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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절망의 날들에서 희망의 날들로
1. 내 아들 상협, 자폐아 2. 자폐아는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일까요? 3. 느낌이 살면 교육도 산다 4. 상협이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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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지하는 육체적인 아픔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배탈이 나서 배가 아픈 것처럼 병으로 인한 아픔이고, 다음은 상대방에세 뺨을 맞은 경우에 느끼는 것과 같은 2차적인 아픔과 불쾌감입니다. 자폐아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육체의 아픔과 불쾌감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은 병이나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모든 동물의 생존 법칙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나의 생각은 잘못했으면 혼이 난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하고 맞았을 때는 아프고 불쾌하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때릴 때는 언제나 상협이에게 '맞으니까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았고 상협이가 울면서 '아프고 기분이 나빠요'라는 대답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 pp.13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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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협이의 상태가 어느 정도 좋아진 작년에 나는 어깨에 메는 조그마한 보물 가방을 두 개 사서 상협이와 상빈이가 외출할 때 꼭 그 가방을 메고 나가도록 했습니다.
상협이가 비로소 현실에 대한 인지와 느낌을 조금씩 갖게는 되었지만 아직은 정신이 오락가락 해서 자기의 물건이나 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아무 곳에나 두기 때문에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상협이에게 외출할 때에는 항상 자기의 물건을 가방 속에 보관하도록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가방조차 아무 곳에다 둬서 나나 아내나 챙겨 주었는데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고 상협이의 인지도가 조금씩 좋아지면서부터는 제법 가방을 잘 챙겼고, 특히 오락할 때 쓸 동전은 꼬박꼬박 잘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자기의 가방과 상빈이의 가방을 비교해 보면서 누가 돈이 더 많은지 세어 보기도 했으며 상빈이의 돈이 더 많을 때는 탐을 내기도 했습니다. 즉 보물 가방은 물건을 챙겨 넣는 가방이라기보다는 상협이의 정신을 현실의 세계로 돌려주는 가방인 셈입니다. 생활하는 각각의 부분에서 생겨나는 물건이나 장난감, 동전들을 보물 가방이라는 현실의 매체와 연결시킴으로써 항상 상협이의 정신이 현실의 세계를 주시하도록 긴장시키는 역할을 보물 가방이 맡아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 말에 상협이가 오락실에서 보물 가방을 잃어버린 뒤 나는 다시 가방을 사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부터는 호주머니를 적절히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 가끔씩 상협이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속엔 아빠의 희망도 들어 있을 겁니다. --- pp.148-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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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은 단순히 눈동자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현실의 그 무엇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눈맞춤이 오랫동안 잘 된다는 것은 자폐 상태에서의 탈출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눈맞춤은 자폐아에게 있어 핵심적이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눈맞춤은 자폐아의 인지나 느낌 등이 발전하는 정도에 따라 함께 발전하는 것으로서 자폐아 발전의 척도입니다. (중략) 따라서 내가 종종 '상협아, 아빠 눈 보고 말해' 라고 하는 말속에는 상협이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현실세계로의 더 많은 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입니다.
--- pp. 80-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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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년동안의 기록이다. 치혈하게 아들에 매달렸던 그 기간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그렇다고 이 챡이 전적으로 감성적 진술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가능한 한 그의 감성적 진술을 억누르며 비교적 담담하게 그간의 교육과정을 진술한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빛난다. 그는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회학도답게 자신의 아들 문제를 단지 아들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서의 자폐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진다. 즉 과학물질문명의 발달을 주도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사회의 일원인 우리에게 공동 노력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모든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가 전문의의 시각에서 저술한 것이 아니므로.... 어쩌다 자폐아들을 둔 아버지의 고뇌와 아들의 의식을 불러일으키려는 열정, 그리고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