 쌓이면 노란 주단을 깔아 놓은 듯 살포시 주려 밟고 가노라면 황제 되어 상승한 기분 ― 「은행잎」 전문 이 시에서 보듯, 명사와 부사의 활용, 조사의 과감한 생략이 교직하면서 시적 대상 자체가 가을날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매달린 광경을 시각적 이미지로 눈앞에 데리고 온다. A는 B다와 같은 직설적인 은유인 것 같지만, 거기엔 환유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스며들어 있다. 김연수의 시들을 읽을 때, 손에 잡힌 것 같으면서도 바람처럼 손바닥을 빠져나간 당돌함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가 환대받는 시절이 있었다. 과거형이기만 할까? 시의 시대는 끝났을까?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시의 그물을 내려 ‘오늘’을 사는 의미와 희망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시의 시대로 귀환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김연수의 시화집을 읽으면서 뭔가 손끝에서 가슴으로, 눈에서 뇌리로 공감이 확장돼 따스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여전히 시의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그의 시는 마치 “밤을 지새우며 피어난 / 하얀 꽃송이 // 앙상한 가지에 피어난 / 순결한 사랑 // 모든 이를 사랑으로 / 감싸주는 축복의 꽃”(「눈꽃」 일부)으로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