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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불타는 작품 * 7

작가의 말 * 343

작품 해설 / 그러나 오아시스는 있다_정여울(문학평론가) * 347

저자 소개1

소설가.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 매일 5분 자전거 라이더. 길에 떨어진 머리끈을 발견하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람. 책이 산책의 줄임말이라고 믿는 사람.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 『도서관 런웨이』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거상 번역 추리 소설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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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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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파일/용량
EPUB(DRM) | 51.36MB ?
ISBN13
9791167373670

출판사 리뷰

이제 모든 것은 로버트, 그 개가 설명할 겁니다

소설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된다. 그랜드캐니언에서 젊은 남녀가 있었고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여자는 웨딩드레스, 남자는 한쪽 무릎을 반쯤 굽혔다. 프러포즈 중이었다.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대개 같았다. 감동적이다. 멋있다.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답고 멋있기 때문에 그 사진이 널리 퍼진 건 아니었다. 사진 속 젊은 남녀가 실종상태였기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이제 사진은 더 이상 화사하거나 따듯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미스터리 실종사건의 증거물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매일 밤 뉴스를 장식할 수는 없었다. 하나의 레이어가 더 있었다. 그 사진을 찍은 저작권자. 사진을 찍은 건 다름 아닌 개 ‘로버트’였다.

로버트가 바로 그 사진을 찍었다. 젊은 남녀의 아름다운 첫 시작과 젊은 남녀의 생의 마지막을 사진으로 남기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중적인 감정, 즉 예술작품에서 파생되는 각기 다른 이미지를 그 사진에서 얻었다. 로버트는 바로 그 지점까지도 추측해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사진 속 젊은 여자의 아버지, 거대 사업가 발트만 회장은 이제는 죽어버린, 사라져버린 딸의 마지막 사진을 남긴, 사진작가 로버트를 찾아 나섰다. 발트만 회장은 오로지 그 로버트를 위해, 미술재단을 만든다. 움직임과 멈춤이 하나의 프레임에 갇힌 그 예술작품을 위해. 파괴되어야만 단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그 시스템을 위해.

일단 유명해져라, 작품을 불태워서라도

나(안이지)는 잠시 음식 배달 라이더의 삶을 산다. 잠시 ‘예술 하는’ 삶을 멈춘다. 팬데믹 시절에 나 같은 작가는 생존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후원자들의 후원은 끊겼다. 지원도 축소되었다. ‘예술 하는’ 삶은 잠시 사라진 걸까? 집세 때문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기분으로 살았던 그녀에게 지금 현재 소원은 ‘마당이 딸린 개’를 갖는 것이었다. 어느 날 예술가들을 향한 파격적인 제안으로 유명한 로버트 재단이 안이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여 그녀의 작품활동을 전폭적으로 후원해주기로 했다는 것. 놀랍게도 안이지의 작품을 선택하고 가치를 인정해준 후원자가 바로 로버트라 불리는 ‘개’였다는 게 더 놀라웠다.

소원이 반쯤 이뤄진 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로버트 재단의 후원이 거절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 로버트가 ‘개’라는 사실이 영 어색하고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그 제안을 뿌리칠 수 없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안이지는 예술을 포기할 뻔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로버트 재단에게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정말 그 재단의 권위자가 ‘개’인 로버트가 맞을까 싶은 의구심, 정말 후원이 되긴 하는 걸까 싶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드디어 도착한 로버트 재단. 그곳에서의 생활은 꽤 규칙적이고 절차적이다. 로버트가 원하는 시간에 저녁을 먹고, 로버트가 원하는 시간에 대화를 나누고, 로버트가 원하는 시간에 산책을 해야 한다. 은유와 상징이 아니라 정말 작품을 보는 눈을 가진 걸까? 로버트 재단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온 비결은 바로 로버트가 유망한 화가와 뛰어난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 그럼에도 막상 눈앞에 ‘개’인 로버트를 대하고 보니 자기인식을 가졌을지, 통역사가 로버트의 말을 옮겨오는 것에도 의구심만 든다. 그럼에도 나는 ‘로버트’와 후원 ‘재단’을 분리해서 생각하기로 한다. 재단의 후원 능력만을 믿기에 이른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제안 하나.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 소각해야 된다는 조건.

불태워져 사라지는 단 하나의 원본

예술가와 작품은 어떤 관계일까? 소설에서 중심축으로 설정된 ‘작품을 불태워야 한다’라는 명제는 창작자와 작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을 불태우는 그 화려한 퍼포먼스는 작품의 희귀성을 최상의 자리로 위치시킨다. 훌륭한 작품으로 선택된 작품이 불타 사라지는 순간 그 작품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의미로 작용된다. 가시적인 물성에서 비가시적인 관념으로 몸을 바꿔두는 것. 예술의 표면적인 형상의 이미지에서 관념적인 이미지로 둔갑되는 그 순간인 셈이다. 작품을 태움으로써 물적 가치는 상승하고 그 작품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으로 화가의 값어치 또한 상승한다. 하지만 이 행위는 예술가의 존엄을 무너뜨린다. 자신의 작품이 불태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창작자의 심정은 고려되지 않은, 오로지 작품만을 위한 퍼포먼스인 것이다. 내 작품을 불태웠다, 라는 창작자의 선택. 작품을 스스로 폐기했다는 훼손된 자존감. 또한 온전히 작품이 자본가난 후원자에게 귀속된다는 것. 그럼으로 이 불태우는 행위를 통해 창작자는 자신의 존엄과 독립성을 작품의 가치와 맞바꾸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지점, 태워야 하는 작품을 그려야 하는 작가의 마음과 작품을 태울 수 없게 되는 작가의 예술적 존엄이 충돌하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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