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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에 부쳐
프롤로그 ? 디자인을 찾아
1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2 20세기, 디자인을 만나다
3 생산자의 디자인에서 수용자의 디자인으로
4 디자인으로 살아남기
5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6 생각해볼 만한 디자인의 기본 요소
7 디자인을 바라보는 눈높이
8 디자인 백과사전 여행
에필로그 ? 디자인의 재발견
옮긴이 글
원주

저자 소개

저자 : 가시와기 히로시
1946년생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 평론가이다.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근대 디자인의 역사를 전공했다. 도쿄예술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 번역 출판된 책으로는 『모던 디자인 비판』 『20세기의 디자인』 『디자인과 유토피아』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초상에 숨겨진 권력』 『20세기는 어떻게 디자인되었는가』 『일본인의 일상(20세기 생활박물관)』 『일용품의 문화지』 『시키리 문화론』 등의 저서가 있다.
역자 : 이지은
1992년 한성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1997년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일본 쓰쿠바대학 대학원 시각전달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06년 와세다대학 국제정보통신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2012년 홋카이도대학 국제홍보미디어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에게 타이포그래피를 묻다』 『후쿠다 시게오의 디자인 재유기』를 번역했으며, 다수의 타이포그래피 연구 논문이 있다. 현재 홋카이도교육대학 준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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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8쪽 | 235g | 148*210*15mm
ISBN13
9788970597270

책 속으로

예를 들어 유럽의 유서 깊은 대성당이나 일본의 절과 신사에선 부재하는 존재를 성스럽게 표상하고자 노력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성화나, 대일여래의 빙의를 상징하는 고헤이 등은 이제껏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성스러운 존재를 표상한다. 다시 말해 물질이 비물질을 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공간을 꾸미고 물건을 배치해, 보이지 않는 성스러운 존재의 존재성까지 암시해온 셈이다. 우리는 다양한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한다. 조금이라도 생활이 좋아질까 싶어 그러모은 것들이다. 이 물건들 역시 우리의‘흔적’이 되어 우리를 ‘표상’한다. 성스러운 공간에 놓인 물건과 우리의 일상 공간에 모아놓은 물건은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삶의 주체자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중략) 즉 우리의 상상력으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가시화한 것이다. 성스러운 공간과 물건은 비존재인 신의 은유이다. 반면 우리의 생활공간에는 우리가 모아놓은 물건으로 가득하다. 이 물건들은 물건을 모아 생활하는 사람을 표상하며, 여기에서 물건은 그것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환유가 된다. 또는 제유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물은 소유한 사람의 ‘부분’이 된다.
‘프롤로그-디자인을 찾아’ 중에서 (28쪽)

18세기의 프랑스혁명과 19세기의 산업혁명으로 사회 전체가 새롭게 변하면서 유럽인은 구시대의 제약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중략) 새 사회를 인공적으로 구축하려면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근대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중략) 디자인은 사회제도에서 벗어나 시장경제 시스템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디자인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공동 운명체가 되었으며, 이는 경제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소비를 부추기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소비 부채질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미국이다. 물론 대량생산이 시작된 뒤의 일이다. 물론 18세기 이후에도 권위를 상징하는 디자인은 계속 나타났다. 예를 들어 19세기 초반 나폴레옹이 만들어낸 특유한 양식과 20세기 독일 파시즘의 신고전주의 디자인은 절대권력의 과시용이었다. 디자인은 상기의 힘을 지니는데, 그 힘을 이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가시화하는 힘을 지닌다. 또한, 디자인은 서로 다른 사회의 다양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자인은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평등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디자이너의 의무이다.
1장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중에서 (52쪽)

‘살아 있는 집’ ‘살아 있는 물건’은 미셸 드 세르토가 말하는 『일상 실천』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미셸 드 세르토의 ‘일상 실천’이란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넘겨받은 물건을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실천’이다. 또는 합리성을 내세우며 중앙집권적으로 끝 모르게 확장해가는 요란스런 생산과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생산’이다. ‘또 하나의 생산’을 다른 말로 하면 ‘소비’이다. 그것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바람과도 같이 종적을 감추기도 하고 어둠 속에 숨어 기회를 노린다. 또 하나의 생산은 그저 주어진 것을 잘 이용한다. 이것이 바로 ‘일상 실천’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날마다 실천하는 바로 그것. 미셸 드 세르토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도 학교 담벼락에, 교과서에 낙서할 수 있다. 못된 짓이라고 처벌받는다 해도 그들 또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소비는 살아 있는 자의 흔적이며 서명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 흔적이 담긴 집이나 실내를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다. 소비는 생활 주체의 디자인이기에 그렇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생산자의 디자인에서 수용자의 디자인으로
지은이 가시와기 히로시는 근대 디자인의 역사와 자본주의 사회의 길항을 천착해온 디자인 평론가로 일본 사회와 디자인계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그가 디자인을 생산하는 디자이너나 그 디자인을 사용하는 대중 모두를 향해 ‘디자인을 다시 생각하자.’고 말한다. 찬찬히 읽어보면 이 말의 깊이가 상당하다. 디자인과 마케팅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쌍두마차로 이끌며 20세기를 완전히 점령하고도 여전히 그 힘을 더 키워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수용자의 디자인’은 그저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닌 문명사의 반성으로까지 우리의 지적 여정을 이끈다. 디자인 역사가답게 지은이가 쉽게 길을 내준 근대 디자인의 약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를 떠받치고 있는 디자인의 본질과 그 실체가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사물이, 공간이, 디자인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소비가 아닌 삶을 위한 디자인으로
1990년대 초반 보스니아 내전 당시 사라예보에서 활동한 디자인 그룹 FAMA는 손에 주어진 사물로 최소한의 생활을 디자인하며 생존의 희망을 키워갔다. 링거병을 이용해 정수기를 디자인하고 자전거로 발전기를 만들어 썼다. 와인 대용품의 레시피까지 개발한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라예보 서바이벌 가이드』와 ‘분쟁의 땅 사라예보로 놀러오세요.’라는 『사라예보 관광지도』까지 디자인해 출간했다. 이 하나의 사례만으로도 물건이 주체할 수 없이 넘쳐나 부수고 만들기를 무한 반복하는 우리의 삶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책임이 소비를 무한정 부추겨온 20세기의 디자인에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그 대안도 디자인에서 다시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삶을 위한 디자인은 요란한 것이 아니다. 참 쉽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좋은 디자인을 고르는 원리까지, 책 이곳저곳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의 재발견과 여덟 개의 단서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디자인’을 그저 머릿속에 그려보는 데 있지 않고 디자인의 본질을 추론하며 디자인의 기본으로 돌아가 보는 ‘디자인 교양 산책’에 있다. 지은이는 의도적으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산업혁명과 함께 출발한 근대 디자인의 개괄적인 역사를 돌아보고 디자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도 두루 살핀다. 그 기본 요소에서 출발해 모두 여덟 개의 장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해간다. 따라서 길지 않은 글임에도 설득력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디자인을 잘 모르는 독자에겐 더없이 좋은 문화 교양서이며,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겐 훌륭한 디자인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리고 쉬운듯하지만 재미가 있다.

제1장에서는 ‘디자인이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디자인을 이루는 기본 요소를 개괄한다.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기본적인 욕망에서 시작된 디자인이 역사와 함께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다루며 왜 우리는 그토록 디자인에 집착하는지 그 배경을 추적한다.

제2장에서는 ‘20세기, 디자인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19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출발한 근대 디자인이 20세기를 만나면서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밝혀준다. 디자인의 역사로 20세기의 기본 구조를 관통해 보여주는 지은이의 지적 통찰이 놀랍다.

제3장에서는 이 책의 본격적인 주제인 ‘생산자의 디자인에서 수용자의 디자인으로’를 다룬다. 생활이 더 좋아지는 디자인, 삶이 깃들어가는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도 밝혀놓았다.

제4장에서는 ‘디자인으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빈곤을 해결해가는 디자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디자인’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디자인’의 세 분야를 다룬다. 자연재해나 전쟁 중에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려는 욕망이 디자인으로 나타난 사례도 재미있지만, 풍요로운 현대 사회야말로 ‘최소한의 디자인’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저자의 목소리 또한 뜻깊다.

제5장은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오래 쓰는 디자인’ ‘다시 쓰는 디자인’이 진정 좋은 디자인이라는 데 꽤 공감이 간다.

제6장은 ‘생각해볼 만한 디자인의 기본 요소’라는 장으로 디자인의 기초를 이루는 ‘색채’와 ‘소재’를 다룬다. 디자인 전공자라면 꼼꼼히 챙겨 읽어두길 권한다. 행간에 숨은 디자인의 역사까지 공부할 수 있다.

제7장은 ‘디자인을 바라보는 눈높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안에 있는 취향의 의미를 돌아본다. 17세기 영국 사회에서 ‘취향’은 ‘처세술’을 뜻했다는 사실은 흥미롭고 칸트의 취향 논리를 풀어놓은 대목은 짧지만 강렬하다. 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과 이를 수용한 일본의 민예운동의 흐름도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제8장은 ‘디자인 백과사전 여행’으로 세계 유수의 디자인 박물관을 소개한다. 박물관은 백과사전의 연장선에 있기에 교육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우리 사회도 귀를 기울여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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